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파병군인의 코로나 이전 마지막 이탈리아 여행기
여행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건
이런 지점을 생각할 때 절실히 느낀다.
부라노섬으로 향했다. 베네치아는 여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수상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표를 끊고, 정류장에서 기다린다. 한국에서 대중교통을 기다리는 것과 다른 점이 있다. 눈앞에 물이 출렁이고 있다는 것. 수상버스에 오른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물결에 햇살이 내려앉는 모습이 보인다. 오늘 유독 날씨가 좋다. 물길을 따라 시선을 이동한다.
성당이 보였고, 사람들과 집들이 보였다. 모두 햇살을 받아 빛났다. 어떤 것들은 지나가기도 했고, 또 다른 것들은 점점 나와 가까워졌다. 가이드는 계속 설명하고 있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이런 광경에 설명이 필요할까. 생각했다. 출렁이는 배에 몸을 맡기고, 멋진 풍경을 보는 일. 그때는 왜 익숙한 동네를 보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을까.
계속 보면 무뎌질 때가 있다. 긴 시간 동안 풍경에 스며들 때는 더 그렇다. 그때 찍은 사진을 본다. 나는 그때 풍경에 스며들어서 아름다움을 덜 느꼈던 것 같다. 마치 익숙한 거리를 걷는 것처럼 풍경을 지나쳤던 것 같다. 여행지를 벗어나면 그곳은 바로 낯선 공간이 된다. 여행지 속으로 들어가 주변에 익숙해지는 일. 여행하는 동안에만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때도 기록에 집착했던 것 같다. 카메라에 담지 않으면 사라져버릴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마음을 무겁게 한 건 커다란 카메라가 아니라 그 생각이었다. 물론 사진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에 집착하다 보면 여행지에서만 만들 수 있는 특별한 일을 지나칠 수 있다. 몇 개 지나쳤는지도 모른다. 기록과 여행 사이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은 나에게 주어진 숙제다.
다시 돌아간다면 눈에 더 담을 것 같다. 함께 여행하고 있는 사람과 더 많은 대화를 할 것 같다. 셔터를 누르기보다는 그곳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지를 고민할 것 같다. 여행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건 이런 지점을 생각할 때 절실히 느낀다. 살아가면서 여행을 반복하고 싶다. 짐 없이 여행지를 만끽할 수 있는 시점에 도달하는 것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십 대의 베네치아는 이렇게 기억된다. 지금은 다시 갈 수 없지만, 알록달록한 집들과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물결은 기억할 수 있다.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정확히는 몇 살 때 그곳을 다시 찾을지 모르겠다. 이십 대를 벗어나 베네치아에 간다면, 조금은 더 노련해진 마음으로 여행을 즐기고 싶다. 정신없이 기록하지 않고 기억에 집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