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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yond eyes Jun 08. 2021

[에필로그]나이듦, 늙음을 마주하는 순간

가장 무기력하게 만드는 말, 네가 뭘 아니?

네가 뭘 알아?


세상에서 가장 무기력하게 만들고 무자비하게 상대를 제압하는 대사가 있다면 저 말이 아닐까싶다. 


회사에서 저 문장은 텃새로 불린다.

직급은 높지만 신규 업무를 배정받은 팀내 과장님은 15년차 후배 직원 앞에서 어쩔줄 몰라하신다. 

누구보다 일을 잘하고 똑부러지게 처리하는 그 직원이지만 팀내 새로온 직원이나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는 동료에겐 상사/후배를 막논하고 그렇게 차가울수가 없다. 


나 또한 그 직원과 잠시 논쟁을 벌인적이 있다. 

특정 업무 절차에 대해 a를 주장하는 그분의 의견에 대해 아님을 명기하며 b가 옳은 절차임을 밝혔다.

하지만 자신이 겪었고, 자신이 들었으며, 원래 이 절차대로 하는 것이 맞기 때문에 잘못알고 계신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내 의견이 맞았는데 이후 반응이 그렇게 차가울수가 없다. 업무 연차도 얼마 되지도 않는 너가 뭘 그리 잘아냐, 왜 내 의견을 수긍해주지 않았느냐 라는 무언의 시위와 눈총이 일을 하는데 참 불편하게 했다. 


집에서 저 문장은 말대꾸로 불린다. 

한국 가정의 전통적인 문화 내에는 '효'라는 미명아래 말대꾸를 금기시 여긴다. 적대적 감정을 전제로 부모를 이기려하는 이유가 아닌 자신의 생각과 불편함을 표현하는 것조차 말대꾸라고 여기곤한다. 나는 이것을 효가 아닌 '권위주의' '전체주의'에 가까운 생각이라고 본다. 부모와 자식은 상명하복의 관계가 아닌 끊임없이 소통하며 서로가 지지받고 있는 존재임을 확인하는 관계라고 본다. 그것이 나이가 적건 많건 상관없다고 본다. 


그래서 늘 스스로 경계하고자 한다. 

혹시 나 또한 누구를 대할 때 나의 미천한 경험과, 나의 얄팍한 지식과, 나의 짤막한 연륜을 무기로 상대를 제압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부족한 논리를 그저 말대꾸와 텃새임을 망각한채 상대를 대하진 않았을지.

이 모든 것들은 결국 새롤운 배움을 차단하고 경청하지 못하며 고인물로 가는 지름길임을 경계하며 

조심, 또 조심하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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