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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뽕 May 24. 2016

아, 젠장 아이가 다쳤다!!

알아주지 못해도 괜찮아, 그래도 사랑하니까....

젠장, 아이가 다쳤다.

끝내 하나 다니던 수학학원을 가지 않겠다는 큰녀석과 언성을 올리며 전쟁을 치르던 저녁, 너무 얄미워 뒤통수를 한대 퍽 때렸더니 이 녀석 눈에 불을 켜고 덤벼 들었다. 어디 보낼자신 있으면 보내보라는 말에 이성의 끈이 의 끈이 끊어지기 직전의 내 손은 녀석의 팔을 붙들었고, 이 녀석은 온 힘을 다해 내 손에서 제 팔을 빼냈다.

그 순간!

아이의 팔에 새빨간 피가 솟구쳤다. 빌어먹을... 제때 자르지 못한 손톱이 아이의 팔 안쪽 여린 살을 긁어 아이의 팔엔 살이 훅 까져 생채기가 생겼다. 속살이 보이는 아이의 생채기가 눈앞에 보이는 순간.. 그 쓰린 속을 누가 알까.. 차라리 아프다고 울기라도 했으면 속이 덜 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자식이!!!!

에이 씨 하며 돌아서 욕실로 가더니 그 쓰린 살을 물로 헹구고 혼자 밴드를 꺼내더니 어쩌질 못해 그걸 씽크대에 떡하니 붙여놓고 맨 상처에 붙여보겠다고 용을 쓰고 있는거다. 그 꼴을 보자니 아....정말 이 손모가지...일찍 손톱을 자르지 못한 이 손모가지를 용서할수 있을거 같지가 않았다. 아이 옆으로 다가가 씽크대에 붙인 밴드를 버렸다. 아이 손에 들린 연고를 보니 "타박상 연고"다. 이 자식 눈엔 한글이 안보이나.....젠장....

"옆에 앉아"

아이가 곁에 앉자, 소독약을 꺼내 상처를 소독했다. 따가워?하고 묻자 그저 미간을 찡그리며 도리질을 할뿐 아이는 말이 없었다. 연고를 바르고 습윤밴드를 붙여주었다. 밴드가 붙어야 한다는 핑계를 대며 아이의 팔을 꼭 쥐었다. 따뜻한 아이의 체온이 눈가에 눈물로 차올랐다. 빌어먹을 학원이 뭐라고!! 가뜩이나 우유같이 흰 피부를 가진 녀석인데, 흉지면 어떻게 하지.... 내가 일부러 이랬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하지? 아니 그런건 다 됐고... 내 새끼, 아파서 어떻게 하지....아 젠장 젠장 젠장!!!!!



어제 밴드를 갈아주다 보니 이제 조금씩 딱지가 앉는것 같다. 흉지지 않길 두손모아 빌 뿐이다.

가까운 곳으로 학원을 옮겨주면 다니겠다고,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침 작은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 중고등반도 있어서 그리로 옮겨주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그것도 좋다고 했다. 중등반은 시간이 7시부터라고 해서 난 오히려 좋았다. 이 녀석 더이상 학원시간에 쫓겨 9시에 저녁을 먹지 않아도 되서... 배곯고 책상에 앉혀놓지 않아도 되서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일찍와서 작은아이 서둘러 학원에 실어다주고 이녀석 저녁을 후다닥 해먹이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이제 전날 저녁에 간단한 국거리를 만들어두어야 겠다.

아이 밴드를 갈아주며 말했다. 엄마가 일부러 그런거 아니야... 팔 이렇게 만든건 미안해.... 정말 이렇게 될줄 몰랐어. 난 그냥 네 팔을 잡고 널 바라보려고 했던 것 뿐이야...미안해....정말 미안해....

무뚝뚝한 아들은 응 하며 고개를 끄덕일뿐이었다. 그 상처에 연고를 바르고 다시 밴드를 붙이고 밴드가 꼭 붙어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며 나는 다시 아이의 팔을 손으로 꼭 잡았다. 다친건 아이의 팔인데 자꾸 내 가슴에서 뭉클뭉클 새빨간 피가 솟는것 같았다. 내 입에서 다시 한번 미안해 라는 말이 나왔다.

아들 녀석도 다시 한번 대답했다.  "응, 내일 학원에 가보자"

아들녀석이 곁으로 와서 다시 어리광을 시작했다. 아끼는 강아지 쿠션인형을 품에 안고 와서 엄마 무릎에 얼굴을 부비기 시작했다. 어색하지만 아이를 품에 안았다. 따뜻하다... 덩치 큰 곰인형을 안은것 같다. 이제 나보다 옷도 크게 입고 신발도 크게 신는다. 곧 몸무게도 얼추 비슷해질거같고 조만간 키도 추월당할거같다. 아마도 사고 역시 나보다 넓어질테고 난 변화의 중심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녀석이 내 뒤를 종종 따라오며 큰것처럼 아마 나도 이 녀석의 뒤를 종종 따라가며 나이들어 가겠지....

그래도 아직은 이렇게 따뜻한 나의 아들로, 나의 큰아기로.... 커다란 궁둥이를 흔들며 엄마에게 어리광하는 나의 첫사랑으로, 조금만 더 내 품안에....시간이 천천히 지나서 아주 조금만 더 내 품안에....있어주었으면..... 늘 아저씨 냄새 난다고 타박했지만 사실 이녀석의 머리칼에서는 바람과 햇살의 내음이 난다. 봄을 앓는 가슴에 스치는 따스한 살랑바람이 상처난 마음마저도 어루만져 주길 밤 늦도록 녀석의 머리를 쓸어주며 기도해야지....


꼭 말해주고 싶었다.

모 우유 광고의 카피처럼 말이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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