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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찬 Aug 04. 2024

골프 안경

이제부터는 안경에 파묻혀 살아야 한다. 재즈음악을 들으며 째지는 기분에 키보드를 연신 누르며 그 음악에 맞추어 연주하는 기분이 든다. 

안경이 없으면 눈앞이 흐려진다. 내 감으로 내 앞에 보이는 것들을 짐작해야 한다. 


중학교 2학년때부터 안경을 썼다. 그 당시 오락실이 유행이였다. 갤러그,제비우스, 올림픽 같은 전자게임에 홀려 오락실에서 많은 시간들을 보냈다. 그러는 와중에 눈 앞이 갑자기 흐려졌다. 그리고 안경을 맞추었다. 시력이 0.4가 나왔다. 갑작스럽게 시력이 안 좋아졌다. 내심 나는 안경쓰기를 원했다. 내가 좋아하던 가수 임병수 아저씨도 안경을 썼다. 집에 굴러 다니던 알없는 안경을 쓰기도 했다. 눈이 작고 포인트가 없는 내 얼굴에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안경을 써서 최대한 가리고 싶었다. 내가 못 생겼다고 생각해서 열등감같은 콤플렉스가 있었다. 

 

그렇게 안경을 50살 지금까지 쓰고 있다. 5년전부터, 가까운 글씨도 안 보였다. 노안이 온거다. 나도 말로만 듣던 그 노안이 왔다니! 핸드폰을 볼 때마다 선글라스를 머리에 꽂듯 안경도 꽂으며 본다. 안경을 쓰면 멀리는 잘 보이는데 가까운 곳이 안 보였다. 공부할 일이 생겨서, 근시를 해결하기 위해, 안경점을 갔다. 다촛점 안경도 있었지만 금액이 만만치 않고, 안 맞는 사람도 있다고 해서, 애써 외면하고, 저렴한 근시 안경을 구입했다. 대신 멀리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안경이다. 공부하다가 먼 산을 바라보면 보이지가 않는다. 와이프가 나에게 사과를 가지고 다가와도 그게 털실로 보였다. 먼곳을 보려면, 다시 다른 안경을 써야 하는 불편함을 못 참아 다시 안경점을 방문한다. 


이번에는 내가 오랫동안 애용했던 안경점을 찾아갔다. 그는 나의 니드를 정말로 잘 알아채는 형님이다.  다촛점 안경은 제치고 가까운 곳과 비교적 먼 거리를 볼 수 있는 안경이 있다고 그 안경을 권했다. 사무실에서 사용 할 수 있고, 심지어, 1~2시간 정도의 운전도 할 수 있는 안경이라고 했다. 그 매력에 빠져 들어, 이 안경을 선뜻 샀다. 집에 와서, 안경을 책상 위에 펼쳐 보니, 3개의 안경이 나란히 세로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골프로 비교하자면, 먼 거리를 볼 수 있는 드라이브 안경, 비교적 근거리를 볼 수 있는 아이언 안경, 근거리를 볼 수있는 퍼터 안경이다. 눈이 안 보이는 것도 거리에 따라 다르다. 


갑자기 조선 시대의 작고 동그란 안경을 쓴 정조 대왕이 생각났다. 그는 분명 퍼터 안경을 썼을 거다. 글을 많이 읽어 시력이 안 좋아 졌지만, 안경을 수입해서, 착용하는 행운이 그 선왕들에게는 상상도 못 할 횡재일 수도 있다. 분명 그 전에도 눈이 나쁜 사람들이 분명히 있었을 거다. 가다가 나무에 부딪치거나, 바다에서 그물에 걸려 상어의 밥이 되거나, 산에서 덫에 걸려 사냥꾼의 황당한 표정과 서로 마주쳤을 수도 있다.


어제 얘기했다. 이제는 다촛점 안경을  살 거라고, 유틸리티 안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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