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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찬 Aug 04. 2024

광선에 취하다.

아들을 위해 요리를 하였다.


원래 요리를 하지 않아서 만들 수 있는 요리가 라면과 볶음밥과 비빔밥 정도이다. 라면은 최근에 많이 먹어서 오랜만에 비엔나 소시지 볶음밥을 해 주었다. 유튜브에 웬만한 요리의 레시피가 있어서 요리를 따라 할 수가 있다. 비엔나소시지 볶음밥이라고 검색하니 여러 영상이 뜬다. 그중에서 조회수가 제일 많고 영상 시간이 제일 짧은 영상을 골라 따라 하기 시작했다.


일단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양파와 대파를 볶기 시작했다. 간장을 조금 넣고 소시지를 꺼냈다. 가만 보니, 소시지에 비닐이 있어 벗겨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했다. 직장에 있는 와이프에게 전화를 했으나 받지를 않는다.  작은 누나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보니,  벗기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그대로 약 2~3cm로 잘라서 넣었다. 그리고 좀 볶다가 밥을 넣으려고 밥통을 열었다. 에구머니나! 밥이 약 4분의 1 공기밖에 없었다. 재빨리 불을 끄고 밥을 하기 시작했다. 밥을 하는 동안 굴소스가 없는 걸 발견하고 얼른 마트에 가서 사 왔다. 그동안 아들은 배고프다고 언제 되냐고 계속 물어다.


얼추 밥이 다 되어서, 하던 요리를 다시 시작했다.


음식은 익는 걸 지나 타고 있었다. 더구나 노안이어서 가까운 사물이 잘 보이지 않았다. 볶음밥이 타는 거 같아 식용유를 급하게 꺼내 뚜껑을 열다가 그만 뚜껑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아들에게 빨리 주겠다는 일념하에 찾는 걸 무시하고 가까스로 요리를 마치고 아들에게 주었다. 아들은 맛있다고 먹었다. 그동안  나는 뚜껑을 찾았으나,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싱크대 주변에도, 바닥에도, 심지어 쓰레기통 안에 떨어졌을까 위생장갑을 끼고 뒤져 보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설마, 요리 안에 들어간 건 아닌지 하는 상상력이 확대되었다. 단추보다 아주 작고 투명한 뚜껑이 타서 눈에 야채나 소시지로 보인 게 아닌가도 생각했다. 만약 먹었다면, 아이의 반응을 살폈다. 작으니까 아마도 소화가 되어 변으로 배출될 거야. 혹시 새벽에 복통으로 응급실에 가야 하는 건 아닌지 여러 생각이 들면서 나 자신을 자책을 하기 시작했다. 달랑 볶음밥 하나 만들면서 아들에게 못 먹을 것까지 먹이게 하는 건 아닌지 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밥을 아직 먹지 못한 나는 입맛이 싹 달아나고 식은땀만 줄줄 흘렀다.


와이프가 진작 다초점렌즈를 하라고 한 걸 무시하고 돈 아낀다고 근시와 원시 안경을 각각 맞춘 것을 후회했다. 근시 안경을 쓰면 먼 곳이 안 보이고, 원시 안경을 쓰면 반대로 가까운 곳이 안 보인다. 지금은 원시 안경을 쓰고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릇들을 정리했다.





갑자기 싱크대 옆에  굴절된 UFO 모양에서 분출되는 광선에 눈이 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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