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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쿤 Aug 06. 2018

네가 아닌 우리를 위한 기록  74

D+438

육아 남자

주중에 출장이 잡혀 있었기 때문에, 일요일은 최대한 와이프 - 도하랑 같이 있으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겨우 도하 밥을 먹였는데, 그나마도 치즈로 잘 꼬셔서 좀 줬더니 먹었다. 그리고선 대략 정리하고 커피숍으로 갔다. 커피숍에서 브런치 먹으면서 도하 빵도 좀 주고, 팥빙수도 살짝 먹여주니 잘 먹었다. 다행히 컨디션을 좀 찾아가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아빠와 즐거운 주말

그렇게 한참을 커피숍에서 놀다가, 백화점 가서 출장에 필요한 것들 좀 사고 쇼핑도 좀 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지나고 저녁에는 도하의 잃은 입맛을 되돌아오게 하기 위해서 돼지고기 투입! 생에 첫 돼지고기를 담백한 족발로 먹었는데, 다행히 알레르기도 없고 잘 먹었다. ㅋㅋㅋ

생에 첫 족발 ㅎㅎㅎ

그리고 월요일 아침에 인사를 하고, 출장 고고... 


이번 출장은 지난번이나 지지난번보다는 훨씬 덜 힘든 출장이었지만 그래도 미국 출장이었기 때문에 왕복 비행시간만 25시간이 넘었다. 한국 일도 어느 정도 처리해야 했고 출장 시간도 너무 짧았기 때문에 여독이 풀릴만하니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 돌아와 집에 도착하니 저녁 7시, 겨우 화, 수, 목 3일 안 봤을 뿐인데, 도하는 훌쩍 커있는 느낌이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카핑이라는 커피숍에 이틀 연속으로 갔다. 어마 무지 커다란 커피숍이었는데, 중고 자동차 경매장을 커피로 개조 한 곳이다. 정말 넓어서 도하 또래의 아이들이 엄청나게 많고, 또 그보다 형 / 누나들도 정말 많은 아이들 천국 같은 커피숍이었다.

어마무지한 넓이?!를 가진 커피숍~

커피도 나름 괜찮은 편~ 그리고 넓은 커피숍에서 도하는 본격적으로 걷는 연습을 시작했다. 우화화... 그리고 일요일은 드디어 도하가 밥을 다시 예전처럼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컨디션이 돌아온 듯싶었다. 

서기와 걷기 연습중~

아참, 며칠 못 봐서 그런지 정말 도하가 껌딱찌처럼 붙어 있었는데, 일요일에 카핑 갔을 때는 누워서 안 자고 나한테 안겨서 한 1시간 정도 잤다. 웬만하면 유모차에서 재웠을 텐데 왠지 마음이 안됐어서 그냥 쭈욱 안아줬다. 

아빠 품에서 쿨쿨

도하가 걷는 연습을 하는 것을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데 정말 걷는 것 하나도 쉽게 되는 게 없다. 지금의 나도 엄청난 연습을 통해서 걷고, 엄청난 연습을 통해서 말하고 있고, 또 나의 여러 사고방식이나 잔머리도 긴 시간 동안 이뤄진 것이고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삶에서 얼마나 교육이 중요한지 얼마나 태도가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다들 처음은 미약하고 처음에는 다 못한다. 내가 처음 C 언어 책을 폈을 때도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였다. 큰 좌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산소 같아져버린 컴퓨터 언어의 첫 장면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도하도 곧 걸음이, 말이, 사고가 산소 같아질 것이다. 어떤 것을 잘하려면 서두르지 말고 꾸준히 시간을 녹여내는 수밖에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도하를 보면서 다시 한번 느낀다.


아이는 그렇게 천천히, 빠르게 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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