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트의 동티모르 시절 이야기]
앞으로 전개될 모든 이야기들은 제 핸드폰 or 드라이브에 담긴 사진의 순서대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처음 동티모르로 떠났던 게 2016년이니 기억들이 많이 미화됐을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지난 사진들을 보고 당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걸 보니 여전히 저한테는 특별한 기억들인가 봐요.
앞으로 전할 이야기들도 재밌게 봐주세요:-)
16.05.22.~28.
쿠키 사업을 위해서 신메뉴 개발을 해야 했는데 블로그를 뒤지며 레시피 개발을 했었다.
한국에 있을 때 베이킹은 커녕 요리도 거의 해본 적이 없던 터라, 직접 레시피까지 만들어야 해서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정보가 부족한 어머니들을 위해서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었다.
딜리 출장을 위한 준비를 해주었다.
딜리에서 나름 대형 마트로 유명한 빠떼오(Pateo)와 끄마넥(Kmanek)(우리나라로 치면 이마트 트레이더스, 홈플러스 급) 그리고 YMCA에서 운영하는 피스커피에 어머니들의 쿠키를 납품하고 있어서 출장 가기 전에 미리미리 수량을 체크해주었다.
어머니들이 열심히 만들어주신 쿠키를 소중하게 딜리까지 가지고 가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었기 때문에 하나하나 잘 챙겨야 했다.
로스팔로스에서 딜리로 차를 타고 가다 보면 1/3지점쯤 라가(laga)라는 휴게소 지역이 있다.
딜리에 갈 때 항상 아침 일찍 출발하다 보니 라가에 들러서 미리 아점을 먹어주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걸 먹었나 싶지만, 당시에는 라가에서 생선구이 먹는 맛으로 출장을 갔던 거 같기도 하다.
가운데 예쁜 상자로 포장되어 있는 게 어머니들이 직접 만드신 쿠키! 왼쪽에는 아직 소개하진 않았지만, 내가 맡았던 또 다른 마을 기업 사업인 전통주 그룹에서 만든 전통주 뚜아(tua)였다.
이때부터 일복이 넘쳐서 참 여러 사업을 동시에 맡았던 거 같다.
쿠키와 전통주 납품을 마치고, 딜리에 있는 도서관 견학을 했다. 로스팔로스에서 도서관을 어떻게 하면 잘 보급할 수 있을지 논의하기 위해 현지 도서관 사례가 필요해서 딜리에도 몇 없는 도서관(?)을 찾아갔다.
그렇게 안 보일 수 있지만, 나름대로 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었다.
당시만 해도 아직 한국물이 덜 빠져있을 때라서 사실 이런 것들 하나하나가 나한테는 다 충격적이었다.
(2년 뒤에 한국에 돌아와서는 반대로 충격을 많이 받았다.)
잠시 시간이 남아서 마트 구경을 했는데, 미니언즈 물통이 있어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한국에 있을 때 동그란 안경을 쓰고 다녀서 미니언즈 같다는 얘기를 들었던 때라 그냥 생각나서 찍었던 거 같다.
이날은 일정이 일찍 마무리돼서 숙소로 돌아와 잠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나름 크레인 뷰가 매력인 수영장에서 수영도 즐겨주었다.
딜리 출장을 마치고 로스팔로스로 돌아와서 지난번 도서관 지원사업을 했던 호메 초등학교에서 도서관 개관식 행사를 진행했다.
동티모르에서 처음 경혐해 보는 전통 행사 방식이었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별거 아닐 수 있는 개관식이지만 그만큼 이곳에서는 특별한 날이었다.
학교에서 대표로 아이들이 전통 복장을 하고 전통 음악을 연주하며 세레모니를 진행했다.
현지 학생들이 학년 별로 한 팀씩 장기 자랑을 준비해서 공연을 했었는데, 마냥 귀여워서 그냥 아빠 미소로 바라봤던 거 같다.
아마도 가장 막둥이 친구들이었던 1학년 친구들
사실 이날 행사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내가 직접 행사 진행을 현지어로 했던 일이다.
당시 여전히 초등학교 1학년 수준의 테툼어를 구사했었던 나로서는 너무나 힘든 미션이어서 몇날 며칠 동안 몇 마디 안 되는 대사를 열심히 외웠던 거 같다.
결국 숫자를 제대로 못 외워서 소장님께 혼났었던 기억이...그래도 그렇게 빡세게 키워주셔서 지금도 영어는 가물가물해도 동티모르어는 까먹지 않게 됐다.
힘든 하루를 마치고 집에 왔더니 멍구가 귀여운 포즈로 자고 있었다.
멍구는 항상 눈을 가리고 잤었는데, 이럴 거면 그냥 빛이 없는 데서 자는 게 낫지 않나..?
다음 날 또 작은 방에서 눈 가리고 자고 있길래 같이 셀카 한 장 찍었던 사진을 마지막으로 오늘도 Ade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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