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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쿤 Jan 21. 2020

너희가 아닌 우리를 위한 기록 26

D+970, D+173

지난 주중엔 특별한 일 없이 열심히 도하 등원시키고 하원 시키고 했다. 월요일 술을 한잔 했는데, 화요일 도하가 무려 9시 20분까지 자서 나랑 도하랑 다 늦을 뻔했다. ㅎㅎㅎ


수요일엔 좀 일찍 들어와서 재웠고, 금요일에도 내가 재울 수 있어서 좋았다. 로하는 얼굴 보기가 꽤 힘들었는데, 주말에 로하를 보니 정말 부쩍 커있었다.

이쁜날

이번 주말에는 토요일 / 일요일 연 이틀 산소를 다녀왔다. 우리 할머니랑 장인어른 산소.. 우리 할머니 산소에 갔을 땐 로하는 잠들고 도하는 잘 버티면서 잘 갔다. 가서는 사촌 누나들 만나서 엄청 좋아하고, 신나 하면서 산소에 잠시 있다가, 추어탕을 먹으러 갔다. 다행히 추어탕집 나름 밥도 잘 먹었다.

큰 누나네가 독립기념관 간다길래 엉겁결에 우리도 가게 됐는데, 가다 보니 도로하가 모두 잠이 들어버려서 우리만 독립기념관 옆에 이는 코끼리 공장 카페에 가게 됐다. 엄청 햇빛이 좋아서 가게가 너무 이뻤고, 커피도 맛있었다. 또 주인 분들도 너무 친절하셔서 기분이 좋았다. 


도하 로하는 도착하자마자 깼지만 로하 이유식도 좀 먹이고 하느라고 다시 사촌누나들 만난 건 오후 4시경.... 그때 또 누나들 만나서 신나게 놀다가 근처 오리고기 집 가서 저녁 먹고 천안에서 유명하다고 하는 뚜주르 빵집에 가서 빵 왕창 먹고 사고.... 다시 집으로 올라왔다.

독립기념관에서

올라오는 길에는 도하가 막 놀아서 로하가 깨서 엄청 울고... 그 사이 도하는 쿨하게 자고.. 나랑 와이프랑 오는 내내 엄청 개고생을 했다.


토요일에 도하가 하도 고생해서 일요일에 좀 늦잠을 잘 줄 알았건만 7시부터 쿨하게 깨서... 아침에 피곤해 죽는 줄.. 


아침에 보니 이틀 동안 샤워를 안 해서 인지, 약간 변비 기운이 있어서 인지 도하 항문 부위기 엄청 짓물러서 한참 아파했다.  오늘은 느지막이 장인어른 산소로 출발했다. 산소에 가는 동안 도로하 모두 잠이 들었고.. 산소에 도착해서 어쩔 수 없이 애들 둘이랑 나만 차에 남아 있고 돌아가면서 인사를 드렸다. 인사드리는 동안 완전 진눈깨비가 엄청 내려서... 그나마 애들이 자서 다행이다 싶었다.


가볍게 인사드리고 설렁탕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오래간만에 트레이더스에 들렀다. 도하는 또 말썽 말썽을 부려서 엄마 아빠의 마음을 너무 아프게 했다 휴..


그래도 도하는 집에 와선 잘 씻고 책도 잘 읽고 잤는데.. 오늘은 로하가 도당체 못 자서 엄청 울었다. 아무래도 이가 나는 게 아닌가 싶다. 정말 한 시간 반 가량을 줄기차게 울어서 아빠 엄마의 맨탈을 부셔 버렸다. 허허. 



주중에 도하가 어린이집 친구 중 두 명이 어린이집에 자기 애가 도하한테 맞았다며 연락을 했다고 한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도하가 친구에게 물렸다며 전화를 했는데 저런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흠냐... 애들이 때리고 물리고 할 순 있는데, 도하의 폭력적인 면이 어느 정도 고쳐지나 했는데 아닌 것 같아서 너무 속상하다.


계속 도하에게 때리거나 밀치면 안 된다고 말하지만 소용이 별로 없는 기분이다. 작은 일에도 불같이 화를 내고, 화낸 이유도 생각 안 나게 화를 내고.. 화났을 때는 자꾸 약하지만 주변 사람들을 때린다. 재지 하고 말리고 혼내는 데도 쉽지 않다. 


잘 타이르고 있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다. 


도하도 로하도 크는 게 참 힘들 거다. 아마도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다해서 크는 중일 것이고, 아무 이유 없이 화가 나는데, 그것 가지고 혼나는 것도 힘들고... 이유 없이 짜증도 나고 울기도 한다. 그렇게 너무 힘들게 세상을 배워나가는 중 인 것..이라고 계속 생각하고, 다시 생각하면서 화를 참으려고 하지만, 나도 와이프도 사람인지라 순간순간 욱하고 화도 난다.


애들이 자는 시간 몸과 마음이 평온해지면, 힘들었던 기억보단 이쁜 기억이 너 많이 남고, 낮에 화가 났던 우리가 아이들보다 더 애들 같다.. 싶으면서도 낮에 그 시간에 있을 때 화가 나는 것은 참 어렵다.


그 애들은 인간의 룰을 익히고 배우느라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고 참 힘들다는 것을 우리가, 부모가 항상 기억해야 하는 것 같다. 


내일이면 한 뼘 더 자랄 도로하를 응원해야지.

힘들게 자라는 아이들을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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