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뽕 May 17. 2016

봄을 앓는 마음의 시간

공산당도 무서워하는 중학생 사춘기!


빌어먹을 사춘기!!

망할자식!!

내가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아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나!! 내가 너를 불면 날아갈까 쥐면 꺼질까 하며 키우진 못했다해도, 언제나 내겐 아픈 손가락.. 아리고도 아린 가슴으로 너를 키웠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수가 있는거니!! 핸드폰 그만하란 소리가, 피시방 가지말란 소리가, 시험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문제집 한번을 안펴보는 너에게 한 잔소리가 핏대를 올리며 엄마에게 소리를 지를만큼 내가 너에게 잘못한 일인거니!! 이럴려고 너를 낳은줄 알아!! 이럴려고!! 이럴려고!! 내 엄마 가슴에.. 나를.......열달 태안에 품고, 스물 네해를 가슴졸여 키운 내 엄마 가슴에 대못을 박고 너를 지킨줄 알아!!

...........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에휴~


겨우 수학학원 하나 가는 녀석이 오늘도 어김없이 네시에 학교를 마치자마자 피시방으로 달려가겠죠. 엄마가 도착하는 여섯시까지 부랴부랴 집으로 와서 가방만 바꿔들고 학원에 데려다줄 제 차를 타러 나왔을 겁니다. 안그랬다간 한바탕 잔소리를 폭풍같이 듣고 학원을 갈 판이거든요. 종알종알 그날 있었던 일을 참새처럼 재잘거리는 여동생과는 달리, 이 녀석의 시선은 내내 핸드폰으로만 향합니다. 입학선물로 사준 저놈의 핸드폰..... 성질대로 하면 정말 패대기를 치면 속이 시원하겠는데... 저걸 왜 사줘가지구 이 난리통에 불을 지르는지 애아빠가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학원앞에 내려주자 이녀석이 "아 존나 학원가기 싫다~" 하며 차문을 쾅 닫습니다.

저게 내가 엄마로 보이지도 않나! 어디서 저런 말을!! 하고 화가 돋지만 이미 녀석은 학원 안으로 사라진 뒵니다. 집으로 돌아가자 현관부터 던져진 이녀석의 책가방, 신주머니, 양말이 어지럽습니다.

아침에 자고난 이부자리 하나 개켜져 있지 않고 벗어놓은 옷도 욕실앞에 그대롭니다. 퇴근후 아이들 학원까지 데려다주고 나면 기진맥진인데 하필 오늘 애들아빠는 야근입니다. 애들이 마치기전에 청소를 해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부랴부랴 청소를 하고 밥을 하면 반찬은 채 하지도 못하고 작은아이가 데리러 오라는 전화가 옵니다. 그놈의 수학학원.. 같이 좀 마쳐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빌어먹을...작은아이를 데리고 오면 잠시후 큰놈도 데리러 오라고 전화가 옵니다. 그럼 아홉시....이때쯤 되면 엄마는 말할 기운도 없습니다.

겨우 이 녀석들 밥만 주고 얼른 치우고 나면 이녀석 또 핸드폰에 코를 박네요.

그때부터 이놈의 집구석은 전쟁 스타트입니다. 핸드폰 그만해라, 책좀 봐라, 숙제는 했니, 엄마의 잔소리에 단 한마디도 지지않고 열네살 아들놈은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며 대듭니다.

급기야 "내가 알아서 할거니까 상관하지말라고!!!!" 하며 방문을 꽝 닫습니다.

처음엔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니 이제는 그것도 매일 겪는터라 눈물도 나지 않습니다.


망할자식..

내가 절 어떻게 낳았는데....내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

자라며 엄마가 이말을 할때가 싫었습니다. 누가 낳아달란것도 아닌데 엄마 맘대로 낳아놓고, 왜 저런 책임을 나한테 전가하는건가 싶었더랬죠. 그런데 어느날 밤 부엌에서 설거지하며 제가 이런 신세한탄을 하고 있네요.

공부도 하기 싫고, 학원도 학교도 존나 다니기 우리집 열네살....벌써부터 고입준비를 한다고 다른 아이들은 온통 열공중인데 이녀석 시험점수가 40점 50점이 나와도 어차피 난 안돼 하며 만사 포기한듯 무기력합니다. 그 망할놈의 스마트폰이 점점 더 애를 무기력하게 만드는것 같아 화가났는데 어느날 보니 이 녀석을 무기력하게 만드는건 믿어주지 못한 부모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할수 있다, 잘하고 있다, 잘했구나 이런 칭찬을 어린 시절부터 몇번이나 해주었을까...

늘 안돼, 만지지마, 하면 안돼, 나빠, 엄마가 해줄께.... 내가 아이에게 선택의 기회는 얼마나 주었을까??

아이의 실수나 잘못을 얼마나 수용하고 그 잘못을 책임지며 아이가 실수를 있도록 했을까?

처음부터 맞벌이부부였던 우리는 아이의 사소한 실수를 너그럽게 수용할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늘 피곤했고 늘 지쳤고 늘 바빴죠. 어리고 두려웠고 모든게 서툴렀던 그때, 그때로 돌아갈수만 있다면....그렇다면 이 여리고 보드라운 녀석을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안아주었을것이 틀림없을텐데....그러지 못한 세월 서로의 가슴에 상처의 골은 너무 깊어져버린 것 같아 겁이 납니다.


육아에 관한 모든 책을 읽습니다. 내놓으라 하는 스타강사의 강의도 듣습니다. 스님의 법강도 들어보고 신부님의 설교말씀도 들어봅니다.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세상의 신이라면 하느님 부처님 공자 맹자 알라신 하다못해 산신령님이라도 이 터질것 같은 내 이야기가 들리면 좀 들어달라고 외치고 싶습니다. 자꾸 손을 놓고 멀어져가는 아이가 두렵습니다. 어떻게 잡아주어야할지 열네살이 처음인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말이지요.

언젠가 꽃이 필 아이...

그런데 그 꽃망울이 정말 피어날까? 하얀 목련일까 노란개나리일까 어여쁜 팬지일까 설레이며 기다리지 못하며 정말 꽃일까? 꽃이 아니면 어쩌지? 하며 종종거리는 엄마가 미울테지요. 그러니 더 밉게 구는 거라는 것도 압니다. 믿어주어야지....내일 아침에는 꼭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어야지....하지만 다시 해는 뜨고 똑같은 전쟁은 반복됩니다.


아, 사춘기~

이 전쟁의 어디일까요? 아무도 모르겠죠....하지만 끝내 믿어주고 싶은 한가지...그리고 꼬옥 당부하고 싶은 한가지... 나는 네가 결코 나쁜 사람이 되지 않으리라는 것, 그리고 설령 네가 어떤 잘못을 하든 어떤 모습을 하든 세상 모두가 너에게 등을 돌려도 엄마에게 돌아와도 된다는 것...그것은 잊지 않았음 좋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