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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뽕 Jul 14. 2016

중1병보다 더 무서운 초5병.

아, 싸가지 싸가지, 개싸가지!!!!!

이런 천박한 제목으로 시작하는 까닭,

중1... 예비중2병 보다 더 지독한 초5병에 시달리는 탓입니다.

아들놈은 고집을 부리고 화를 내고 소리를 질러 사람 속을 뒤짚었습니다. 저를 상처준다기보다는 약을 바짝바짝 올렸죠. 아들놈은 아주 정확히 저를 간파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엄마가 화를 내는지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그걸 빌미로 엄마가 화내서 안해 라고 말하곤 했죠.

그걸 알면서도 매번 그 화에 놀아나는 저도 참 한심했지만, 전 진심으로 이 녀석이 싫어졌습니다.

내가 이 집만 나가봐라, 니가 엄마 같이 가요 천만번 매달려도 절대 넌 안데려갈거라고 혼자 유치한 다짐을

하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초딩 5학년 공주는 달랐습니다.

이녀석은 엄마 살처럼 붙어 엄마 없음 못살아!! 를 외치던 아이였습니다.

늘 말썽이 많았던 오빠와는 달리 이녀석 반에 가면 엄마는 어깨에 럭비선수 같은 뽕을 넣은듯 힘을 주고 교실을 나오곤 했습니다. 그저 똑부러진다, 나무랄데가 없다 했던 아이였고, 엄마가 어딜가든 엄마의 친구가 되어주고 엄마 편이 되어주던 살같은 아이입니다. 그런데 이 녀석이 변했습니다.

책보기를 소홀히 하지 않던 아이는 하루종일 핸드폰을 들고 친구들과 연신 카톡을 하고, 유투브에 넋을 빼고 있는가하면, 시간을 가리지않는 메신저 울림에 화를 내면 팩 토라져 울어버립니다.

엄마의 말에 엄마나 잘하라며 엄마는 그렇게 잘났는데 왜 좋은 회사 못다니고 이렇게 사냐고 악을 악을 썼습니다. 늘 투박하던 아들아이와는 달리 그저 쪽쪽쪽 물고 빨고 키운 아이... 어릴때부터 몸이 약해 사흘들이 아픈 아이라 늘 노심초사 행여 불면 날아갈까 쥐면 꺼질까 키운 딸아이의 말에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좋은 학교, 좋은 미래....그래 내게도 있을수 있는 일이었다.

편입까지 한 학교 지도교수가 넌 바로 내밑으로 들어올 생각하고 공부 열심히 해라 하는 말을 들었을때까지도

내가 너희 엄마로 살 날이 그리 가까운줄 몰랐으니까.....

너희 엄마가 되지 않아도 되는 기회가 내게도 있었다.

누구나 엄마가 되었다고 아이를 낳는것은 아니라는걸 나도 알고 있었고, 그 선택의 기회가 나에게도 있었다.

그 길을 갔다면, 아마 나는 많은것들을 얻었을것이다.

분명 리스크보다 내게 오는 실리적 이득이 훨씬 많은 선택이었음은 부정할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면서도 엄마라는 선택을 한 것은 오롯이 내 선택이었으니 누굴 원망할 생각은 없다만...

그러게....나는 지금 좋은 직장...너희들이 드라마에서 보는 그런 화려한 직장을 다니는 건 아니지만 내 자리에서 내가 할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나와 맞지 않는 경영학을 공부하는건 너희가 좀더 크고 나는 나이가 들때 전문직을 가지고 있어야 내가 너희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너희를 서포트할수 있는 일을 할수 있을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고, 내가 그렇게 하고 싶었던 글을 쓰는 일에 매진할수 없는 것은 당장의 수익이 너희의 꿈과 직결되기 때문이며, 내가 그렇게 염원했던 무대로 돌아갈수 없는 것은 내 꿈이 너희에게 불편을 주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말을 들을줄 알았다면........나는 그 추운 겨울 혼자 찾아간 병원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


많은 말들이 마음에 차올랐습니다.

가뜩이나 눈물많은 저는 어느새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머릿속에 만마리 정도의 벌떼가 윙윙거렸고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내가 어딜 향해 걷는지도 모르고 하염없이 걸었습니다. 좁은 동네에 운동나온 사람들이 많은데, 주책맞은 눈물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서러웠습니다.

네 그 말이 딱 맞았습니다, 전 서러웠어요.

큰 아이를 가져서는 아이가 오른쪽으로 기울어 출산전 내내 오른쪽 다리를 절고 다녔습니다.

눌린 신경이 아이를 낳고 많이 회복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전 오른쪽 다리와 무릎이 좋지 않습니다.

작은 아이는 양수과다로 낳는 날까지 행여나 하며 마음을 졸였습니다. 대부분은 원인이 없지만 10%정도 뇌신경 손상으로 양수과다가 있을수 있다고 했습니다. 낳는 날까지도 무사하길 염원했던 아이...

양수과다로 폐가 눌려 폐암 환자처럼 숨을 헐떡거리며 지킨 아이... 조기 진통으로 4개월반만에 진통이 와서 회사다니며 밤엔 응급실가서 자궁수축방지제를 맞아가며 버텨 낳은 아이....

순한 오빠와는 달리 낳아서도 유난히 엄마만 찾아대던 아이여서 그런지 저도 남다르게 애착을 가졌던 딸입니다.  그런 아이가 사춘기가 오며 틴트를 입술에 바르고 시내에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고 짧은 옷을 입고...

자길 왜 이렇게 못생기게 낳았냐고 하길래, 너처럼 어여쁜 아이가 어디있다고, 이쁜 꽃같으라고 엄마가 태명도 예쁠윤 꽃영 윤영이라고 불렀는데 정말 예쁜 팬지꽃같은 아이가 나왔다 하니 말도 안된다고 핀잔을 주고....

더이상 엄마랑 어디를 다녀주지도 않고, 해준건 싹 까먹고 안해준것만 서운한 배은이 천만배는 망덕한 불효녀가 되었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저도 이제 틴에이져 둘을 키우는 헬춘기 맘이 되었습니다. 지옥의 사춘기 월드에 들어왔죠.

빌어먹을.....

정말이지 싸가지, 싸가지, 개싸가지!!

니들도 꼭 니들같은거 낳아서 니들만큼만 속썩고 살아봐라 썩을것들.....


어제 ㅅㅐ벽......

큰놈이 엄마를 깨웁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시계를 보니 새벽 두시....

자다 꿈 꿨다고 엄마 옆에 와서 자면 안되냐고 합니다.

"이불가지고 와라....불켜고 넘어지지 않게" 하니 화장실도 따라가 달랍니다. 귀찮은 녀석...

그래도 비척비척 일어나 좀비처럼 걸어 쉬야하는 열네살 아드님 곁을 지켜드립니다.

그러고보니 엄마랑 외식도 안하는 이분, 샤워하고 수건없다고 벗은 몸으로 문열고 엄마 수건!! 하는거보니

아직은 아기 맞습니다. 그래도 저 쳐다보면 지랄지랄해대서 예의상 고개는 돌려드립니다....

그 몸땡이 누가 다 키운건데.....내외질인지 ㅎㅎ


큰놈 데려다 이불 깔아주고 재우고 겨우 잠이 들려는데 이번엔 작은놈입니다.

엄마 화장실 같이 가줘....

그 싸가지 없는 기세면 귀신을 한트럭은 때려잡겠구만 하며 톡 쏘아붙이고 싶은데

또래보다 키도 작고 많이 마른 이녀석....아직도 한웅큼밖에 안되는것이 안쓰러워 가자 하니 안아줘~합니다.

류마티즘이 심해서 절대 아이 안아주지 말라고도 했지만, 잠도 덜깨서 안아줘 하는걸 안안아주지도 못해서

그래 하고 안아 다섯걸음 화장실을 데려다줍니다.

돌아와 곁에 뉘였더니 강아지처럼 꼬물꼬물 젖가슴을 파고드는걸 보니 이것도 아기입니다.



싸가지 없는 틴에이져 둘이 똑같은 표정으로 똑같은 숨을 쉬며 똑같은 자세로 양옆에 잡니다.

가운데있는 엄마는 두놈을 끌어안았더니 팔이 모자릅니다.

날도 더운데 두놈이 있으니 더 더운것 같습니다.

이런 개싸가지들......이쁘기도 하지.....ㅋㅋ 하고 웃는 저는 바보인가 보네요.....



이럴줄 알았으면 엄마한테 잘났다고 다박다박 말대답하지 말걸 그랬습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왜 낳았냐 엄마 맘대로 낳고 왜 나한테 그러냐 이런 못박는 말 하지 말걸 그랬습니다.

친정엄마가 한말이 딱맞습니다.

"역사는 돌고 도는거여 이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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