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파병군인의 코로나 이전 마지막 이탈리아 여행기
지금이 아니면 다시 경험할 수 없는 것에
가장 무거운 가치를 두자.
시작과 끝을 떠올려본다. 로마였다. 나는 여행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잘 몰랐다. 남수단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꽤 스트레스받는 일이었기 때문에, 벗어나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탈출구로서의 여행. 도망치는 수단으로써의 여행이었다. 여행은 항상 즐겁지만은 않다는 것과 찰나를 위해 나머지 불편한 시간을 견뎌내는 행위라는 것을 모른 채 그렇게 생각했다.
여행의 시작과 끝에서 나는 다른 사람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려 로마공항에 서 있던 나와 마무리하는 여행을 아쉬워하며 콜로세움을 바라보는 나는 완전히 달랐다. 여행은 이렇듯 사람을 바꾼다. 이제는 안다. 여행은 힘겨울 수 있다는 것. 그런데도 값지다는 것. 단순히 탈출구가 아니라, 또 다른 세상을 마주하는 것임을 알고 있다. 이 생각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로마에도 거리공연을 하고 있는 분이 있었다. 피렌체에서도 좋아했던 풍경이다. 음악 소리와 경치가 어우러져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때 바라보던 모습은 코로나19 이후 보기 어려운 것이 됐다. 현재 느끼는 일상을 생각한다. 이런 일상도 언젠가 경험할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이 생각을 하면 현재를 어떻게 놓치지 않을지 고민하게 된다.
언제나 그랬듯, 당연한 것은 없다.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고 있는 일상도 언제든 멈출 수 있다. 그래서 여행의 막바지에 떠날 기회에 대해 생각했다. 주저하지 않는 삶을 살자고 다짐한다. 고민하고 포기하기엔 흘러가고 있는 시간이 아깝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 경험할 수 없는 것에 가장 무거운 가치를 두자. 그렇게 살아야 후회가 남지 않고 삶을 붙잡을 수 있다.
똑같은 하루는 없다. 비슷한 일상이 있을 뿐이다. 반복하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현재의 경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이 다시는 반복할 수 없는 것임을 생각하면, 모든 것들이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같은 공간과 사람들로부터 무게가 다른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이유다. 13일간의 이탈리아 여행의 끝은 이 생각이다.
여행은 어떻게 마지막이 되는가. 이번 여행은 코로나19로 각국이 여행 금지조치를 취하면서 마지막이 됐다. 여행의 시작에서는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갈림길에서 멈춤을 선택했다면, 다시 경험할 수 없을 지도 모를 일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면, 이 여행은 내 삶에 없는 것이 됐을 수도 있다. 여행 이후를 꿈꾼다. 놓치지 않기를, 그래서 후회 없이 살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