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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헌윤 Apr 16. 2020

4월의 제주

 4월의 제주

세월호 참사 하루 .  한라산 백록담 정상에 있었다. 사표를 집어던지고 무작정 향한 제주. 해변 풍광과 시원한 바다 내음을 배경으로 하염없이 걸으며 여러 갈피의 생각들을 떠올렸다가 버리기를 반복했다.

   밤낮없이 일에만 몰두하며 쌓였던 심리적 압박을 몸은 이겨내지 못하고 걸레처럼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었다. 대상포진, 무력감 등의 신체화 이상신호가 있었지만, 성공에 대한 강박은 스스로를 옥죄며, 여리고 연약한 마음을 스스로 비난. 자책했다.

아름다운 제주에 묻혀서도 어둡게 채색된 마음의 그림자는 쉽게 털어지지 않았다.  당시 모든 것을 잊고 모든 것을 가진 듯이 행복하고 싶었다.   

도착 다음날 한라산에 올랐다. 반팔 , 면바지, 나이키 운동화의 단출한 불량 복장으로 정상을 향해 등산을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위험천만한 산행이었지만 그땐  대로 되라는 식의 객기가 작동되고 있었다.

백록담 정상에서 내려   세상을  잊을 수가 없다. 하늘 위에 바다가 떠있고  위에  구름이 자리하고,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대자연 앞에서 나에게 덕지덕지 붙어 있던 거짓 자아의 불순물들은 자리할 곳이 없었다.

완벽을 추구하며 허덕이며 살아왔지만 이미 완벽하다는 존재적 대각성의 경험을 어렴풋이 했던  같다.  

10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숙소에서 접한 세월호 소식.  마음도 검은 바닷속으로 철렁 내려앉았다. 4월은 나에게 잔인하고 각별하게 다가온다. 아이들과 유가족 분들의 절규가  심장을 타고 흐르는  같다.

세월호 충격적 외상은  국민의 마음에 남아있다. 진상 규명은 이뤄진 것도 없다. 극우들에 의해 유가족들은 파렴치한으로 매도되고 있다.

오직 마음으로만 느낄  있는, 언어를 초월한 여러 가지 미점을 우리 인간은 생래적으로 지니고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기능이 망가진 사람들이 주변에 심심찮게 보인다.

상담심리사의 길을 걸으며 사람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나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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