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러야 할 2 분류의 사람, 그리고 응대하는 방법
사람을 상대할 때 몇 가지 보는 조건들이 있다.
이는 사람에 대한 편견과 색안경으로 분별심을 가지고 차별한다는 뜻이 아닌,
오롯이 나를 방어하기 위한 방어기제의 한 종류일 뿐이다.
쉽게 말해 내가 다치지 않고, 내가 좀 더 건강하고 좋은 관계를 가지기 위해 만들어내는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피해의식을 가진 사람은 나라님도 구원하지 못한다>
피해의식을 가진 사람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은 대학시절, 동갑내기 친구로부터 당한 사기에서였다.
2년 동안 함께 동고동락했던 학교 동기이자 사업 파트너였던 이 친구와는 처음부터 죽이 잘 맞았다.
몇 없는 늦깎이 N수생이었던 우리는 미래에 대한 가치관과 이를 실천하는 방법이 비슷했다.
그렇게 2번의 창업을 함께 시도하면서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나는 영원히 이 친구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황은 전혀 달랐다. 자연스럽게 창업 실패 후 멀어진 친구 이야기를 다른 친구에게서 들었을 때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사실은 2년간 함께 알고 지낸 기간 동안 나의 험담을 하고 다녔고 끊임없이 나에
대한 이상한 소문을 퍼트리고 다녔다는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항상 친구는 둘이 있는 회의에서 의기소침해 있었다. 기획 회의에서 맞지 않는 논리 구조를 뜯어고치는 쪽은 나였고 그런 나를 보면서 친구는 속으로 무력감을 느꼈던 것 같았다.
한 번 더 기억을 반추해보니 친구가 어린 시절 부유한 가정환경에서 자랐지만 인정받지 못하고 자랐다는 것을 말했던 것이 기억이 났다. 친구는 그런 과정에서 나에 대한 불만과 애증을 증폭시켜왔고, 밖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성격으로 인해 결국 험담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일반적인 논리 충돌을 친구는 본인 자아에 대한 공격으로 인지하고 있던 것이다.
<주변인들의 자존감 도둑, 무례하게 높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들>
두 번째 유형은 거꾸로 자존감이 지나치게 높은 사람들이다.
내가 만났던 지인 중엔 이런 사람이 있었다. A 형님은 여태껏 자신이 계획했던 것들은 살면서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이뤄냈던 형이기에 자존감이 절대 깨지지 않았던 성격의 소유자였다. 모든 것을 알 것 같은 그 형님은 겸손한 태도까지는 미처 배우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자의식이 지나치게 높은 사람은 회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의 첫 회사에서 만났던 선배는 당시 초짜였던 내 전략 기획 논리 작성 과정에 대해 하염없이 까내리기 시작했다. 충분히 좋은 말로 이야기를 해줄 수도 있지만 그 선배 입장에선 '이것을 모른다는 게 그리고 한 번에 알려주서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완강한 입장을 꺾을 기세란 없어 보였다.
자의식의 과잉이 초래하는 문제는 무례함이다. 본인의 가설은 절대 틀릴 수 없다는 대전제 아래 일을 하게 되면
당당함으로 치장한 그의 모습이 뻔뻔해 보이고, 솔직함으로 무장했다는 그들의 모습이 무례해 보이게 된다.
그리고 이 무례함과 뻔뻔함은 타인의 입장에선 패배감과 존재 자체가 부정되게끔 하는 순간으로 연출되기도 한다. 대게 이런 분들의 피드백은 '이해력이 느리세요' 집중력이 안 좋으세요' '공부 잘 안 하시나 봐요' 등과 같이 사람 자체를 끄집어 내리는 식의 말이 잦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들 앞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전략 1> 피해의식, 고치려들지 말고 팩트로 반격하라
피해의식은 대게 어떤 가정환경에서 커왔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즉, 자신이 처한 가정환경 속에서 발생된 결핍을 건강하게 풀고 채우는 것이 아닌 비상식적인 자신만의 방법으로 풀어 냄에 따라 발생된 것이 피해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고치려 들려하면 싸움이 난다. 현실적으로는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이 좋지만,
어쩔 수 없이 일로써 볼 수밖에 없는 관계라면 상대의 논리적 허점을 반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업무 특성상 협력사, 하청업체와 일할 일이 많은 편인 나는 하청 현장에서 오래 일한 관리자와 입사 초기,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 직급상 내가 상급자였지만 경력은 10년 이상 높았던 관리자의 '텃새''가 만만치 않았다.
어느 날 업무 상 요청할 건이 있어 문서 작성 및 관련 레퍼런스를 요청하게 되었는데 관리자의 반응이 놀라웠다.
'죄송한데 이걸 지금 저한테 요청하시는 거죠? 저보고 작성하라는 거죠? 알겠습니다. 전화 끊을게요.'
당황했지만 순간적으로 끌어 오른 감정을 부여잡고 관리자가 처한 상황을 최대한 이해하고자 했다.
- 하청업체에 소속되어 물리적, 심리적으로 본의 아니게 불편한 부분들이 많았을 것
-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내가 업무 내용도 모르는데 지시하는 것처럼 들렸을 것
- 하지만 마냥 죄송하다고 하기엔 앞으로 일할 때마다 요청 건에 대해 무시하는 태도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
이를 토대로 다음과 같이 소통했다.
'관리자님 우선 보내주신 자료는 잘 받았습니다. 보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쿠션어 사용)'
'본의 아니 에 저 또한 상부 요청으로 부탁드린 자료인데 제가 마치 하대하듯이 느끼셨나 봐요. (공감)'
'하지만 방금처럼 그렇게 말씀하신 부분은 저도 공감은 하지만 직접적으로 저와 대립각을 세우신다는 것과 다름없으신 것 같아요. 전화를 바로 끊어버리겠다고 하신 부분이나 비꼬는 듯한 말은 일하는 저로써도 불편합니다. (표현)'
'저는 관리자님께 어떤 뜻도 없습니다. 앞으로도 업무적으로 밖에 요청 드릴 건이 없는데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이는 기싸움이 아닌 철저하게 감정을 배제하고 팩트와 논리로 응수해야 그나마 피해의식이 어려있는 사람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략 2> 무례한 자의식 과잉, 지나친 저자세는 좋은 먹잇감을 주는 것뿐이다.
실력은 있지만 무례하기 그지없는 자의식이 지나친 사람들은 사실 특별한 대응 전략을 세우기가 어렵다.
능력까지 겸비한 사람이기 때문에 사실상 반박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성과로 응수하되 수긍하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이들과 적으로 대치하지 않은 것이다.
사회 초년생 입장에선 필히 실수가 발생하고 모르는 부분이 있기 마련인데 이 부분을 어떻게 드러내느냐에
따라 무례한 그들의 태도를 결정짓는다.
우선 '죄송하다'라는 말이다 지나친 감사, 겸손의 태도를 표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무례한 그들에게는 '실력이 없어 겸손과 감사, 죄송하다는 말로써 무마하려는 것'처럼 인식되기 때문이다.
일전에 일하던 회사의 CMO님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제가 하나 고쳐주고 싶은 게 있는데 바로 '죄송하다'라는 말을 너무 지나치게 쓴다는 거예요.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업무상 실수나 모르는 것이 발생하기 마련인데 차라리 '알겠습니다' 정도로만
짧게 말하세요. 감사하다는 표현도 그리 듣기 좋진 않습니다. 물론 감사나 사과를 표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에요. 분명한 것은 '지나친' 감사와 사과는 본인의 실력이 부족해 자꾸 무언가를 감추려는 느낌이
들게 한답니다. 명심하세요.
아울러 최대한 많이 알고 가고, 추궁하는 질문에 흔들리는 태도를 보여선 절대 안 된다.
무례한 그가 상사인 경우, 보고서 작성 후 마치 수술대에 올라가는 것처럼 작성한 보고서는 그 앞에서 난도질당하기 일수이다. 해당 기획안을 작성하게 된 배경 분석에서부터 내용 설명, 보고서에 담은 데이터의 의미와
내가 생각해내지 못했던 데이터, 장표의 디자인 구성 등. 언급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사전에 미리 고민해보고
제기될 수 있는 질문을 사전에 시나리오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함께 일하고 있던 팀 선배는 이런 팁을 주기도 했다.
저희 상사 A분이 유독 기획서나 보고서 보고를 받을 때 소위 '까칠하고 어려운 상사'가 되는 것은 사실이에요.
그래서 주의하셔야 할 부분은 사전에 미리 나올 질문들을 시뮬레이션화 해보시고 가시는 거예요.
굳이 이런 것까지 묻는 상사분이 번거롭기도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다시 임원과 사장님께 보고 드려야 하는
상사 A의 입장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이거든요. 질문 목록을 정례화하다 보면 본인의 보고서도 더 촘촘해
진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단, 이때 주의할 점은 모른다고 왕창 모른다는 티를 너무 내지 말아 주세요. 가끔 상사 A가 이렇게 질문하곤
합니다. '이게 진짜 그래서 맞는 거야? 데이터 맞아? 이게 맞데?'라고 말이죠. 그럼 그때 불안하잖아요, 맞게 작성한 보고서임에도 불구하고? 그러면 그냥 맞다고 단언해버리세요. 잘못된 데이터에 대해 이상한 확신을 가지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그 기획서의 주인으로서 자신감 있게 커뮤니케이션하라는 뜻입니다.
이렇듯 피해의식과 무례한 자의식의 과잉을 지닌 사람은 사석에서도 어렵지만 회사에서 만나면 더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지금도 어디선가 나와 같은 사회 초년생들이 이런 분들 때문에 고민하고 있을 것이란 걸 알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