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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뽕 May 05. 2016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마음을 나누는 것, 양으로 말고 질로 승부하세요!


저에게는 미스테리한 관계의 지인이 있습니다.

이분과 저는 온라인 카페에서 만나서 알고 지낸게 십사년째.. 큰아이를 가지고 가입한 산부인과 카페에서 만났으니 꼭 14년이네요... 이 언니와 저는 한번도 얼굴을 본일이 없습니다.

십사년동안 통화도 자주하고 서로 옆집 사는듯 사정도 훤히 아는데 저흰 한번도 얼굴을 본일이 없어요. 서로의 아이들 얼굴도 다 홈피나 카카오스토리를 통해서 봤을뿐 실제로 본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가장 삶의 밑바닥까지 곤두박질 쳤을때 늘 곁에는 언니가 있었고, 그런 저를 동정하지도 않았고, 그저 그 역시도 나인듯 받아준 고마운 언니입니다.

큰아이를 낳고 시댁에서 몸조리를 할때, 언니에게서 처음 소포 하나를 받았던 날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친정엄마한테 가서 몸조리를 할 사정이 되지 못했던 저는 하루하루가 어렵고 눈물만 났습니다. 시집와서 3개월만에 출산하고 들어온 시댁은 어려웠고, 시어머니는 아무리 잘해주셔도 편치 않았습니다. 아이가 울면 달려오시는 시어머니 시아버지가 어려워서 스물네살짜리 엄마는 하얗게 밤을 새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아무것도 먹질 못하는 제가 걱정스러워진 어머님께서 자꾸 이것저것 입에 맞을만한걸 해주셨지만, 시어머니가 해주는 밥을 설거지 하나 못하며 받아먹는게 스물네살 엄마에겐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어려운 남의 집일 뿐인 시댁에서 그저 남의 엄마일 뿐인 시어머니와 하루를 난다는 것... 더위를 많이 타는 저는 보일러 돌아가는 방에서 9월의 그 눈부신 하늘을 창으로만 보며 돌아서면 흐르는 눈물을 감출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소포 하나가 날아왔습니다. 견과류며 과자가 이것저것 정성스럽게도 들어있는 그 소포 안에 있던 한장의 편지.. 성경구절과 함께 날아온 "얼굴 한번 못본" 정성어린 마음이 겨우 아이를 지켜냈다는 나의 마음을 한없이 따뜻하게 안아주고 있었지요...아무도 기특하다고 칭찬해 주지 않았고, 태어난 아이만 보아줄 뿐 그 아이를 지켜낸 내 마음을 치하해 주는 이는 없었습니다. 빽빽 울어대는 아이가 예쁘지 않았습니다. 낳아도 내 아이 아닌 것 처럼 아이는 서먹하고, 나는 엄마가 되지 못한 모든것이 불안한 스물 네살일 뿐이었는데 언니는 저를 기특하다, 장하다, 하며 글로서 등 두드려주고, 어루만져 주고, 무엇보다 아기보다 저를 먼저 보아주었습니다.


사람은 꼭 만난 횟수, 기간에 비례하여 마음을 나누는 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낍니다.

이 언니와 전 아직도 얼굴을 본 적이 없지만, 여전히 나의 가장 친한 언니고,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고, 내가 힘들면 가장 먼저 전화번호를 누를 사람이고, 제 좁은 인간관계 안에서 가장 고마운 사람중 한명입니다. 사는 곳도 멀어서 만나지지도 않는 우린 무슨 연이 닿아 이렇게 자매처럼 지내게 되었을까요...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에게 공감된 고리라고는 "엄마"라는 고리 말곤 없는데 대체 무엇이 우릴 이렇게 가깝게 만들었을지...


그 정답은 아직 모릅니다. 다만 우린 얼마전 서로 같은 집에서 좋아하는 스콘을 시키고, 어느 주말이 되면 커피한잔을 타놓고 스콘을 꺼내먹으며 또 전화를 할겁니다. 속이 상하면 전 또 철부지 막내동생처럼 언니에게 고자질을 할테고 언니는 마치 동생을 때린 개구쟁이 녀석을 때려주러 나서듯, 제 말에 공감하며 마구 제 편을 들어주겠지요. 언니에게 어떤일이 생겨도 또 저역시 마찬가지 일 겁니다. 아마 우리가 얼굴을 못보고 산다는게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던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편파적 내편"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살면서 객관적으로 나를 보아줄 사람은 너무너무 많죠. 그래서 우린 이따금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엄마가 아이편을 드는 것처럼 무턱대고 내편을 들어주는 "편파적 내편"이 그리운 날이 있습니다. 언니는 두말없이 내가 네 편 할께 라고 말합니다.

언니가 없는 저는 마치 시집가서 멀리사는 친정언니가 있는것처럼 든든합니다.

누군가가 온전히 나를 믿으니 그 믿음을 배신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내가 더 책임감있게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의무감과는 다른 것입니다. 언제고 저 나무에는 꼭 꽃이 필거야 라고 믿고 기다리는 것이 아이를 대하는 부모라고 소아정신과 서천석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언니는 저를 보며 그 믿음을 제게 주었고 저는 그 믿음을 밑거름삼아 뿌리를 내리고 뻗는데 성공했지요. 사람에게 믿음을 준다는 건, 내가 이 사람을 몇년을 알았다거나, 몇번을 만났다거나 하는 횟수의 중요하겠지만 얼마나 마음을 맞대고 진실한 관계였나가 훨씬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한해 한해 지나며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게 참 쉽지 않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아이들은 토라져서 금새 싸워도 다음날 잘도 친해지는데 어른이 되어가며 우린 마음속에서 많은 것들을 나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기대하며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계산하고 서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저부터도 그렇구요.

오늘은 어린이 날이예요. 햇살이 너무 좋네요. 어제는 마치 태풍이 올 것 처럼 바람이 불었는데 오늘은 정말 햇살도 너무 하늘은 눈부시구요... 우리 아이들 손잡고 나선 나들이길 즐거운 추억 많이 만드시고 탈없이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좋은 장난감, 맛있는 외식도 좋지만.. 우리 아이들 가슴에 우리 엄마아빠가 오늘 만큼은 "편파적내편"인양 든든한 시간과 추억을 나누어 주었노라고 기억되었길 바래봅니다.

아 저요?ㅎㅎㅎ 저는 오늘 출근!! 우리집 어린이들은 특별한 어린이날 체험을 위해 어린이가 밥 챙겨먹고, 어린이가 청소하는 어린이날을 선물받았지요 ㅎㅎ 엄마의 눈부신 배려...ㅎㅎ 저처럼 오늘도 일하시는 워킹맘 워킹데디들도 힘내세요!! 괜찮아요, 아이들은 그저 엄마 아빠가 열심히 사는 시간을 종종 밟고 뒤쫓아 오는 병아리들이예요. 엄마아빠의 그 열정과 땀의 기운이 고스란히 아이의 마음에 남으니까 절대 우리 미안해 하지 않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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