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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헌윤 Apr 12. 2020

나의 첫 동치미

회피동기 접근동기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진행 중이던 상담도 보류되고, 지인들과의 만남도 두절된 나날들이다.
텁텁한 마음이여서일까?  내리는 겨울 얼음 동동  동치미 국물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시원함은 무엇과도 비길  없는 최상의 미감을 제공해 주었다. 시원 시큼한 국물  모금이면 숙취로 괴로운 속을 푸는  최고였고, 마음의 칼칼한 묵은 때도 씻어 주기에 충분했다.
   
오늘은 그간의 소소한 요리에서 벗어나 양자적 도약(Quantum Leap) 단행했다. 동치미에 도전한 것이다. 김치 담그기는 할머니, 어머니의 영역이었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장르의 메뉴였다. 만들어  생각 자체도 없었지만, ‘내가 어떻게 김치를 담그겠어?’라는 믿음이 가득 찼었다.

우리는 실패할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자신에 대해서 과소평가를 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스스로에 대한 실력을 무조건 과소평가하다 보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

우리는  자신의 실력을 과소평가하고 위험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일까?

컬럼비아 대학의 심리학자 Tori Higgins 인간의 동기를 접근과 회피  가지 차원으로 구분하여 설명했다. 접근동기(approach motivation) 긍정적 결과를 얻고자 하는 동기이며, 회피동기(avoidance motivation) 부정적 결과를 경험하지 않고자 하는 동기다. 인간은 회피동기가 접근동기보다  강력하다.

나에게 있어서 김치 담그기를 시도조차 않는 것은 실패했을 때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아무 준비도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대며 실패의 두려움보다 차라리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오늘 김장은 대성공을 거뒀다.

그간 완벽주의 성향이 강해 머릿속으로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그것들이 모두 갖춰졌을  행동에 옮길 때가 많았다.

오늘은 회피를 넘어, 먼저 행동하는 과정 속에서 부족한 부분들이 채워지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돌출되는 경험을 하였다.

우리 모두 작금의 사회적 시련 가운데 머리에서 벗어나,먼저 행동하며 새로운 능력을 발견하는 시기가 되었으면 한다.

준비물: , 배즙, 양파, 청양고추, 쪽파, 홍고추, 마늘, 생강, 소주  , 밀가루 반스푼

 무에 꽃소금 2  넣고, 소주  컵을 부은  1시간 동안 절여준다.

그리고 모든 재료 한꺼번에 투하하고 생수 15 붓고 베란다에서 2 숙성시키면 .

반성: 무를 너무 크게 잘랐다. 홍고추가 부족했다.

#요리하는상담심리사 #쉬운동치미만들기 #거리를두니요리가는다 #이러다궁중요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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