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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yond eyes Feb 13. 2020

사회 초년생의 나답게 사는 법 (2)

취업과 동시에 나를 잃어버린 것 같은 분들께 전하는 첫 처방전

새벽 1시 5분.

침대에 자려고 누웠는데 연락이 뜸했던 대학교 후배 동생에게 카톡 하나가 왔다.

취업 자축 파티를 벌이고 3개월의 연수과정을 거쳐 지점으로 배치받은 지 6개월이 된 시점이었다.

가장 행복한 신입 연수의 순간. 사회인과 대학생의 경계를 맛보며 성취감과 자존감이 극에 달할 때다. 동반되는 동기애는 기본. 사진은 캠퍼스 잡 앤 조이 참조
" 형 요즘 회사 생활은 어때?
" 2년 동안 취업이 안되다 어렵게 얻었던 결과인데 지금 내 심정은 참 다른 게 신기해
" 대학생 때와 비교도 안될 만큼의 돈도 벌고 그토록 원하던 직장인 모양새를 낼 수 있는데
" 이게 내가 원하던 진짜 행복인지 잘 모르겠어. 그냥 편하게 살기 위해 모든 것을 합리화하고
   현실에 안주하려고 하는 건 아닌지 자꾸 고민이 들어. 형은 어때?


새벽 감성에 젖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톡을 적었다 하기엔 무시할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나 또한 가졌던 고민이었고 이런 생각이 짙어질수록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기보단 사념으로 치우칠 수 있어 동생의 카톡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빠른 카톡을 위해 휴대폰을 내려두고 다시 노트북 앞으로 갔다.


들어가기_ 배우와 같은 취준생들의 모습

배우와 취준생의 공통점은 아이러니하게도 '나 자신을 완벽히 지워나가는 것'이다.


무릇 명배우란, 자신을 지워내고 배역 그대로 빙의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배우 000의 자아보다 작품 속 검사로, 작품 속 배우로, 작품 속 군인 등으로 매 순간을 탈바꿈하며

시간에 구애받지 않은 '나 같지만 내가 되선 안 되는 나'를 탐구하고 여행하며 배역 ㅁㅁㅁ으로 변신한다.

한편 배우는 혼란스럽다. 그렇게 나를 지우고 배역 ㅁㅁㅁ을 내 안에 들이는 순간, 본질의 '나'는 어디로 갔는지.

배우에게 필요한 덕목은 '화이부동' (남들과 어울리되 자신의 중심과 원칙은 잃지 않는다)이라 할 수 있다.


취준생은 무척이나 '나 답게' 행동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취준생들은 나 답게 행동하고 사고하는 것을 연기하는 경우가 더 많다. 기업들이 요구하는 '색깔 있는 인재'는 경쟁이 치열한 현 상황에서 어찌 보면 그저 이상향에 불과할 수 있다. 입시와 취준 시절을 겪으면서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이 되고 싶은 진지한 고민보다 앞 서 달리는 아이를 붙잡아야 하고 승자가 독식하는 것이 세상임을 배워간다. 세상 앞에 서려니 면접관이 혀를 차며 '왜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가'라고 되물을 것을 알고선 다시금 연기한다. '나 답게' 행동하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즉, 훈련되지 않은 '나 다움'에 취업의 관문을 뚫은 사회 초년생은 또 한 번의 위기에 봉착한다. 진짜 나다움이 무엇인지 말이다.


본론 1_동생아, 너를 알고 싶다면 일에서부터 너를 지켜

동생에게 전하는 조언은 생각보다 명확했다. 나에 앞서 '일'부터 이해하라고 말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것에 행복을 느끼는지 면밀히 고민해보는 것이 필요 없거나 후순위가 된다는 것이 아니다. 나를 탐구하는 것은 어떤 것에 선행되거나 후행되는 것이 아닌 동행되는 것이다.

매 순간과 해년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나라는 사람의 정의는 변한다. 내 취향도 조금씩 변하고 생각도 변하고 기준도 변한다. 하다 못해 지지하는 정당도 바뀌고 이상형도 바뀌고 결혼관도 바뀌는 것처럼, 나의 중심은 마련되어 있지만 이를 둘러싼 나의 속성 값들은 끊임없이 변해간다.


그렇다면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라는 속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원인을 관리하는 것이 정말로 나답게 사는 방법과 나만의 방식을 보호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그 원인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일'이다.


13년이 지난 영화임에도 여전히 어제 만들어진 영화 같다. 그만큼 현대인들에겐 교과서와  같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주인공 안드레아 (앤 해서 웨이)는 편집장 미란다에게 인정받지 못해 불평과 눈물을 쏟아낸다. 저널리스트가 되겠다는 일념 하에 입사한 세계 최대의 패션 잡지회사 런웨이지만, 그녀는 자신의 업무 스타일을 고수한다. 자신의 업무 방식과 미란다의 소통 방식이 충돌을 빚으며 안드레아 본인 스스로도 자괴감에 빠져 고민한다. 이때 회사 동료 나이젤은 위로 대신 한 마디를 던진다.


'솔직히 자기가 뭘 노력했는데?'


본론 2_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 업에 대해 재정의 하라

일은 평생을 뗄 수 없는 나의 또 다른 일부분이다. 어떻게 관리하냐에 따라 '나'의 존재를 헤치기도, '나'를 더 돋보이게도 한다.


안드레아는 '나 답게 사는 법'의 단면만 바라본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어 하서 하는 일이건 하기 싫어서 하는 일이건 간에, 어떤 일이 본인에게 주어졌다면 그것을 대하는 방식이 본인의 자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입사 1-2년 차의 사회 초년생은 안드레아 같은 생각을 어린 시절의 홍역처럼 대부분 겪곤 한다.

기대 이상으로 관리해야 할 숫자가 많고, 막내이기 때문에 해야 할 팀의 어드민 한 일이 많고, 파트너사나 클라이언트와 회의 시 '이기는 대화법'이 무엇인지 알려주지도 않는다. 여러 이유들이 사회 초년생의 홍역을 만든다.


나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MD를 바라고 지원한 홈쇼핑에 난데없는 CS팀으로의 배치.

어떤 일이건 잘하겠거니라고 생각했지만, 마케팅과 기획, 영업에 익숙했던 내가 지원 부서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수많은 백데이터 복잡스러운 내부 시스템, 다양한 정책. 심지어 같이 일하는 같은 회사의 타 부서 동료들도 'CS'에 대한 인식은 고객응대와 콜센터 관리에 멈춰져 있었다.


일에 대한 자부심도 갖기 어렵던 찰나 나의 일과 친해지기 위해 선택한 것은 업의 재정의였다.

일반적으로 CS 서비스 기획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제품, 전달 과정, 기업 이미지까지 다루는 영역, ‘총체적 고객만족’을 기획하며
업무는 크게 ‘CS기획’과 ‘CS 운영’으로 구분됨


나는 이 두리뭉실한 직무 정의를 바꾸고 싶었다. 내 성장과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 만큼의 강력한 일을 하고 있다고 나 스스로 자부하고 싶었다. 이로써 일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가 나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그리고 자양분이 될 수 있다고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다음의 2가지 방법으로 업을 재정의 해보기 시작했다.  


1. 글라스 도어에서 나의 직무의 객관적 상황을 정의하라

Customer service와 operaiton은 뗄 수 없는 분야다

우리나라의 채용공고와 다르게 외국계 기업 또는 해외 기업에서의 채용공고는 Job description과 Job qualification을 명확하게 규명해둔다. 지원자에게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기업의 요구사항을 표현하는 것과 함께 지원자가 입사 후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최대한 구체적이고 알려줌으로써 '직무 중심' 회사 내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기업을 제외하곤 두리뭉실하게 업무 내용을 기재하고 있어 직무 내용을 명확하게 이해하거나 객관화하여 깊이 있기 파악하기가 어렵다.


이에 글라스 도어 (한국의 잡플래닛과 같은 사이트)에 들어가 customer service라는 키워드부터 입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연관 단어로 operation이라는 단어가 연동되어 등장했고 핵심 단어로 customer experience라는 (CX) 것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직무 인사이트 포인트 1
① 아하, 오퍼레이션이라는 것은 내부고객과 외부고객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거구나.
즉, 직원과 고객 사이의 중간자 역할을 하여 서로 간의 업무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윤활유 역할을 한다고 비유할 수 있지.
② 좀 더 크게 보면 고객에게 상품이 도달하기까지의 원활한 제품 수령 채널 및 이 과정에서 발생되는 문제나 이슈를 해결하기도 하고,
③ 향후 고객의 문의 건을 처리하기 위한 콜센터 도급 운영을 위한 에이전시 섭외 및 계약서 검토, 고객센터에 통용할 고객 협상 가이드를 마련하며
④ 이를 위해선 물류팀과 함께 정책을 같이 수립해야 하니까 물류 정책도 함께 이해하고 있어야겠구나.  


   2. 특정 키워드를 면밀하게 분석하라 

이후 직무 분석 가운데 얻었던 Customer Experience에 대해 찾아 나가기 시작했다.

익히 알고 있는 개념이라 하더라도,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업무와 하나씩 대입해보면서 전략적 사고를 통한 외부 객관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참고 링크 :   https://uxd-trend.tistory.com/37

직무 인사이트 포인트 2
① UX 다르게 CX는 고객의 전반적인 라이프스타일부터 구체적인 니즈가 무엇인가 이해하는 거구나 (니즈 도출)
② 그렇다면 CS 서비스 기획자 입장에선 고객이 우리 홈쇼핑/온라인몰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주문, 결제, 배송, 반품, 교환, 기타 문의 등에 대해 어떤 니즈를 가지고 있는지 규명하는 것이 첫 번째 미션이 되겠구나  (니즈 상세화)
③ 이를 통해 우리가 달성해야 하는 KPI는 고객 만족도 향상과 빠른 고객 문의 처리를 통해 고객센터 운영 비용을 낮추는 것이 되겠네?  (KPI 명료화)
④ 그러면 고객이 CX 경로를 좀 더 잘 개선해야겠다. ARS는 더 고도화시키고, 카카오톡 주문/기타 문의 채널도 더 고도화해야겠네? 이를 위해 우리 상담원들한테 고객이 서비스 이용도 물어볼 테니 교육도 잘 시켜야겠구나 (고객 경험 개선을 위한 전략 안 도출)


3. 동일 직무에서 근무하고 있는 현직자를 만나거나 심층 인터뷰를 참고하라

또한 동일 직무에서 근무하는 현업 선배의 이야기를 참고하며 나의 직무에 대해 어떤 전문가의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 마인드 세팅을 하는 단계도 함께 거쳤다.


*참조 : https://ppss.kr/archives/187190
           https://channel.io/ko/blog/cxc_operation    https://brunch.co.kr/@operator/1

오퍼레이터는 최전선에서 고객을 만나는 것부터 시스템을 구축하고 규칙을 만드는 것까지 다양한 층위의 일을 경험하며 고객과 조직, 팀과 팀 간의 조화를 만듭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조직의 히스토리도 빠르게 습득하고, 커뮤니케이션과 문제 해결 능력도 기를 수 있죠. 대체할 수 없는 제너럴리스트로 성장할 수 있는 훌륭한 환경을 갖춘 오퍼레이션팀은 '인큐베이팅 전문 부서'라고도 불린다고 해요. - 클래스 101 천세희 대표 인터뷰 中 -




3가지 과정을 거쳐 내가 내린 CS 서비스 기획자의 정의는 다음으로 귀결되었다.

하나, 나는 고객이 상품을 인도받는 순간과 이후의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오퍼레이션 매니저이다.
둘, 나는 단순 CS 기획자가 아닌 고객의 Customer Experience를 책임지는 기획자로 브랜드의 러브마크를
     획득하고 리텐션을 책임질 직무 담당자이다.
셋, 이 업무에선 가시성이 중요하다. 따라서 앞으로 내가 하는 일 가운데 데이터가 많다고 부담스러워할 것이
     아니라 고객의 목소리로 인식하며 데이터별 상관관계를 증명하는 융복합 전략적 사고를 지녀야 한다.



마치며_ 너무 오버 떠는 거 아니야? 굳이 왜 이렇게 해야 하는데? (필독)

혹자는 분명 너무 거창한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굳이 글라스 도어를 들어가 해외 직무 공고를 찾고, 연관 키워드를 검색해야 하냐고 말이다.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알아도 해야 하는 작업, 글로 써보길 추천한다'라고 말이다.


내가 이직을 하건 혹은 현재 속한 회사에 계속해서 다니건 간에,

내가 하는 업무의 성장 가능성과 사회 기능적 역할을 스스로 정의하는 것은 주어진 업무에 끌려가는 것이 아닌 주체적으로 업무에 임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자만하거나 잘난 척하기 위함이 아닌 '나' 가운데 '일하는 '나''를 강하게 만들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자아의 여러 프리즘 가운데 하루의 1/3을 차지하는 일하는 자아를 외면한 채 나답게 사는 방법을 찾는 것은 반쪽자리 자아 탐구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업을 정의 하고 이를 체화시킨 후 벌어지는 현상은 바로 Wokr & Life Integration (일과 삶의 분리가 아닌 통합)이다. 일과 삶을 이질적으로 물과 기름처럼 분리시키기 위해 에너지를 쓰는 것이 아니라 일에서 얻는 만족감 또한 '나'라는 자아를 성장시키는 영양분으로 거듭날 수 있는 시간이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잃어버린 불안감과 나를 찾고 싶은 사회 초년생이 있다면,

사랑하진 않더라도 한 번쯤은 일을 탐구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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