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시 떠올려보면 순진한 생각이었다.
이 세 가지 기대가 깨지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독일에서 총 두 번 식당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다. 식당 서빙 아르바이트는 기반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선택지였기 때문이다. 더불어 나는 그 일을 통해서 언어 실력을 기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손님들과 독일어로 소통할 수 있고, 주문을 받으면서 새로운 단어를 배우다 보면 독일어로 대화하는 것에 두려움이 차츰 사라질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큰 기대였다.
지금 다시 떠올려보면 순진한 생각이었다. 식당에서 일하면 손님이 없는 한가한 시간에 가만히 앉아서 담소도 나눌 수 있고, 편안하게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무리 없이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시간을 때우면서 돈을 벌겠다는 못된 생각을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생각은 현실과 거리가 멀었다.
또 다른 이상적인 생각은 유연함이었다. 나의 우선순위는 여행과 경험이었고, 직업이 크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유연하게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여행을 일주일 이상 갈 때는 일하지 않고, 남은 시간에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기대한 것이다. 식당 서빙 아르바이트는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정규직이 아닌 상황에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세 가지 기대가 깨지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같은 표현을 앵무새처럼 반복했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새롭게 배우는 표현들은 거의 없었다. 손님들과 가끔 독일어로 대화하기도 했지만, 언어를 습득할 수 있을 만한 환경이 되지는 않았다. 언어 실력이 정체되는 것이 느껴졌다. 언어 습득에 도움이 되는 것은 일이 아니라 수업이라는 걸 깨달았다.
업무가 편안하지도 않았다. 약 7시간 동안을 쉴새 없이 몸을 움직이고 그릇을 옮겨야 했다. 퇴근 직전에는 창고에 가서 음료수를 채워와야 해서, 지하에 있는 음료수 한 상자를 지상으로 들고 오는 것이 꽤 힘든 노동이었다. 무엇보다 시간을 특별히 배우는 것 없이 흘려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정신적으로 괴롭게 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편안하지 않았다.
내가 일하고 싶을 때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었다. 일할 시간은 자유롭게 정할 수 있었지만, 사람이 부족한 상황에서 나의 우선순위를 이유로 가끔 일하는 것은 죄송한 일이었다. 식당 아르바이트는 여러모로 내 기대와 달랐다. 독일에서의 시간 동안 지속해서 이 일을 이어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나는 그렇게 이 일을 그만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