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들으면 좋을 플레이리스트 : https://youtu.be/TekGMbYdDlE
1.
글을 쓰는 일이, 대체로 소설에서 그러한데, 꼭 퍼즐 맞추기를 하는 것 같다. 하루하루 매일에 주어진 조각들을 하나씩 찾아가는 것만 같달까. 나도 완성된 그림이 어떨지 알지 못한다. 내가 알 수 있는 건, 오늘에 주어진 딱 하나의 퍼즐 한 조각들. 어쩌면 그마저도 알지 못할 때가 있다.
그게 영감이 온다는 느낌과 같다는 게 아니라, 그냥 정말 위와 같은 느낌이 그렇다.
내 마음에서 반짝이고 있는 써야 하고, 쓰고 싶은 이야기들을 등불이자 나침반 삼아 손에 쥐고서 한치 발아래 보이지 않는 컴컴한 세상을 한 걸음 한 걸음 밝혀가는 기분이다.
2.
한 문장도 쓸 수 없을 것만 같을 때가 있다.
쓰고 있는 문장이 당장 쓰레기통에 내다 버려야 할 문장들로 하나 가득한 것만 같을 때도 있다.
그래도 써야 한다는 것. 설령 다음날 전체 삭제되더라도.
그래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쓰지 않으면 진정 아무것도 쓸 수 없을 테니까.
3.
내가 쓰는 글들이 과연 어떤 가치를 지니게 될까. 가치란 걸 지닐 수 있을까, 과연.
소용이 있을 수 있을까. 밝고 긍정적이고 좋은 말만 한다고 좋은 글이 되리라는 법은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그렇다 해서 어둡고 부정적인 글이 그것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4.
매 순간을 완벽한 컨디션으로 있을 순 없다. 완벽한 컨디션이 갖춰 있을 때만 글을 쓸 수 있다고 나를 몰아가서는 안 된다. 불완전한 내게 나는 완벽한 컨디션을 하루 내내 유지하길 바라선 안 된다. 그건 나에 대한 나의 폭력이다. 졸릴 수 있고 피곤할 수 있고 무기력할 수 있고, 그래 그럴 수 있다.
나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니까.
심지어 기계도 배터리가 닳으면 느려지고 성능에 부족을 느끼는데 나라고 부족한 게 없을 리가.
지극히 자기 합리화처럼 보이지만, 맞다. 그거. 하지만 완벽한 상태를 강요하며 나를 갉아먹는 내면의 소리로부터 나는 나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때론 나 자신으로부터 나를 지켜야 할 때도 있는 것 같다.
이상 방금까지 온종일 졸려서 해롱거리던 후은 씀.
피곤할 땐 잠시 멈추고 잠깐 좀 자두기.
그건 사치가 아니라 나를 챙기는 또 하나의 가치 있는 보살핌이니까.
그리고 심지어 오늘은 금요일이다(쓰는 당시에 요일). 어쩌면 피곤한 게 자연스러운 요일.
모든 내가 나다. 있는 그대로 충분한. 꼭 기억하자,
5.
이따금 글을 쓸 장면을 생각하는 상상 속에서 아주 드물게 써야 할 장면인 동시에 쓰고 싶은 장면이 겹치는 순간을 만날 때가 있다. 해야 할 글과 하고 싶은 글이 겹치는 순간, 그렇게 가슴 벅차고 짜릿할 수가 없다. 그런 장면을 마주칠 때면, 내가 감히 지금 느끼는 그 장면을 글로 다 담을 수 있을까 온전히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걸 전할 수 있을까 두려우면서도 해내고 싶다는 열망이 마구잡이로 솟아난다. 마치 대나무 죽순이 땅 아래서 오랫동안 뿌리를 내리고 내리다가, 딱 알맞은 순간에 이르렀을 때 거침없이 자라나는 것처럼. 게다가 그에 어울리는 음악을 함께 만나게 되거나 어울리는 향이나 풍경 등을 만났을 때, 그 기쁨은 명랑하게 활기차 지면서 제 걸음으로 온 단어와 문장 사이를 누빌 기세가 되곤 한다. 여름비처럼 호기롭게 떨어지다, 가을비처럼 차분히 착지하고는 봄비처럼 산뜻하게 튀어 오르거나 겨울비처럼 조용히 스며들기도 한다.
6.
함께 울고 함께 웃는,
‘같이’의 가치를 나누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3+1.
구태여 밝고 어둠을 긍정과 부정의 경계를 나누는 것이 아닌
즉, 중요한 건 빛의 세기가 아니다.
빛은 빛.
그 자체로서 가치 있음을 기억하며
이 가치를 배우고 담아 나누며,
매 순간 진심과 정직을 다 해 쓰고 싶다.
그러리라고 믿으며 나아가야겠다.
그렇게 닮아갈 것임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