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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헌낫현 May 20. 2021

스스로를 방관하는 존재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의 영화 《아이, 로봇》

영화 감상 후 가볍게 읽어주세요 :)


미래의 로봇은 지금의 인간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있을까.

좋아하는 영화다. 2004년 개봉했다. 지금 봐도 잘 만들었다. 영화 전개가 깔끔하다. 인공지능이 점점 발전하고 있는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보니 여러 생각이 든다.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로봇은 어느새 인간에 적개심을 가지게 된다. 보호라는 명목으로 희생을 말한다. 인간은 유해생물로 판정받지 않을 수 있을까. 인간 스스로를 구하려면 어떤 조치들이 필요할까.


법칙 1. 로봇은 인간을 다치게 해선 안되며,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이 다치도록 방관해서도 안된다.
Law l - A Robot May Not Injure A Human Being Or Through Inaction, Allow A Human Being To Come to Harm.
법칙 2. 법칙 1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만 한다.
Law ll - A Robot Must Obey Orders Given It By Human Beings Except Where Such Orders Would Conflict With The First Law.
법칙 3. 법칙 1, 2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스스로를 보호해야만 한다.
Law lll - A Robot Must Protect Its Own Existence As Long As Such Protection Does Not Conflict With The First Or Second Law.


로봇은 3원칙을 따른다. 알프레드 래닝 박사(제임스 크롬웰 분)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지만, 이 원칙이 탑재된 로봇이 살인을 저지를 리 없다며 자살사건으로 마무리된다. 델 스프너 형사(윌 스미스 분)는 의심을 품었다. 현장에 있던 로봇 써니를 의심한다. 수사과정에서 로봇들을 통제하는 인공지능인 비키(VIKI)의 계획을 알게 되고, 저지하기 위해 분투한다.

비키의 계획은 대의를 위한 희생이었다. 3원칙을 궁극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인간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간이 환경오염과 전쟁으로 스스로 위기에 빠지게 하고 있으니, 어린아이처럼 보호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델 스프너 형사가 나노봇을 주입해 인공지능을 마비시키기 직전 비키는 말한다. “내 논리에는 결함이 없어!” 옳은 말이다. 논리에는 결함이 없다.


지구는 이미 위기에 처해있다. 2050년에는 지구가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비키의 심정이 이해가 되는 이유다. 보호를 위해 일부를 희생하는 이 방법이 적절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현재 상황을 보면, 인간은 스스로 통제가 불가능한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선언’ 등 조치가 이어지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위기는 인간이 스스로 만들고 있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와는 다른 생각을 한다. 훗날 인공지능은 인간을 유해생물로 판정할 것이 분명하다. 이 영화의 액션 너머에 이 메시지가 담겨있다. 시스템에 “인간이 다치도록 방관해서도 안된다”라는 원칙이 탑재된 로봇은 지금의 인간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있을까. 위기에 빠진 우리를 방관하고 있는 것은 스스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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