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들은 오로라 같은 풍경이다.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기보다
놓치기 싫은 순간들이 있는 것 같다.
레이캬비크 공항에 도착했다. 아이슬란드 날씨는 범상치 않았다. 흐린 날씨에 비가 내리고 있었고, 세찬 바람이 불었다. 아이슬란드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오로라였다. 흐린 날씨에 오로라를 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오로라를 못 보고 돌아간다면 너무나 슬플 것 같았다. 유랑에서 구한 동행 B,C,D가 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6박 7일의 여정의 시작이었다.
아이슬란드 여행의 반은 생존이라는 말이 있다. 그 생존의 한 가운데에서 우리는 대화를 나눴다. B는 빅데이터 전공자다. “인생의 목표가 뭐예요?” “어떤 시기에 달성되어야 할 일이 달성된 채로 그 시기가 지나가는 것.” 내가 대답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생각을 빌린 말이었다. 76km를 직진해야 하는 도로 위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생각까지도 마주하게 됐다.
오로라를 봤다. 저녁 식사를 하다말고 오로라가 출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차를 탔다. 도로 한가운데에 차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었다. 조리갯값과 셔터스피드를 조절하고 삼각대에 카메라를 세웠다. 30초 후에 짠. 멋진 사진이었다. 양쪽에서 지나가는 차 때문에 조금 무서웠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오로라 사진을 찍었다.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그렇게 여행했다.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기보다 놓치기 싫은 순간들이 있는 것 같다. 그것들은 오로라 같은 풍경이다. 얼음 동굴에 갔다. 가이드는 바위의 주름으로 빙하의 방향을 알 수 있다는 것과 빙하와 일반 얼음의 차이를 설명했다. 눈 앞에 있는 풍경을 보려고 태어난 것임을, 다른 활동들은 수단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됐다.
원하는 삶을 위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우리는 미래에 관한 이야기도 했다. 그건 직업뿐만이 아니라 결혼, 육아와 같은 인생 설계를 포함했다. 무엇을 어떻게 원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알 것 같다. 여행 뒤 무엇이 나에게 소중한지 고르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삶에서 가질 수 있는 모든 경험 뒤에 이 과정이 필요하다.
미래, 다시 미래다. 아이슬란드 여행 뒤에 미래가 남았다. B는 네덜란드에, C는 아일랜드에, D는 헝가리에 살고 있었다. 서로 숙소를 교환해서 여행해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좋은 생각이었다. 여행 이후의 시간까지 정한 우리는 행복했다. 새로운 자극과 신선한 생각이 뒤섞였다. 벅찬 감정은 오로라 같았다. 그 누구에게도 충분히 설명하기 힘든 최고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