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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헌낫현 Apr 17. 2024

인종차별 - 4

독일에서 다양한 형태의 인종차별을 경험했다.

모든 것에 인종차별이라는 딱지를 붙이면 안 돼.
그나마 남아있던 대화의 가능성까지 닫아버리는 거야.


독일에서 다양한 형태의 인종차별을 경험했다. 직접적인 모욕의 형태도 있었고, 쉽사리 알아차리기 어려운 간접적이고 일상적인 차별도 존재했다. 인종 문제에 대해 예민해지게 됐다. 과거에는 사소하다고 생각했을 법한 일을 겪어도 더 심각하게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인종차별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이 커지게 됐는데, 한 대화를 계기로 나의 태도에 대해 돌아보게 됐다.


아시아계 여성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 대한 영상을 봤다. 나는 지인과 그 사람들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나는 특정 인종을 취향으로 가지는 것은 인종차별적인 발상이라고 말했다. 지나치게 특정 집단을 일반화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러한 이야기를 듣던 지인은 나의 표현이 너무 지나치다고 말했다. 의도적인 인종차별과 인종적 무지는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모든 것에 인종차별이라는 딱지를 붙이면 안 돼. 그나마 남아있던 대화의 가능성까지 닫아버리는 거야.”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었다. 인종차별을 조건 없이 나쁜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설명하고 대화하려는 시도보다 분노하는 선택을 더 자주 했던 것 같다. 나쁜 의도가 있는 인종차별은 악이다. 그런데 그것이 단순한 무지에서 나온 현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결국 우리는 대화를 해야 한다. 반인종차별의 목적이 혐오와 배척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서로를 이해하고,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설명을 해주는 것이 맞다. 유색인종으로서 인종차별에 대해 예민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그것이 조건 없는 증오로 이어진다면 곤란하다. 이런 태도는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줄인다. 분노는 잠시 접어두고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이런 대화는 대한민국의 상황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내가 독일에서 경험한 인종차별에 분노하지만, 한국은 어떤가? 더 심하다고 생각한다. 대중이 백인에게 갖는 인상은 대부분 긍정적이지만,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은 사회적으로도, 노동시장에서도 선명하게 존재한다. 다양성에 있어서 한국은 사회적인 제도를 발전시킬 시간이 없었고, 현재 상황이 그 결과라고 생각한다.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해결에 가까워지는 길이라는 것. 인종적 무지(Racial Ignorance)에 관한 대화를 통해 깨달은 점이다. 조금 더 다양한 방식의 대응을 하게 될 것 같다. 구조적 차별에는 분노하고 항의하는 것이 맞다. 모욕을 주려는 의도 없이 나온 문제가 있는 발언이라면, 설명 후 대화할 것 같다. 서로 알아가는 것이 차별을 없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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