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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길고 길었던 장마가 마무리되고,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걱정이 되는 시기도 지났다. 정말 마지막까지 비가 오고 있었는데, 장마가 끝날 무렵부터 슬슬 코로나가 다시 확산세에 접어들었다.
장마가 막바지에 이르던 8월 둘째 주에는 14일부터 쉬는 날이었다. 13일에 로하가 예방접종을 맞았는데, 밤에 열이 39도까지 올라가는 바람에 걱정을 많이 했다. 다행히 해열재를 먹이고 따뜻한 물로 닦아줬더니 열이 38도 아래로 내려갔다. 나는 14일부터 17일까지 4일간 휴일이었는데, 14일 날은 도하만 어린이집 보내고 로하의 열 때문에 꼼짝없이 집에서 로하를 봤다. 그리고서는 15일부터는 코로나 확산세 때문에 집에 꼼짝없이 있었다.
14일은 도하는 여름놀이 어린이집 활동을 신나게 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되려나.
15일 비도 오고 정말 하루 종일 집콕, 16일도 마찬가지... 16일은 그나마 날씨가 좋아져서 가족끼리 아파트 단지 내를 산책한 게 다다. 이런 절재 절명의 순간에 광화문 집회로 확진자는 더 폭증하는 기 세고 1주일이 지난 시점인 오늘 확진자는 400명에 육박한다.... 진짜 개 화난다...
17일 날도 사실상 집콕... 하루에 재난 문자 몇십 개씩 오는 상황이라 무서워서 어딜 나갈 수가 없었다.
17일부터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 18일 다시 재택근무가 시작됐고, 도하는 어린이집에 갔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듯싶지만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데다가 서울과 경기에서 극심하게 환자들이 생기는 상태라 제주도 여행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 이때는 일단 가기로 했지만,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도 전혀 줄어드는 추세가 보이질 않아서 일단 취소하기로 했다.
화요일을 제외하곤 수/금 출근 목요일은 오전만 출근했다. 사실 출근해서 계속 마스크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불편하지만 안정감이 들기도 한다. 식사 면담이나 회식들도 모두 모두 취소한 상태고, 면담도 마스크 쓴 상태로 2m 이상 떨어져서 대각선으로 앉아서 면담한다.
이어지는 주말에도 확진자가 300명 이상씩 나왔고, 외출은 당연히 못하고 우리 부모님들에게도 전화로만 안부를 전했다. 아무래도 경상도 출신에 미통당 지지자인 아버지가 주변분들 중에 광복절 집회에 나갔고, 그분들 만날까 봐 참 걱정이 된다.
우리는 정말 다행이지만 아파트 단지가 너무 산책하기 좋은 구성으로 되어 있고, 한 두 바퀴만 돌아도 꽤 넉넉하게 운동이 되는 정도의 높낮이와 거리를 가지고 있고, 나무랑 숲이 많아서 애들을 대리고 매일 나가도 매일 재미있게 나갈 수 있다. 주말에 이틀다 산책을 했는데 집에만 있었으면 힘들었겠지만, 나와서 산책을 할 수 있어 살만했다.
최근 도하는 로하에게 조금씩 더 친절해지고 있다. 아직도 아침에 자는 방에 로하가 들어오는 게 싫은 것은 마찬가지지만 로하가 울때 달래주려고 한다던지, 로하에게 장난감을 나눠주려는 시늉을 한다던지 한다. 물론 아직 멀었지만 말이다.
로하는 아프고 나서(사실 그 직전부터) 계속 컨디션이 안 좋다. 계속 약간의 미열이 있는 날도 있고 코감기도 심했다가 겨우 낫다. 그런데 가장 문제는 항상 잘 먹던 밥을 안 먹는다.
정말 심하게 안 먹고 어느 날은 겨우 한 끼 먹는다. 계속 단것만 찾고 물 같은 것만 먹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워낙 잘 먹는 아이여서 이런 거 걱정 1도 안 하다가 갑자기 안 먹으니 어리둥절하다. 처음에는 감기와 변비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감기도 괜찮아졌고 변비도 괜찮아졌는데도 그러니 걱정이다.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고 한 건데 잘 안 먹으니 한번 밥먹일 때마다 진이 많이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