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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뽕 Jul 29. 2016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빌어먹을 이 죽일놈의 사랑!!

온 우주를 품에 안으면 이런 기분이 들까?


따뜻하고 조그맣고 말랑말랑 보들보들한 네가 응애 울때, 쪽쪽 젖병을 빠는 몸짓을 하는데 오늘따라 젖병의

물이 왜 이렇게 뜨거운지....어리석게도 머리맡에 찬물을 가져다놓지 않아 냉장고까지 가는 30초에서 1분여 동안 너를 더 울려야 했을때.....허겁지겁 빨던 우유에 사래가 들려 켁켁거릴때...그 안쓰러움이야...


준비성 없는 나를 탓하고 또 탓했었다.

어느 날 오후 네가 밥솥에 손을 데었다고 전화를 받았다.

설마 할머니가 네 손을 일부러 밥솥위에 올리기야 했겠냐마는....

하루종일 너를 돌보다가 저녁준비도 해야하는 그 분주함을 내가 어찌 몰랐을까마는...

난 정말 그날 네 할머니가, 나의 시어머니가 야속하고도 미웠다.

"대체 애 하나를 건사못하고, 애를 다치게 한담!!"


입찬 소리를 분명히 못되게도 하고 말았을것이다. 물집 잡힌 조막손을 보며 밤새 그 못된말을 뇌까렸을것이다.

해열제를 먹여도 잘 안떨어진 열이 결국 새벽에 사단을 냈다.

바싹 타오른 입술에서는 끙끙 앓는 소리도 안나오고, 더운 숨을 연신 가쁘게 내 쉬는 네가 금방이라도 내 품에서 모래처럼 빠져나갈것만 같아서.. 그 겨울에 너를 이불로 싸서 바쁜 걸음으로 응급실을 향해 내달렸다.

택시를 기다리는 시간도 꼭 너를 내게서 앗아갈것만 같아 그냥 뛰었더랬다.

응급실에서 약을 먹고 링거를 꽂은 너를 붙들고, 겨우 안도의 숨을 내쉴때쯤 간호사 선생님이 내민 슬리퍼 한켤레를 보고서야 비로소 내가 한겨울에 홑치마에 면티하나, 그리고 신발도 없는 맨발이라는 걸 알았다.

새까만 발이 그제서야 부끄러워졌다.

집까지 신고가도 된다고 하길래 감사합니다 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의사선생님이 약봉지를 주시며 아기 안고 병원앞에 택시타고 가라고 신신당부하셨다.


집에 와서 발을 씻으며 생각했다.

"다행이다, 네가 무사해서....."

일곱살때 청천벽락같은 소릴 들었다.

네게 난청이 올수도 있다고....

중이염으로 항생제를 보름넘게 먹었다는 소릴 듣고 네 할머니께 결국 큰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럼 얼른 큰 병원에 가보셨어야죠!!! 왜 보름넘게 항생제를 먹이셨어요 왜!!!"

네 할머니가 무슨 죄가 있겠니....엄마인 나도 네 할머니만큼 너를 정성으로 키우진 못했다.

그런데도 화가 났다. 농이 가득 차서 결국 수술을 해야한다고 했다. 어른같으면 그냥 고막을 찢고 고름을 빼낼수

있겠지만 어린 너는 전신마취를 해야한다고 했다. 그리고 목편도 수술도 함께...

어린 네가 수술실 문을 열고 나는 함께 갈수 없는 너머로 사라졌다.

수술실 전광판에 네 이름이 네 이름이.......이렇게 애달픈 세글자였구나.....

겨우 20-30분 남짓한 시간이 억겁의 세월처럼 지나갔다.

아가.... 내아가.....

네가 보여줬던 예쁜 모습과 함께 못해준 내 기억만 떠올라서....

다시 너를 품에 안으면 그저 사랑만 주리라 다짐하며...

평소엔 의식도 안하고 살던 신의 존재를 간절하게 부르며.....

하느님 부처님 공자 맹자 알라신 산신령 누구라도 듣는사람은 누구든 내 아이를 지켜달라고.....

발뒤꿈치라도 매달려 울부짖고 싶었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네가 문너머로 나타났을때 나는 맹세했다.

"절대 이 아이의 엄마임을 잊지 않고 살겠습니다. 어떤 경우도 절대 이 아이의 엄마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드럽게 말도 안듣는 열네살....

말듣다 죽은 조상귀신이 붙었는지 엄마말이라면 자다가도 한번 안듣고 자야 속이 시원한 녀석...

엄마는 이제 나한테 힘으로 안돼! 하며 짐짓 잘난척을 하다 기어이 한대 쥐어박히고 마는 미운 녀석...

결국 흉이 크게 져버린 졸업앨범에 다친 다리를 볼때마다, 나때문에 손톱자국으로 흉진 팔을 볼때마다...

내 가슴이 얼마나 미어지는지도 모르는 바보 똥개 말미잘 꼴뚜기 같은 녀석.....

디따 큰놈이, 키도 엄마 만한 놈이, 엄마보다 힘이 세다고 잘난척 하는 놈이, 빤스차림으로 궁둥이 반은 내놓은채 품에서 잠이 드는 아이러니한 녀석...

공부도 잘 못하고 , 말도 안듣고, 가끔은 내새끼지만 정말 저런 개싸가지가 있나 싶게 미운녀석...


그런데도....

사랑하는 녀석.....

애달프고 애달파서 자다가 쓸어본 얼굴에 자꾸 눈물나게 만드는 녀석.....

지금보다 더 말을 안듣고 지금보다 날 더 무시하고 지금보다 나를 더 화나게 해도

결국 난 널 사랑할수 밖에 없음을 너도 알고 나도 알고.....


그래서 절대로 마음에서 놓을수 없는 녀석.....


<어쩜 사진을 얼마나 안찍으려는지 초등학교 졸업사진 한장이 없고 중학교 교복입은 사진 한장이 없다>


이 죽일놈의 사랑!!

미안하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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