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뽕 Feb 24. 2016

열두살의 봄

사춘기...보이지 않는 탯줄을 끊어요.

열두살의 마음에 봄이 왔습니다.

제게 이 녀석은 참 특별한 아이입니다. 누가 엄마인지 구분할수 없이 제가 아이에게 의지를 많이 했던 모양이예요. 이른 사춘기를 겪고 그야말로 질풍노도가 뭔지 몸소 실천하여 주신 우리 큰아이를 보며 엄마가 너무 힘겨워하는걸 보아서 였는지 아니면 여자아이의 세삼한 특성이었는지 우리 작은 아이는 저에게 참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습니다.

엄마가 가고싶은 곳엔 토달지 않고 따라가주고 기꺼이 엄마의 놀이에 동참해 주었습니다.

엄마가 퇴근하고 오면 꼬리 흔드는 강아지처럼 엄마! 하고 달려와 품에 폭 안깁니다.

연신 엄마 볼에 얼굴을 비비고 살을 맞대며 엄마의 마음을 위로 합니다.

학교에서는 어긋난 행동 없이 스스로 자기 할 일을 알아서 하는 자랑스러운 딸이었지요.


열두살의 마음에 봄이 왔습니다.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공주에게 마음을 흔드는 아이돌 오빠들이 생겼습니다.

거울을 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입술에 제법 빨간 틴트를 바르고 앞머리엔 헤어롤을 감습니다.

엄마가 골라주는 옷은 촌스럽다고 똥꼬가 보일것 같은 짧은 치마를 꺼내듭니다.

엄마와의 외출을 귀찮다고 엄마혼자 가라고 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엄마 말에 토를 달고 톡톡 쏘아대며 말대꾸하는 일이 잦아집니다.

금방 꽈리꽃같은 웃음을 까르르 터트리다가도 금새 눈물을 훌쩍거립니다.

기분이 떡볶이 같다고 했던 아이는 매콤하다가 달콤하고 코끝이 찡한 느낌이라고 하며

또 금새 눈물을 떨굽니다.


열두살의 마음에 봄이 왔습니다.

그리고......

서른 일곱살의 마음에 가을이 스밉니다.

초 봄 시린 겨울을 이기고 잎눈을 틔운 가지에 꽃을 피우고 한여름 신록은 눈부신 잎을 피워내고

가을이면 어여쁜 꽃물들여 비록 그 어여쁜 것들 하나도 가질수 없음에도 굳건히 버티어 시린 겨울

겨우 앙상한 가지만 남아도 내년을 위해 버텨주는 나무 같은것...

그런게 엄마라고 배웠지만 그렇게 알고 있지만 서른 일곱살 엄마의 마음은 아마 그리 크지 못했나봅니다.


이제 제 잎을 틔우려는 아이...

이미 큰녀석 그리 품에서 내어놓고 허전해 보았는데도

또 이리 허전하고 서운하고 공허한 것을 보니 어쩌면 우리 두 아이보다 엄마 마음이 훨씬 어린가 봅니다.

나를 두고 가지 말라고 떼쓰는 아이처럼 아이의 말대꾸에 팩 하고 토라져버리는 엄마...

그래도 엄마 마음엔 이런 소리가 들려옵니다.

부모도 사랑받고 싶단다.

부모도 때론 너희로 인해 상처받는단다. 그것은 마치 예리한 칼날로 가슴을 그어놓는것만 같아서

차마 내보이지 못하는 상처에 쿨럭쿨럭 피가 스미지...

그래도 너희를 사랑한단다.

그러니 너희도 나를 한번쯤은 돌아보아 주면 안되겠니?


아이들의 사춘기,

엄마는 그저 이제 한 발 물러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지켜보아줄 준비를 해야합니다.

더는 내 품안에 가두어둘수도 모든 것을 내가 해결해줄수도 없고 그러길 아이가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가슴엔 찬바람이 불까요.....


얼른얼른 자라서 내 손 안가길 그렇게 바랬던 갓난아기 시절...

애 안업고 편히 안불어터진 짜장면 먹는게 소원이었던 시절...

오늘은 문득 젖꼭지 입에 물고 말간 젖물흘리며 잠든 아이보며 밤새 잠한번 푹자길 바랬던

그 날이 참 많이 그립습니다.


그러니 아가 육아중이신 엄마들...

힘드시더라도 많이 안아주시고 함께 많이 웃고 행복하세요.

힘들고 우울하고 눈물나는 시기 맞습니다.

그런데 오늘이 지나면 다신 오지 않을 아기의 한 시절...

그 시절을 만끽하셨음 좋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작은것부터 소중하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