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 하루에 333유로(한화 약 48만 원)를 받았다.
“그리고 그것은 독일에서 내가 가지고 있던 목표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었다.”
나의 첫 통역 일자리는 케이팝 콘서트에서였다. 그 당시 하루에 333유로(한화 약 48만 원)를 받았다. 업무 강도가 높긴 했지만, 즐거웠다. 돈을 받으면서 공연을 볼 수 있었고, 언어도 연습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일자리에 비해 고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통역 일자리를 지속해서 찾았고, 무엇을 준비해야 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됐다.
가장 큰 장점은 언어를 연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통역 업무를 하면 단시간에 많은 단어를 말해야 했고, 이건 영어와 독일어 말하기에 도움이 됐다. 모르는 단어는 그때그때 검색해 공부하면 됐다. 일하면서도 나의 시간을 희생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 나는 일하면서 배웠고, 경험했다. 그리고 그것은 독일에서 내가 가지고 있던 목표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었다.
동시에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케이팝 콘서트에서 한류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었고, 국제관광박람회에서 세계 여러 나라의 관광 사업을 살펴볼 수 있었다. 통역원으로 일하면서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면서 나의 세계관도 더불어 넓어지기 시작했다.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이 직업의 단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통역원으로 고용되면 다른 도시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프랑크푸르트에 살고 있었는데, 편도로만 5시간이 넘게 이동해서 그 도시에서 며칠간 머물러야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교통비와 숙박비를 회사로부터 지원받은 적이 거의 없다. 결론적으로 자비로 이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박람회 기간에는 해당 지역에 사람들이 몰린다. 그래서 숙소비가 훌쩍 비싸진다. 때에 따라 두 배 이상으로 비싸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숙소를 예매하는 것이 중요한데, 보통 통역원 고용 사실을 박람회 1~2주 전에 통보받았다. 그때는 이미 숙소비가 비싸진 뒤였는데,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돈을 주고 예매하거나 지인의 거주지에서 머무는 수밖에 없었다.
통역 업무를 거의 하지 않고 스태프로 일한 적도 있었다. 통역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지만, 실상을 보면 언어능력이 크게 필요 없는 경우였다. 나의 기대와는 달리 육체노동을 많이 해야 했고, 보람도 느끼지 못했다. 다른 일자리에 비해 통역은 급여도 높고, 내 능력도 향상할 수 있는 직업이지만, 기대와 일치하는 일자리인지 신중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