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검의 양날과도 같아요-인터넷 악플
어릴때부터 글을 끄적이는 것이 좋았던 저는 사는 내내 늘 무언가를 끄적거리며 살아왔습니다.
나혼자 끄적거리는 것도 좋아했고, 무언가를 써서 남을 보여주는 것도 좋았습니다.
수년전 MBC방송사에서 방영된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며 저는 생애 처음 팬픽이라는 것을 써보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쓰는건 나중이었고, 처음 팬픽이라는게 뭔지도 모르고 글들을 접했을때 그것은 가히 경이로운 신세계였습니다. 내가 본 드라마를 나만의 시각으로 각색할수 있다는것, 똑같은 드라마에 똑같은 주인공을 가지고 저마다 너무나 다른 색을 만들어낸다는것이 신기했고, 무엇보다 그 드라마가 열린 결말로 명확한 엔딩을 주지 않고 끝나서 아쉬움에 몸부림치고 있었던 터라 저만의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토록 오랫동안 한 드라마의 케릭터를 간직한 적은 없었는데...
외로움이 많고 상처가 많아 스스로를 동굴에 가둬버린 남자 주인공이 강한척 독한척 하며 오히려 나 너랑 안놀아!! 하고 악다구니치는 덜자란 어린 아이같아보여 마치 내 안의 어린아이를 보는 듯해서인지 몇년이고 그 팬픽이란 것을 손에서 놓지 못했습니다.
수많은 작가님들이 글을 썼었고, 그중에는 우와 할만한 필력을 지닌 분도 있고, 심지어 프로작가를 본적도 있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가지 관심사로 만난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고 그것을 읽는 독자도 되어 의견을 나누고 이미 끝나버린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만들어 아쉬워하고 즐거워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오래 지났고, 이미 많은 이야기를 써냈을무렵 카페에는 작은 분란이 일어났습니다.
제 글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이미 팬픽은 2차표절작입니다. 작가의 고유한 이야기를 각색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표절이란 말은 합당치 않지만, 어쨌든 각색된 이야기는 그 작가의 것이니 쉽게 표절이란 말을 쓰겠습니다. 어느 작가 어느작가의 어느 글과 비슷하다 빗금까지 쳐가며 길게도 쓰셨던걸로 생각되는걸 보니 그만큼 제 글을 열심히 보아주신걸 감사해야할지, 아니면 그 논란이 난게 2010년이니 이미 그때만 해도 엄청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뒤인데 한가지 드라마에 한가지 스타일의 주인공과 동일한 소재 들을 가지고 몇년씩 이야기를 이어오면서 겹치는 부분이 하나도 없으리라 생각했던 그분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제 탓인지 지금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는 꽤 곤란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그보다 더 무서웠던건 저에게 악성댓글을 다는게 문제가 아니라 폭풍같이 날아드는 쪽지와 메일이었습니다.
자기들이 수신은 다 거부해놓고 폭탄처럼 쏟아붓는 쪽지에는 제 글에 대한 비난만 있는게 아니었거든요.
차라리 저를 폄하하고 욕하고 그랬다면 오히려 전 그럼 너도 내꺼 보지마 안보면 되지 라고 반응하고 말았을지도 모르는데....저와 같이 활동을 하던 작가님이 자기 글을 표절했다는 말을 듣고 신경을 쓰다가 원래 지병이 있었는데 이 일 때문에 쓰러져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는 내용의 쪽지가 도착하며 저의 멘탈이 붕괴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이 드라마가 현실속에서 진흙탕을 구르면서도 꿈을 놓지 않는 나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의 열정이 아픔이 현실에 잡아먹힌 비겁함이 너무나 나의 이야기 같아서 시작했던 일이 누군가에게 해를 끼쳤다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엄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나를 아는데 나는 그들이 누구인지 모르는 채로 나는 한마디 해명도 할수 없는데 그들은 내게 마구잡이로 비난을 퍼붓고... 물론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많았지만 원래 사람이 응원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 법이어서인지 그땐 그게 별로 힘이 되지 못했습니다.
이 중에 내가 아는 사람이 있으면 어쩌지? 오늘 헤어지면서 안녕하고 인사했던 사람이 있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미치자 저는 밖으로 나갈수가 없었습다. 사람이 너무 무섭고 두려워서 베란다에서 밖을 내다보던 어느 밤... 베란다에 반이 넘게 걸쳐진 내 몸을 인식하지 못했다면, 전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이건 아니다 싶어 더이상 나를 괴롭히면 나도 가만있지는 않겠다는 말을 커뮤니티에 남기고 진심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지만 어거지로 들은 사과 몇줄로 이 일은 일단락 되었습니다.
물론 전 하나도 나아진게 없는데 말이죠.
온라인이라는 공간..
너무 넓고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더 몰라서 어쩌면 우린 더 쉽게 친해질수 있습니다.
주로 공유되는 어떠한 관심사를 통해 만나기 때문에 더 잘 통하고 감정의 교류가 쉽게 일어납니다.
저 역시도 온라인에서 만나 십여년을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장점뒤에 보장된 익명성이 쓸데없이 사람을 용감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얼굴을 보며 할수 없는 말의 칼날이 너무 만연하게 휘둘러져 사람하나를 죽이는게 일도 아니라는 겁니다.
수많은 연예인들이 그 익명성의 폐단아래 꽃보다 더 고운 청춘을 놓아버리고 목숨을 버리는 일이 많았습니다.
저도 그전에는 그렇다고 죽을거 까지야 했지만 제가 겪어보니 전 유명인도 아니고 겨우 그 조그만 팬픽 카페 하나에서 그저 탈퇴해버리면 그만인 그깟 온라인 카페 하나에서도 목숨을 놓을 정도의 피폐함과 대인기피, 불안장애가 찾아오는데 하물며 온 나라에 얼굴과 사생활을 내어놓고 사는 방송인이야 치를 유명세가 오죽할까요...
어쨌든 그렇게 잊혀졌다고 생각한 사건이 제 뇌리에 다시 박힌건 불과 얼마전이었습니다.
지난 글을 아무 생각없이 찾아 읽어보던 저는 익명게시판에 버젓이 거론된 제 닉네임을 보며 이건 뭐지? 하고 읽다보니 그 사건이 있고나서 아마 남아있던 악플러의 글이 있었던가 보네요.
그런데 그 글에 달린 댓글 하나가 저를 아프게 찔렀습니다.
[미안할거 없어요. 어차피 그게 oooo(저의 닉네임)의 필력이자 수준 아니겠어요? 님이 미안할 일도 아니고
상처를 받든 어쨌든 본인역량이 부족해서 당하는 거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날짜를 보니 2010년.....이미 6년전일....
그런데도 어제처럼 아픈데....지금 이사람들은 아마 이 일을 기억도 못하고 있겠죠?
아마 저란 사람을 기억도 못할 겁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도 손이 떨리고 가슴이 떨리고 억울하고 눈물이 납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그것이 직업이든 아니든 그 사람이 내놓은 글은 나의 모든것이고 자존심입니다.
남의 글을 도둑질해온다는 것은 남이 입다 내놓은 속옷을 집어입는 일만큼 수치스러운 일이죠.
안쓰면 안썼지 글쟁이한테는 그만큼 수치스러운 일이 없을겁니다.
이런 시비에 휘말린것도 기가 막힌데 이런 말까지 나돌았었다니.....그리고 설령 그 말이 사실이라고 백번 양보해도 왜 전 이런일을 당해 마땅한건가요? 그들이 무슨권리로....제가 이런일을 당해 목숨을 놓아도 된다고
저를 단죄할수 있는거죠?
말이라는건 검의 양날과도 같아서 사람을 살리는데 쓰면 의로운 도구가 되지만 사람을 죽이는데 쓰면 무서운 살인무기가 됩니다. 그리고 대다수 사람들은 그 말이 어떤 여파를 미칠지 잘 생각지 않는것 같습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고 사회생활을 하며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고 상처를 줍니다.
가끔 저한테 "당신은 늘 정의롭냐"고 묻는 분이 계신데 아뇨, 절대 아닙니다.
저도 모진소리로 남의 가슴에 못박는 일 있습니다. 더구나 성격이 워낙 직설적이라 돌려서 말할줄도 모르고, 융통성도 없어서 아닌걸 맞다고 하지도 못해서 빈축을 사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늘 조심하려고 애쓰는거죠. 말하기 전에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그래도 남에게 상처를 주는걸 아주 피할수는 없죠. 우린 신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누군가를 의도적으로 짓밟기 위해 그 검을 휘두르면 그 칼날은 반드시 자신에게 돌아올수 밖에 없는 것도 아시겠죠. 하다못해 무속인들도 함부로 저주의 주술을 행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만큼은 행한 주술인에게도 돌아오기 때문이라고 해요. 하물며 사람의 세치 혀끝에서 나온 말이야 오죽할까요....
문득 해묵은 아픈 댓글을 보며 오늘 쓰는 이 글을 다시 읽어봅니다.
내 주제에 이런 이야기를 남들에게 해도 되는걸까....
별로 공감하는 사람도 없는 것 같은 이 브런치 연재를 계속 해도 되는걸까.....
이게 또 누구의 심기를 거스르면 어쩌나.....
불안한 마음은 가시지 않지만, 그래도 전 좋은 님들과 만날수 있는 이 공간을 많이 사랑합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말을 할수 있는 용기를 내게 해준 나만의 장이니 전 제 공간을 굳건히 지켜보렵니다.
고운 말 한마디 건네 서로 마음을 나누는 고운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