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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헌낫현 Jun 21. 2021

크루엘라, 잡지를 영화로 만든다면

크레이그 질레스피 감독의 영화 《크루엘라》

영화 감상 후 가볍게 읽어주세요 :)


악당을 보면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어떤 사연이 있는지. 숨은 진짜 악당은 누구인지.

잡지를 영화로 만든다면 《크루엘라》가 되지 않을까. 이 영화를 이렇게 요약하고 싶다. 크루엘라가 나타났다. 사방에서 플래시가 터진다. 화려한 드레스, 장난스러운 표정,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 그녀의 정체는 무엇일까. 깔끔한 구성이 돋보인다. 음악으로 귀 호강을 할 수 있다. 나도 모르게 신난다. 통쾌하다. 크레이그 질레스피 감독 영화 《크루엘라》다.

크루엘라는 여느 악당과 다르다. 진실을 향한다. 에스텔라(엠마 스톤 분)는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다. 자책하며 살아간다. 재스퍼(조엘 프라이 분)와 호러스(폴 월터 하우저 분)을 만난다. 우연한 계기로 남작 부인 바로네스(엠마 톰슨 분)에 채용된다. 진실을 알게 되고, 악당이 된다. 연회장에 나타나서 바로네스를 조롱한다. 경쾌한 복수가 시작된다.

여유롭고 장난스럽지만 날카로운 느낌. 잘 살렸다. OST를 다시 들으며 글을 쓴다. 관람 당시 분위기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OST는 귀가 황홀할 정도다. 엠마 스톤의 당돌한 연기와 어울린다. 복수로 요약되는 이야기를 경쾌하고 흥겹게 만들었다. OST ’Call me Cruella’는 그 자체로 크루엘라다. 위풍당당한 등장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패션으로도 도발을 말할 수 있다. 한 장면이 기억난다. 연회가 열렸다. 드레스코드는 블랙앤화이트다. 크루엘라의 첫 등장이다. 흰옷을 입고 나타난다. 라이터로 불을 지펴 옷이 타버린다. 새빨간 드레스가 드러난다.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장면이다. 엠마 스톤의 반대편에 있는 엠마 톰슨의 패션도 유사한 느낌이다. 대칭적 인물의 스타일을 유사하게 기획한 것 같다.

보이는 것이 악인가. 생각해볼 지점도 있다. 극중 스스로 지은 이름이 있다. 크루엘라 드 빌(Cruella De Vil)이다. 악마의 의미가 있다. 전형적인 빌런이다. 진실은 그렇지 않다. 빌런의 의상을 입고 있는 크루엘라는 피해자다. 남모르게 살인을 저지른 남작 부인이 가해자다. 언론에 그려지는 이미지와 대조적이다. 겉모습은 선과 악을 규정할 수 없다.

우리는 왜 악당의 이야기를 궁금해할까. 어쩔 수 없는 그 상황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에는 이유가 있다. 비극과 공포, 증오가 있다. 크루엘라는 어머니의 죽음의 진실을 알게 된다. 복수를 생각한다. 악당의 탄생은 우리가 사는 곳을 돌아보게 한다. 무엇이 악당을 만드는가. 숨은 악당은 어디에 있는가. 이 영화에서도 이런 질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슬픔에는 5단계가 있다고 하지. 부정, 타협, 분노, 우울, 수용. 난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하려고, 복수!” 크루엘라는 말한다. 영화는 이 다섯 단계를 보여줬다. 단순한 과정이 아니다. 크루엘라의 기행에는 고발이 담겨있다. 크루엘라는 악당이 아니다. 그렇게 보일 뿐이다. 악당을 보면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어떤 사연이 있는지. 숨은 진짜 악당은 누구인지.


✉️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개인적으로 영화 보면서 레이디 가가가 떠올랐어요. 파격적인 의상 이면의 메시지를 생각하게 된 경험이 비슷했다고나 할까요.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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