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날숨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리고 괜찮아도 괜찮아요

by 허수민




* 읽으며 함께 들으면 좋을 분위기를 지닌 곡 : 괜찮아도 괜찮아 (디오)




요즘 왜인지 모를 열망을 느낄 때가 이따금 있다, 나를 알리고 싶어 하는 마음. 내가 누군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말하고 싶은 마음. 예전엔 내가 나를 바로 설명하는 것에 부족하여 잘못 전하게 되었을 때에, 그래서 내 안팎으로 여러 오해를 불러일으켰을 때에 한껏 울고 싶은 마음이 되기도 하였다. 나는 나를 말함에 있어서 자주 도망치곤 하였다. 나부터 나를 올바르게 아는 것을 바라면서도 두려웠다. 내가 아는 내가 아닐까 봐, 안다 하더라도 나를 말하는 능력이 부족할까 봐.. 그래서 오해를 일으키고 결국 상대를 잃게 되는 걸까 봐..

아마도, 오해를 받아서 슬프다기보다 오해로 인해 상대가 떠나갈까 봐, 그게 두려워서 그랬던 것 같다. 내게 있어선 사랑 다음으로 사람보다 가치 있는 건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나의 내면 속에 자주 숨곤 하였다. 그 속에 잘 있다가도, 이따금씩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가득한 상황 가운데에 놓여 아무렇지 않은 척하다가도, 바다에, 짠물에 잠길대로 잠겨 보았다는 듯이 갈증 나는 목을 부여잡고 생수를 구하는 나를 보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이들만 있는 게 아니기에, 내게 손을 뻗어 나를 알려하고 함께 소통하려 하는 이들 덕택에, 그럼에도 힘을 내며 감사함으로 살아갈 수 있다. 이는, 결코 당연하지 않고, 무척 감사한 일이다. 그런 사랑과 벗들이 있기에 나는 언젠가 내버렸던 나를 다시 궁금해하게 되며 찾으려 하게 되기 시작하였고, 내 안의 침묵하던 나 또한 용기를 조금씩 조금씩 낼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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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누가 나 좀 알아주었으면 하는 외침은 무엇보다도, 내가 나에게 이르는 말인 듯하다.


나부터 나를 모를 때가 많아서, 이따금 내가 나를 외면하고 있어서, 내 마음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내가 듣고 있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들. 어쩌면 모두가 나를 진정으로 안다 하여도, 정작 내가 나를 모르면 나는 여전히 똑같은 상태로 해소되지 못한 갈증남에 갈급해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겠다. 나부터 나를 알려고 해야 한다는 것. 나는 여전히 이에 부족하다.


표현하고자 하는 열망은 무엇보다 내 마음속에 들어 있는 것을 지각되는 형태로 만들어 가장 먼저 나 스스로에게 인식시키고자 하는 것일까. 그게 내게 있어선, 나에게 손을 뻗는 나 자신의 화해인 것만 같다. 내가 내게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어 하고 다른 타인들에게 나를 알리고 싶어 하는 게, 내게 있어서 정말 반가운 일이고 감사한 일이라, 나는 이 변화가 이 회복이 눈시울이 붉어지도록 자주 감사하다. 왕왕 울고 싶어 진다. 감사해서, 고마워서…


/2/ 나는 슬플 때도 울고 싶고, 기쁠 때도 울고 싶다. 그래, 울보다.


울고 싶다는 느낌이 들 때엔 그냥 울면 되는데, 나는 아직도 내 안에서 그 뜻들을 찾는다. 나는 왜 울음이 나올 것 같고 울려하는지. 어쩌면 가장 당연할 감정에게 나는 당연해선 안 될, 타당한 이유를 대라고 울지 않으면 숨이 넘어갈 것 같은 나에게 가장 엄한 얼굴로 앉아서 나의 울음을 가로막기에 급급한 나 자신을 본다.


엉엉 울고 싶은 마음과 온갖 뒤얽힌 감정에 마음이 불에 타들어가는 듯한 와중에도 나의 머리는 냉정한 표정으로 앉아서 차가운 물을 건넬 뿐이다. 불이야 끄면 그만이지 않으냐고. 그러다 어떤 날은 마음이 다 타들어가버리고 말아 고요한 침묵을 이루게 되면, 내 머리는 그 침묵에 의아해하다가도 그게 곧 마음의 올바른 상태라고 넘겨버리고 마는 때가 허다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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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와 내 마음에게 그래, 내게 꼭 말해주고 싶었다.


문아, 울 수 있는 자격이란 건 없지 않을까. 마음껏 울기 위해 채워내야 하는 타당한 근거 같은 것도 말이야. 때론 울고 싶어 하는 이 마음이, 그 순간이 울어도 괜찮은 그 모든 것이 되어도 괜찮지 않을까..? 울고 싶을 땐 그저 울어도 괜찮아. 그러니 우리, 울고플 땐 있는 힘껏, 마음 놓고 푹 울어 보는 건 어떨까. 울어주어 정말 고마워. 그리고 울지 못해도 정말 괜찮아. 울려고 해 줘서 고마워.


그리고 너, 그러니까 나에 대해 말하고자 손을 내밀어주어서 고마워. 말하고 싶어 해 줘서 고마워. 감히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를 자기 자신이나 다른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주었으면,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은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흔하게 지니고 있는 마음이라 생각해. 내가 내 마음을 알면서도 몰라서 미안하고, 그래서 오랜 시간을 홀로 침묵 속에서 고요히 외치게 하여 미안해. 소리 내어 주어 고맙고 손 내밀어 주어 고마워.


오랜 시간 떨어져 있어 삶의 모습이 다소 많이 멀어진 우리의 언어는, 서로에게 있어 한참 모르는 것에 속하기도 하는 것만 같아. 그래서 당장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내민 손을 부여잡는 게, 현재로선 온 힘을 내어낸 전부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나인 너는 울고, 너인 나는 네가, 그러니까 내가 우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희미하게 들을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이제 막 시작한 한 걸음에 다 걸어지는 길은 쉬운 길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길을 찾는 것부터가 어려운 일이니까, 결국 생에 있어 쉬운 건 없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

이 순간의 첫발이 지극히 작은 것으로 보일지라도, 우리가 힘을 내어 들어낸 고개에 새겨진 시선이 이르고자 하는 곳으로 바로 향하고 있으려 한다면, 얼마가 걸리던 분명 그곳에 이르러 있을 거야, 분명. 그러니까 우리, 닿지 못할까 봐 서두르지도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분명 닿을 거고 함께 할 거니까. 돈워리야.

익히 들어온 말들이라 진부한 것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때론 그런 진부함이 편한 익숙함이 되어 힘이 될 때가 있지도 않을까 싶어서, 이렇게 글을 남겨.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괜찮아야 하는 때란 건 없으니까, 네가 괜찮지 않으면 그저 괜찮지 않은 거고 괜찮을 때 괜찮으면 되는 걸 거야.


“수많은 별이 그랬듯이

언제나 같은 자리

제 몫의 빛으로 환하게 비출 테니

숨기지 말고 너를 보여줄래 편히

네 모습 그대로 그래

괜찮아 괜찮아도.”


나는 감히 바란다. 이 글을 내게서 시작하여 내 안에서 그치는 것에 불과하지만, 내가 나를 다독이는 말들이 이 지극히 개인적인 사담이, 글을 읽는 다른 누군가에게도 위로가 되기를. 감히 바래 본다. 따스한 봄날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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