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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뽕 Apr 26. 2016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아줌마, 그 어여쁜 이름- 아줌마는 엄마이고, 사랑입니다.


"아줌마! 공 좀 주워주세요"

놀이터를 지나가다 보면 의례 듣는 말입니다. 한참 새댁 소리를 듣던 스물너댓살... 새댁소리도 참 쑥쓰러웠던 그 어리다면 어릴수도 있는 제가 이제는 아이가 놀이터에서 넘어지거나, 자전거를 일으켜 세우지 못하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달려가, 아이에게 "아줌마가 도와줄께" 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게 되었습니다. 시장을 가도 슈퍼를 가도 학교를 가도 어느 순간 그 아줌마라는 호칭에 저는 참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 호칭이 사회통념상 그리 좋은 이미지도 아닌데 아줌마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푸근하고 정감가는게 엄마의 밥짓는 냄새도 생각나고, 시집가고 한해가 채 안되어서 찾아간 친구집 엄마가 한사코 손을 저녁상을 차려주던 것도 생각납니다. 돌아가시고 안계신 친구엄마가 해주셨던 박나물이 서른 중반을 훌쩍 지나가는 지금까지도 생각이 나는걸 보면 제겐 아줌마라는게 그저 뻔뻔하고 무식하고, 오지랖 넓은 이미지는 아닌게 분명합니다.

시골에서 자란 저는 엄마 친구들이 늘 집에 북적북적했습니다. 비단 우리집 뿐만 아니라, 동네 어느집에 가서라도 "아줌마, 우리 엄마 있어요?" 하고 소리치면 동네 아줌마들은 인심좋게 나와 시원한 미숫가루를 타주거나 얼음과자를 손에 들려주거나, 또는 엄마가 빼꼼 고개를 내밀기도 했습니다. 집에 와서 엄마가 없어 서운했던 마음은 오간데가 없고 거기 있는 엄마가 반가워 달려가 안기면 아줌마들은 "어휴, 여수(여우)같은것~"하며 곱게 눈을 흘기기도 했었지요. 어느집이나 가서도 점심을 얻어먹을수 있고, 어느 집이나 가서 "학교가자!"하면 친구를 만날수 있었던 곳엔 늘 "아줌마"가 있었습니다.
유년시절의 따뜻한 기억에도, 서러운 기억에도 언제나 아줌마는 넉넉하고 따뜻한 웃음으로 기억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느닷없이 비호와 같은 움직임으로 다가와 자리를 잡는 사람, 오지랖 넓고 목소리 크고 무식한 사람, 극악스럽고 억척스러운 속물, 잔소리.. 온갖 안좋은 이미지로 변질되어 버린 우리의 아줌마.. 이렇게 억척스럽게 세상을 살아나가게 된 데는 다 저마다의 사연과 이유가 있겠지요. 왁스의 "아줌마"라는 노래를 들어보면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우리 옆에는 위험한 세상에 큰 다리가 있어. 때론 지겹고 사랑스러운 단한사람~ 아줌마는 너무 힘들어 아줌마는 너무 외로워 아줌마는 우릴 지켜줘, 아줌마는 우리 모두를 사랑해~] 

아줌마.. 다른말로는 나의 엄마, 또는 엄마인 나, 다른 아이의 엄마.. 그들은 누군가의 엄마였습니다. 지킬 것이 있는 사람은 강해지지 않으면 안됩니다. 새끼를 가진 짐승이 예민해지고 새끼를 낳고 나면 주변의 모든 것을 경계하는 것처럼 자식을 키우는 엄마는 세상에 맞서 이를 드러내고 내 아이를 지켜야 합니다. 생명을 잉태하는 순간 작은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그것을 지켜내기 위해서 못 할 것이 없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아빠가 되는 대부분의 남성들과는 달리 그래서 여성에게는 잉태의 소명이 닿는 순간 엄마가 된다고 합니다. 태 안에 생명을 품고 겪는 40주는 생전에 겪지 못한 힘겨움이고, 놀라움이고, 고행이었으며, 기쁨이었고, 행복이었습니다. 그 작은 생명을 세상에 내어놓느라 살이 찢기고 뼈가 무르는 고통이 찾아와도, 엄마는 기꺼이 감수합니다. 그것은 아줌마가 되는 힘의 원천이었으리라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 아이를 데리고 살아가야 할 세상은 동화책에 나오는 것처럼 어여쁘지만은 않습니다. 온갖 위험이 도사린 이 세상을 아이가 분홍빛 로망으로 꿈꾸고 살아가게 하기 위해 엄마는 다시 여전사가 됩니다. 내 아이의 예쁜 삶과 꿈을 위해 엄마는 악의 무리와 맞서 싸우는 파워레인져, 또봇, 레스큐포스 이런 전사로 다시 태어나죠. 그러니 "아줌마"는 어쩌면 억척스럽고 목소리 크고, 우악스러울 운명을 처음부터 가진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마치 복어가 몸을 부풀려 적에게 겁을 주듯 아줌마는 그런 아이템을 장착하고 아이와 가정을 지키는 "엄마"니까요.

어느 밤 남의 집 아이가 밤새도록 울면 시끄럽다고 짜증을 내던 아가씨가, 그 밤 밤새 어느 집 아가가 저리 울어대나, 어디가 아픈가, 혹 집에 무슨 일이 있나 아기 울음소리를 함께 걱정하는 오지랖 넓은 "엄마"가 되어갑니다. 그렇게 우린 "아줌마"에 익숙해져 가는 것이죠.

누가 아줌마를 우습게 여기나요? 아줌마의 손길이 있었기에 우리 모두 이만큼 잘 성장했지요.

자 우리 아줌마들!!

가슴 쫙 펴고 자랑스러워 하세요. 당신은 어린 시절 누군가의 추억속에 엄마 품 만큼이나 넉넉한 품을 나누어준 고향과도 같은 사람이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이름만 들어도 가슴아린 엄마였으며, 또 다른 이에겐 내 일을 자신의 일인양 달려와 도움의 손길을 불쑥 내밀어주던 고마운 이웃이었습니다. 당신의 큰 목소리가, 조선을 다 덮을 오지랖이 모르는 사람들에겐 조롱거리가 된다고 해도 걱정하거나 아파하지 마세요. 몰라서 그런 것 뿐이예요. 엄마는 엄마가 되어 자식을 키워보아야만 알수 있는 영역이예요. 그리고 우린 알죠. 우리 모두가 어떻게 아줌마가 되어갔는지 말입니다.

언젠가 아이랑 보던 만화중에 안녕 자두야~ 라는 만화가 있었습니다.

거긴 늘 승진에서 미끄러지고도 사람좋아하고 술좋아하는 마음만 착한 남편과, 공부는 별로지만 의리있고 씩씩하고 때론 엄마 골려먹기 좋아하는 큰딸 자두와 영리하고 예쁜 작은 딸 미미, 그리고 두 딸낳고 마음고생 했을것이 뻔히 보이는 막내 아들 애기를 키우는 나옵니다.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넉넉한 몸집, 목소리는 늘 지붕이 들썩들썩, 남편에게 바가지는 기본이요 화가 나면 폭력이 난무하는 자두 엄마는 어느 날의 우리들 엄마의 모습입니다. 교양이라곤 찾아볼수 없고 우아하지도 않지만 그런 자두 엄마는 억척스럽게 살림을 살고 승진에 미끄러진 아빠의 마음을 다독이고 , 아이들을 바르게 키워냅니다. 늘 소리만 지르고 돈타령 하는 지긋지긋한 아줌마의 모습이 바로 이 가정의 중심이고 버팀목인 것이죠.

그러니 우리 이제 자랑스럽게 말하자구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아이에게 이모라고 우기지 말고, 우리 오늘부터 자랑스럽게 말해봐요.

"아줌마가 도와줄까?" 하고 말이죠^^

황사가 심해요.. 햇살 좋은데 산책하긴 별로라지만 그래도 따뜻한 햇살보며 기지개 한번 켜보자구요!

우리 엄마들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고 점심식사도 맛나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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