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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뽕 Jan 27. 2016

그래도 우리는 "엄마"입니다.

걱정말아요, 그대...

"오늘도 핸드폰 보며 아이를 방치했어"

"왜 난 아이가 예쁘지 않을까? 애 키우는거 너무 힘들기만 한거 같아"


내 속으로 열달 배앓아 낳은 내 새끼가 어찌 예쁘지 않을까요.. 그런데도 육아는 늘 엄마에게 전쟁 같습니다.

드라마에서 보는 육아는 예쁘기만 했는데 아이와의 24시간은 너무나 "가축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두시간마다 깨서 울어대는 아이 수유하고 밤새 선 잠을 자고 나서  누적된 피로로 아침에 출근준비를 하는 엄마는 엄마가 되었다는 기쁨을 채 느끼기도 전에 어느새 만신창이로 지쳐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됩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돌아서며 엄마 치마꼬리를 붙든 아이손을 매몰차게 뿌리치던 시린 겨울이 생각납니다. 엄마 엄마 우는 아이를 등지고 돌아서며 회사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고나서 하염없이 울었던 날이 저도 있었습니다. 내가 미쳤지 몇 푼이나 벌겠다고...하며 자책하던 시간이 흘러 흘러 저는 지금 공산당도 안쳐들어온다는 열네살 중학생 아들과 사춘기 초입에 들어선 새침떼기 열두살 딸을 키우는 서른 일곱의 워킹맘입니다.


덜렁대고 헛점많고 무언가에 싫증 참 잘 내는 저는 2003년 겨울의 초입에 열달뒤 엄마가 된다는 <선고>를 받았습니다.

"축하합니다 임신 ~주입니다"

이런 축하와 축복을 받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스물네살의 혼전임신을 한 어린엄마였으니까요.

많은 불안과 질시와 상처가 뱃속아이와 저에게 쏟아졌습니다. 계획하고 부모가 되신 분들은 상상하지 못할 아픔과 혼란이 마치 청룡열차를 탄것처럼 하루에도 몇번씩 저와 아이를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게 했었어요.


육아를 도와줄 사람도 없었고 가르쳐줄 사람도 없었고 어떻게 엄마가 되어가는지 붙들고 갈게 책밖에 없어서

실천도 못할 육아서를 붙들고 실천하지 못하는 나를 자책하며 스스로를 상처에 몰아넣고 아이를 원망하고

뫼비우스의 띠처럼 아픔이 반복되는 날이 영원히 멈추지 않을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라는 노래 가사처럼 오늘 우리가 지나는 시간과 아픔은

영원하지 않답니다. 절대 그것들은 엄마라는 우리의 위치를 흔들수도 없고 또 우리를 평가하는 잣대도 되지 못합니다.



저는 이곳에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여러분과 함께 언제나 아이편이던 육아서 그 불친절한 육아서에

상처받고 그저 엄마여서 모든것을 감수해야한다는 세상의 시선속에서 아파하는 우리 엄마들의 손을 잡아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아무도 없이 두려웠던 시간들....

그 시간속에서 힘들었던 어린 엄마였던 저의 손을 잡아주듯이 말이죠.


걱정말아요, 그대

그대는 서툰것이 당연한 서툴러서 아름다운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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