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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쿤 Nov 21. 2019

너희가 아닌 우리를 위한 기록 - 19

D+909, D+112

도하의 세 번째 가을이자 로하의 첫 번째 가을, 그리고 나의 30대 마지막 가을이 끝나가고 있는 시기다.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회사에서 이런저런 일들이 있기도 하다. 덕분에 지난주 화요일에는 나의 상황에 대한 예상이 돼서 미리 폭음을 좀 했다. 정말로 오래간만에 엄청나게 마셔서 다음날 출근을 못할 정도... 한 5년 만인가...  이 회사 다니면서 인사 시즌마다 그렇게 폭음할 때가 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내가 골골되고 있는 순간에도 계속 아이들은 커간다.


내가 폭음해서 기절해 있는 동안에도 아침에는 어떻게 던 일어나서 도하를 잠시 챙겨줬다. 물론 무슨 정신으로 챙겼는진 기억도 안 난다. 와이프가 일어나고 나선 난 완전 기절..  그동안 도하는 어린이집에서 깍두기를 스스로 담갔고 스스로 깍두기를 만들었다는 기쁨에 매움에도 불구하고 식사 때마다 잘 먹고 있다. 얼마나 기특한지 모른다.


나는 나의 다짐대로 도하에게 화를 한 번도 안 낸 한주였다. 화가 나면 최대한 설득해보고 그 이상이라면 폭발하지 않고 무시하고, 또 늦은 날은 어린이집에 데려다주지 않고 그냥 가기도 했다. 다행히도 그런 상황을 나도, 도하도 잘 적응하고 있다.


아참, 도하는 그 주에 어린이집 선생님이 휴가였는데, 선생님이 돌아오는 날 선생님이 보고 싶었다며 뽀뽀세례를 했단다. 후후. 우리 아들이지만 참 귀여웡.

귀여웡

로하는 젖꼭지를 이제 큰 걸로 바꿨고, 며칠 동안은 먹을 때 힘들어했지만 이젠 잘 먹는다. 푹~ 12시간씩 자는 일은 줄었지만 그래도 5-6시쯤 깨서 다시 먹고 푹~ 자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고, 그만큼 나도 슬슬 적응하고 있다.


로하는 부쩍부쩍 커서 계속 잘 웃고 있다. 로하 몸무게나 키가 도하보다도 큰 것 같은 건 기분 일진 모르겠는데.. 만만치 않게 큰 것 같다. 이젠 슬슬 뒤집을 거 같기도 한데, 도하가 124일쯤 뒤집었으니 크게 늦지 않는다면 이번 주 - 다음 주중에 뒤집지 않을까 한다. 아무래도 둘째라 많이 뒤집어서 놀게도 못하고 해서 좀 늦어질 수도 있고.. 사실 5-7개월이 뒤집는 때라고 하니까 별로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기도 하다.


최근에는 우는소리 말고 옹알이? 왕왕거리기? 를 꽤 자주 하는 느낌이다. 구체적으로 옹알이라고 하긴 좀 그렇고.. 왕왕거린다 ㅎㅎ 일반적으로 첫째보단 발달이 빠르다고들 하는데, 그것도 아이마다 다르다고 하니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슬슬 손 잡이 쪽쪽이나 일반 쪽쪽이도 물려줘야 할 것 같다.


금요일에 좀 일찍 와서 도하를 재우는데, 도하가 무릎 쪽에 발진이 있어하면서 거기가 아프다고 했다. 약발라달라고 해서 후시딘 바르고 재웠는데, 다음날에는 무려 3군데나 발진이 있었다. 뭐지? 싶고 도하도 발진 난대가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예약하고 우리 부모님 모시고 식사를 했다.


오래간만에 애슐리 갔는데 진짜 고칼로리 폭탄 ㅎㅎㅎ. 그거 먹고 도하가 슬슬 짜증내고 졸리다고 해서 안아서 재웠다. 롯데몰에서 유모차를 빌렸는데, 진짜 도하가 커서 발이 다 나와서 한참을 앉아서 다리 떨어지지 않게 대줬다. 충분히 재운 다음에 병원에 갔는데, 모기 물린 거라고 스테로이드를 듬뿍 발라줬다. 나으려니 했는데 그렇게 차도가 좋아 보이지 않고, 저녁이 되니까 물집이 잡혀서 잘 걷지도 못했다.

잠든도하, 발에 염증이 있는데 그날 저녁이 되니까 이렇게 오른쪽 처럼 물집이 심하게 잡혔다.

잘 때도 스치기만 해도 아프다고 하고 중간에 한두 번 깼다.


다음날 도하랑 와이프랑 조리원 때 친구들과 만나 키즈 카페를 가기로 했는데.. 다리 아파서 실패했다.


너무 아파해서 일요일 아침에는 병원 갔다.


크게 잡힌 물집을 터트리고 드래싱을 하는 바람에 엄청 아파했는데.. 아빠 과자 준다고 잘 달랬다. 그때 긴장해서 그랬는지 금새 잠들어버려서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롯데몰에 가서 나도 밥좀 먹고 했다. 그러다가 집에 오려고 내려왔는데.. 응아 마렵다고 해서 아픈 다리를 가진 애를 어떻게 할 수 없어서 이고 지고 화장실에서 볼일 보개 해주고...


그리고선 집에 와서 잘 놀긴 했는데... 다리가 아파서인지 자주 안아달라고 하고 해서 애좀 먹었다. 결국은 재울때 안아서 재운... 도하 태어나서 거의 최초인듯..?


그래도 간만에? 온전하게 주말에 도하랑 로하랑 잘 지내서 행복한 주말이였던것 같다.

롯데몰에 있었던 이케아 팝업 스토어. 별건 없었지만 도하는 귀여웠엉.

또 이번주는 엄청 심란한 순간들의 연속인데 잘 지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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