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일 신드롬 속 발견한 어른 다움
누구에게나 그렇듯 인생에서 30은 의미가 크다.
1. 30이 되기 전 가지는 생각들
서른 살이 되기 전까지 우리는 다양한 상상을 한다.
엘리트 코스를 거쳐 대학 합격증과 입사 합격증이 부모들의 성적표를 빛내줄 두 번의 풋내기 시절을 거친 서른,
그리고 인생에 있어 나름의 기준과 가치관을 마련해 흔들리지 말아야 할 것 같은 서른,
단단함과 철학으로 뭉쳐 사회인으로 양육되어 자립 함에 부족함이 없는 서른,
진로에 있어 자기 확신으로 가득 차 더 이상의 막연함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서른.
그래서 종종 학교 후배나 어린 친구들은 '30살이 되고 나니 기분이 어때? 생각은 바뀌었어?'라고 심심치 않게 묻곤 한다.
2. 30이 되고 나면 마주하는 것들
하지만 막상 마주한 30은 생각과 많이 다르다.
자취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경제관념이 생기고 내 집 마련의 희미한 가능성에 불안함을 느낀다.
달라진 체력을 느끼며 할 것들을 계획하기보다 할 것들을 지워나가는 연습을 해야 함도 알게 된다.
개인의 단단한 철학이란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장착되는 스펙이 아님도 깨닫게 된다.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철학보다 돈을 외치기 일수인 경우가 다반사다.
진로에 대한 불안함은 평생직장이 없다는 것을 알고선 여전하다.
서른 (30), 그리고 어른이란 표 장지 속에 숨겨진 어른의 민낯이자 날 것의 어른이란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진 않는다.
3. 어른답게 사는 방법,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차갑고 잔인하기만 해 보이는 30과 어른의 초입에서 우리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의무감을 갖는다.
여전히 휘둘리기 쉽고 여전히 유약하며 여전히 모든 것이 처음인 어른임을 인정하고
최소한의 '하지 말아야 할 무엇'에 대해 깊이 고민해봐야 하는 시간이 바로 30 임을
비로소 31살이 된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다.
연일 양준일 신드롬 속에 내가 그에게 빠진 이유는 그의 생각 때문이다.
데뷔한 지 30년 만에 컴백 무대를 갖고 데뷔 후 첫 팬미팅을 19년의 마지막에 치른 그는
인기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 지난 12월 31일 팬미팅 중 -
계획대로 되지 않음을 인정하고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감내하는 삶,
이겨내는 것도 아름답지만 버티는 삶 역시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한다가 아닌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어떤 자세를 취해야 어른이란 항해과정을
순탄히 넘길 수 있는지도 함께.
그를 보며 내가 정리한 어른 돕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이성으로 위장한 자기 판단을 강요시키지 않는 것
2. 타인의 자신에 대한 피드백을 공격으로 인식하는 것
3. 감정의 블랙홀, 같이 있으면 한 번 도 희망과 미래를 위한 용어와 단어가 아닌 지겹고 지겨운 세상임을 입에 달고 사는 태도를 가지는 것
4. 나이 들어감의 미학을 음미하지 못한 채 늙어감의 무게에 짓눌려 한숨만 늘여놓는 사람
5. 자신의 우위를 표현하는 방법이 타인을 까내리는 것. 그것이 설사 가족이라 하더라도.
6. 공부하는 것에 무료함을 느끼는 것
7.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지 못한 채 새로운 자극에 거부감을 표현하는 것
90년에 데뷔해 30년 만에 나타난 양준일의 그간의 과정을 다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그는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어떤 것을 내려놓고 어떤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수용하는 자세를 가진
참된 어른의 모습으로 살아오지 않았을까 싶다.
31살로 맞이하는 첫 해 첫날,
나는 어떤 어른으로 살아갈 것이며 어떤 어른으로 평가받을지 무척이나 기대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