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헌트 Sep 09. 2024

동티모르 EP.14 : 일상, 운전 교육(쿠키 있음)

[헌트의 동티모르 시절 이야기]

앞으로 전개될 모든 이야기들은 제 핸드폰 or 드라이브에 담긴 사진의 순서대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처음 동티모르로 떠났던 게 2016년이니 기억들이 많이 미화됐을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지난 사진들을 보고 당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걸 보니 여전히 저한테는 특별한 기억들인가 봐요.


앞으로 전할 이야기들도 재밌게 봐주세요:-)


16.04.26.~30.


우리 멍구는 I간사님이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자기가 예쁜 줄 너무나 잘 아는 고양이였다. 그래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기 의사 표현이 아주 확실한 친구였다.


하지만, 나 고양이의 인간 버전 박현태도 만만치 않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평소에는 크게 관심을 주지 않다가 심심하면 장난을 걸곤 했다. 멍구도 나한테 마찬가지였다.


이날도 멍구가 마당에서 쉬고 있길래, 심심해서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봤더니 귀찮다는 듯 쳐다봐 주었다.



지난번에도 얘기했듯이 퇴근하고 동네 산책이 거의 유일한 취미였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은 매일 봐도 지겹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시골 출신이긴 했지만, 사실상 우리나라 시골에서도 잘 보기 어려운 풍경이라 나는 이런 풍경이 늘 신기했다.

(몇 년 뒤 부모님과 누나와 함께 로스팔로스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부모님 말씀으로는 당신들 어린 시절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하셨다.)


그리고 동티모르에는 건물에 이런 벽화들이 많은데, 정말 예술가들의 나라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끔 들 정도로 퀄리티가 장난이 아니다.



처음에는 교육 사업을 메인으로 하고 있었지만, 두 달 뒤면 I 간사님도 곧 귀국을 앞둔 상황이라, 간사님이 담당하시던 마을 기업 사업도 인수인계받기 시작했었다.


지역에서 여성 마을 기업을 구성하여 악어 쿠키를 직접 만들어서 수도에 납품하는 일을 했었다. 어머니들과 함께 쿠키를 생산할 수 있는 공간도 지어드리고, 위생 교육, 쿠키 생산 교육 등도 함께 진행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때부터 브랜딩이라는 걸 내가 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무실에서 바라본 운동장 풍경


내가 일하던 곳은 로스팔로스에 있는 학교 안에 교실 하나를 사무실로 쓰고 있었다. 그래서 늘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걸 쉽게 볼 수 있었는데, 20년 전 초등학교 시절 떠오르고 좋았다.


그리고 가끔은 아이들 하교 후에 잠깐 쉴 겸 나무 그늘 아래 풀밭에 누워있기도 했는데, 이만한 휴식터가 따로 없었다. 가끔 아저씨들과 농담 따먹기도 하고.



이날은 소장님의 부탁으로 아저씨들에게 운전을 알려드리는 시간을 가졌다. 아저씨들은 평생을 오토바이만 운전하셔서 자동차 운전은 전혀 하실 줄 몰랐다. 사업을 진행하는 마을에 나갈 때도 보통은 아저씨들 오토바이 뒤에 타고 나갔었는데, 우기에는 아무래도 오토바이로 이동하는 게 어려워서 콘스타 아저씨(메인 드라이버) 외에도 다른 아저씨들도 자동차 운전을 하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장님이 말씀하셨다.


우리 사무소에는 거의 10년 가까이 여성 간사님들만 파견이 됐던 터라 정말 오랜만에 온 남자 간사인 내가 해야 되는 일이 이것저것 있었다.

(그래서인지 아저씨들도 나를 굉장히 편하게 대해주셨다.)



육군 운전병 출신으로서 막중한 사명을 안고 아저씨들과 로스팔로스 초원으로 나갔다. 우리나라였으면 어디 동네 학교 운동장에서나 할 수 있는 일을 여기서는 대초원에서 자유롭게 알려드릴 수 있었다.


다만 우리 사이에 가장 큰 걸림돌은 언어였다.


그나마 파견된 지 두 달 정도 지났을 시점이라 띄엄띄엄 말이란 걸 할 수 있을 때였다.


아무튼 아저씨들에게 운전도 알려드리고, 아저씨들은 테툼어를 나한테 알려주는 상부상조하는 시간으로 마무리하였다.


EP.14를 마치며


4년 만에 드디어 코스토디오 아저씨 가족과 영상 통화를 했어요! 아저씨의 둘째 딸인 데따가 제 인스타그램을 보고 오랜만에 고향에 간다고 아저씨와 통화를 연결해 주었어요.


사실 한국에 돌아온 지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 현지어를 까먹을 수도 있었지만, 언젠간 돌아간다는 생각으로 가끔 심심할 때마다 혼잣말로 떠들었던 게 빛을 발하는 날이 오네요. 아저씨와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정말 신기하게도 마치 원래 그랬던 것처럼 현지어가 술술 나오면서 다행히 그동안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었어요! (10% 정도는 까먹긴 했지만요.)


아쉽게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어두운 화면으로 이야기해야했지만, 곧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며��



지난 에피소드 보기


작가의 이전글 동티모르 EP.13 : 두 번째 딜리 출장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