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self
- 함께 들으면 좋을 곡 : 내일[한희정]
안녕하세요, 수민.
역시 이러나저러나 해도 당신은 당신이네요, 얼마 만에 불러보는 이름인데 이토록 익숙하다니. 떠나가 있는 길은 어떻습니까. 돌아오고 싶진 않습니까. 당신의 발자국조차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은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듯합니다.
당신은 여행을 간 겁니까, 아니면 아예 영영 가버린 겁니까. 그 여정이, 잠시 동안의 여행이길 바라는 마음은 순전히 제 욕심에만 불과한 걸까요. 당신은 정말 떠난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까. 왜 그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당신은 그런 말이 어딨냐며 면박을 줄 것 같긴 하지만요..
저는 여기에 서서 당신을 기다려야 하는 건가요, 아니면 당신을 찾아 걸음을 떼어 길을 나서야 하는 건가요. 당신과 제가 다시 만나게 되는 그 날은 다시금 우리가 한 사람일 수 있는 건가요. 당신이 어디를 여행하고 있을지 저는 퍽 궁금합니다만, 당신은 제가 궁금하지 않으신지요. 궁금할 때엔 참지 마시고 잠시라도 들렀다 가셨으면 좋겠습니다만.. 그렇다 하여 기다리진 않겠습니다. 당신의 여행에는 또 당신만의 속도가 있으실 테니까요. 그저 여기서 저는 저의 생을 살고 있을 테니 때가 이르면 언제든 찾아오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곧 당신의 생이기도 할 테니까요.
우리의 시간은 함께 흘러가고 있습니까, 아니면 이제는 제 나이가 당신보다 더 많은 상태일까요. 어쩌면 당신이 저보다 많은 곳과 시간을 여행하고 있을 터이니 더 많은 세월을 오고 갔기에, 보다 많은 나이를 드신 상태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이거야 원, 얼굴을 볼 수 있어야지요.
문득 궁금해진 것이라 다소 뜬금없을 수도 있지만요, 함께 마주 선 우리의 얼굴은 어느새 많이 달라져 있을까요. 그래도 나는 당신이고 당신은 나일 테니, 그래도 나름은 닮아 있기를 바라봅니다. 훗날 다시 마주한 우리가 잠깐은 낯설더라도 이내 원래 하나였던 것처럼, 그렇게 한없이 익숙하기를 바라봅니다.
당신이 돌아오면 해주고 싶은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마 놀라서 까무러치실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요, 진부한 표현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는 건 또 그만큼 적절한 표현이라는 뜻 아니겠습니까.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구요.. 허허..
당신이 돌아왔을 때가 되면 다 말하기엔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으니, 여기에 미리 조금씩 말을 해둘까 합니다. 우리가 다시 만나 이야기를 하게 될 때에 제가 너무 피곤해서 잠에 들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당신이 미리 써져 있었던 이 글들을 읽으며, 당신이 없었던 시간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요. 사실, 어디까지 당신이 알고 계시고 또 어디서부터 당신이 모르는 부분인지 잘 모르겠다고 하면 많이 섭섭하실까요.
언제부터 당신을 잃어버린 건지, 아니면 당신이 저를 떠나신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무엇이었건 간에 이곳에서 당신을 부를 때에 제 마음이 살짝 뜨거워지는 것을 보니 아직 제 마음속 어디에선가 램프를 들고 열심히 탐험 중이신 것이겠지요. 그곳에서 당신이 나 여기 있노라 손 흔들고 있기에 마음속 물결이 일렁이는 건가 봅니다.
가장 먼저 전하고 싶은 소식은요, 조금 쑥스럽긴 하지만.. 저, 연애합니다. 원래 제가 이런 이야기 진짜 안 하는 거 아시죠..?! 진짜 잘 안 하긴 하지만.. 제가 정말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라서요. 첫사랑이에요. 네, 당신도 아는 W 씨요. 당신도 아시다시피 제가 그 분보다 한참 부족한 사람이라서요, 제가 감히 사랑한다고 말씀드려도 되는 건가 하며 조심스러울 때가 더러 있곤 해요. 그래서 여기서 더 못나고 싶지 않은데, 번번이 많이 부족합니다, 제가. 그럴 때 당신이 어찌나 많이 생각나던지요. 당신이 여기 계셨더라면 그래도 조금은 덜 못난 사람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따금 그런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 질 때가 있더라구요.
나름의 따듯한 인사로 시작해 지금 와서 드릴 말씀은 아니지만. 솔직히 조금 많이 질투가 납니다, 당신이요. W 씨가 저보다 당신을 더 좋아합니다. 당신이 저고 제가 당신이니, 그래 봤자 한 사람이긴 하지만 지금의 제겐 사라진 예전 모습이 당신에겐 여전히 많이 있지 않습니까. 물론 제게도 당신이 지니고 있지 못한 장점들이 있기도 하지만요.
사실 이렇게 당신에게 편지를 쓰게 된 것도 그것 때문입니다. 빨리 좀 돌아오시라구요. 아니면 이 편지를 보시면 당신의 장점을 배우는 방법을 제게 좀 전수해주시겠습니까. 이제 와서 염치없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기다려야 한다면, 기다리겠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사람들을 좋아할 수 있었습니까. 지금의 저는 그만큼의 많은 사람들을 좋아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제 모습을 보면 겁이 많다고, 용기가 없다고 하실까요. 그러면 말 좀 해주시겠습니까. 어떻게 하면 겁을 없앨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용기를 기를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그토록 솔직할 수 있는지…
당신을 찾아 떠나려다가 많이 넘어지기도 했고 주저앉기도 수 없이 했습니다. 어느 날은 정말 나아지긴 하는 걸까라는 끝없는 절망에 빠지기도 했고 일단 되는 대로 걷다 보면 어떻게든 닿게 되겠지 라며 다소 무모한 긍정을 보이기도 하며, 그렇게 오르내리락 하는 나날을 보내곤 하는 요즘입니다.
그래도 결코 포기하지 않으렵니다. 당신의 장점을 배우고 지금의 제가 지닌 장점들 또한 잘 연마해서 (보다 더 알아봐야겠지만..) 그렇게 더 나은 제가 되어, 하루하루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포기 않고 나날이 꿈꾸고 이루어 가며,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부끄럽지 않은 연인이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 자주 찾아뵙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번거롭더라도, 모쪼록 이해해주시길 바라며
오늘은 이만 말을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