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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뽕 Nov 21. 2016

나를 아프게 하는 가시선인장.

나에게 내가 건네는 위로와 격려의 악수..

실로 오랜만이이었다.

이렇게 아파본것도...또 이토록 마음 고생을 한 것도... 그리고 누군가에게 이토록 분노한것도....

눈에 혈관은 터지고, 보름 넘게 먹으면 토하고, 메스껍고, 잠도 못자고... 거의 체중은 5키로 이상 줄었다.

이걸 고맙다고 해야할지....ㅡㅡ 어느 날 물을 마시던 나는 갑자기 식도를 타고 들어가는 화끈한 따가움에

소스라치듯이 놀랐다. 마치 농약이라도 삼킨듯 가슴이 타들어가는것 같았다.

급히 내과로 가자 의사는 내시경을 해보자고 했고, 결과는 생각보다 당황스러웠다.

위는 위벽 한군데도 빼지 않고 엠보싱 화장지처럼 부어있었고, 식도는 마치 뱀가죽처럼 갈라졌었다.

그 정도면 내 증상치곤 경한 편이었다. 워낙 심한 만성 위궤양 환자인지라 출혈도 놀랍지도 않은 지경이기에

정상적 일반인이라면 구급차에 실려왔겠지만 사실 나같은 만성 위궤양 환자는 그저 위암이 되지 않는것만도 하루 하루 감사할뿐.... 그렇다면 난 농약을 마신듯 아프고 가슴에 시너라도 붙고 불을 붙인것같은 화끈거림을 어디서 느낀걸까....

의사의 진단은 한가지였다.

극도의 "신.경.쇠.약"


내 몸 그 어느 장기보다도 내 마음을 잘 아는 곳이 위다. 일단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면 제일 먼저 복통, 구토로 내게 진정할 것을 알려주는 것도 이녀석이다. 그래도 주인이 말을 듣지 않으면 위는 충혈되고 붓고 출혈을 일으키고 급기야 이렇게 아무것도 먹어내지 못한다. 토하다 지친 식도는 음식물과 함께 위액을 토해내다 더 심해지면 멀건 핏물을 토해내기 시작한다. 쓰리고 따갑고 소위 똥물까지 토한다는 지경이 다다라서야 어리석은 주인이 이렇게 의학의 힘을 빌리러 오게 된다.


신.경.쇠.약

단순히 증상의 경미함에 대비 과한 통증을 느끼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장기는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받을테고 그때마다 질병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처럼

마음대신 몸이 계속 아파질거라고 의사는 말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사람이 원래 큰병으로 죽는 경우는 잘 없다고 했다.

그 옛날 의학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원인없이 이름모를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는 말

을 들어봤냐고....아마 그 병의 절반은 스트레스성 화병이 원인이었을터이라고 그렇게 하나 둘 다스리지 못한 마음이 쌓이고 쌓여 시름시름 앓다 죽는거라고 제발 마음을 다스리라고 신신당부 했다.


약이라도 좀 달라는 내 말에 약은 뭐하러!! 오늘 저녁부터 승질부리다 또 아플텐데!!!!

그 말에 뜨끔하여 할말이 없었다. 쓰린 배를 쓸어보며 문득 내 위에게 미안해졌다.

아니 내 몸에게 아니 나에게 미안해졌다.


늘 나한테만 가혹했던 삶이었다.

남에게는 참 후하게도 해줬던 위로...칭찬....그 넉넉한 이해가 왜 나에게는 하나도 통용되지 않았을까?

늘 나는 왜 한치의 흐트러짐도 실패도 용납치 못하고 비난과 모진 말로 상처주고 매도하고 남보다 더 잔인하게 나를 대해 왔던걸까... 그러면서 늘 외로움과 상처에 허덕이며 살아왔다.

나도 알아주지 못한 내 마음을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화내고 속상해했다.

그렇게 아픔에 만신창이가 된 나를 다시 한번 뺨 때리고 욕한건 내 자신이었는데 말이다.



나한테는 그렇게 모질면서도 나를 아프게 하는 가시선인장을 끝까지 끌어안고 놓지 못한 나의 어리석음..

피흘리고 상처가 곪고 아파도 그 선인장에 대한 나의 집착은 책임감이라는 착각으로 나만 병들게 하고 있는

지독한 미련일 뿐이었는데...그걸 너무 늦게 알았다.


비록 가족이라 할지라도 나를 아프게 할 권리 따윈 없다는걸 인정하기로 했다.

좋은게 좋은건 없다... 그건 나한테 해롭게 하는 사람한테나 좋은거지 내가 싫으면 그건 싫은거다.

자식이라해서 나를 아프게 해도 좋은건 아니다.

그 진리를 인정해야한다.

한동안은 익숙치 않은 이 상황이 난 마음이 불편할테고 주변은 이런 날 비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보다 난 나의 존엄을 지킬 권리가 있고 그러기에 난 충분하다는것을 나부터 인정해줄 것이다.


그동안 해주지 못했던 위로, 격려...나부터 나와 사이좋게 악수를 건넬 것이다.


나와 화해하기....그것이 나를 사랑하는 첫걸음임을 이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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