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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쿤 Jul 28. 2017

네가 아닌 우리를 위한 기록 20

D+64

육아 남자

지난 주말에는 와이프가 한동안 먹고 싶어 했던 딸기 빙수를 먹으러 정자동으로 출동했다. 수유 후에 딸기 빙수 먹고 잽싸게 돌아와서 다시 집에서 수유를 하는 기적을 발휘했었다. 후후. 다행히 딸기 빙수도 성공적이었고 도하도 돌아오는 마지막에 좀 울었지만 나쁘지 않은 외출이었던 것 같다.

기분 좋은 와출


월요일은 회식으로 출산 후 2달 만에 술을 먹었다. 뭐 출산 전 한 달 포함하면 한 100일 만에 술을 먹는 날.. 오래간만에 먹어서 신나 버려서 꽤 늦게 들어갔다.

집에 들어가선 도하 손도 안 대고 자는 모습만 보고 딥 슬립... 덕분에 욕은 따로 안 얻어먹었다.


수요일에는 아침부터 열심히 일어나서 예방 접종을 하러 갔다. 집 옆의 소아과를 갔는데, 소아과에서 웬 할머니가 오지랖을 떠는 바람에 기분도 나쁜데.. 지 빨리 가야 한다고 하고 우리가 먼저 왔는데도 먼저 들어가서 진료를 받고 온다. 이런 썅.... 할머니가 개념이 진짜 없다.


나는 출근을 하고 나니 열감기가 오르고, 도하는 집에서 계속해서 잠도 못 자고 컨디션이 매우 떨어진 상태였다고 한다. 덕분에 난 퇴근해선 최대한 도하를 멀리하고, 도하는 오래간만에 밤에 하나도 못 잔 듯... 싶다. 오늘 저녁에는 또 잘 자길.




사실 어제 / 오늘은 정말 심란했다. 단지 '하루' 좀 아파서 집에서 쉬었을 뿐인데 육아는 육아대로 와이프에게 맡겨야 했고, 일은 일대로 밀렸다. 두 가지를 모두 잘하고 싶은 나의 마음이 칼날처럼 나에게 다시 날아온다.


모두에게 엄청난 업무를 주고선 일찍 퇴근하는 파트장에 대한 미묘한 시기와 질투가 느껴진다. 기존에는 압도적인 업무량과 빠른 업무 처리를 무기로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항상 이슈가 쌓여서 허덕이니 자격지심만은 아니다.


보틀넥, 병목현상... 위임을 해야 하지만 퀄리티며 게임의 방향성이며, 디렉팅 혼선이며 이런 것들이 과연 우리 조직과 우리 일정에서 허용범위인가? 에 대해선 나는 부정적이다.


이런 회사일을 제쳐두고 더 중요한 육아... 육아... 한번 아프니 그것도 맘처럼 안된다. 사실 안 아프더라도 아침에 쉽게 일어나지 지도 않는다. 아이는 정말 씻길 때 잠시만 본다. 휴... 이게 뭔가 싶다.



나의 바람.

도하가 무럭무럭 자라니, 큰 바람이 생긴다. '도하가 어땠으면 한다.' 하는 바람 말이다.

누구나 생각한다. 건강하길.... 나도 첫 바람은 아마 건강일 것이다.


나는 그리 건강한 편이 못됐었다. 많이는 아니지만 강골은 아니고 감기나 잔병은 많이 치렀다.

그러던 중 맹장염에 이은 복막염 때는 부모님을 얼마나 놀라게 하였을지 모르겠다. 고1 때, 다 키워놓은 아들의 긴급한 수술... 말도 안 되게 어려운 집안 사정. 나에게도 큰 트라우마였지만 부모님에게는 잊히지 않는 놀람이었을 것 같다.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이런 생각 해보진 않았다. 도하가 그렇게 아팠다면 나는 어떘을지, 부모로 집이 어려워서 수술을 걱정해야 하는 것은 어땠을지...


그런 의미에서 도하가 그런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은 도하를 위해서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 말이다.

건강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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