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날숨

마음에게 물으며

by 허수민


- 쓰며 들은 곡 : My Day (태민)





일전에 현재 쓰고 있는 소설에 어울릴 만한 향을 찾으러 어느 매장에 다녀온 적이 있다.


시향을 도와주신다며 직원분께서 오셨는데, 마음이 어려웠다. 성격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향과 같은 것에 관련해서는, 거기에 있는 모든 향을 맡기 전에는 내가 원하는 향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왜냐면 맡지 않은 향 중에 내 취향이 있을 줄은 맡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니까) 게다가 여러 향을 두고 결정하는 데에 있어서 많은 고심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편이라, 이런 내 성격이 나 자신에게도 때로 피곤한데 다른 사람들에겐 더욱이 얼마나 힘들게 할까 싶어서, 되도록 혼자 살펴보는 것을 좋아한다.


두 개의 향을 두고 꽤나 오랜 시간 동안 고민을 했다. 좋아하는 향은 한 가지로 나름 확고해진 편이긴 했는데, 과연 후회 없는 선택일지, 이게 단순히 내 취향인 건지 소설에도 알맞을 향인 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어서 갈팡질팡 하고 있었다.


한 번 손님들이 몰려들 때 내가 방문했었고, 이전에 방문했던 사람들은 다 떠나고 나 혼자만이 남아 있었다. 사실 이때부터 벌써 초조했다. 너무 오래 머무는 게 아닐까 싶어서…


두 가지 향을 두고 고민하는 나를 보고 직원분들께선 여러 조언을 주셨지만, 내 마음은 이미 오른쪽 향이 더 마음에 든다고 어느 정도 정해진 터였다.

하지만 직원분들의 생각보다 꽤 거센 만류가 밀쳐 오며 왼쪽 향에 주장들이 여럿 실렸고, 오른쪽 향에 대한 여러 우려될 만한 조언들을 들었다.


옷가게나 화장품 매장 같은 곳에 들어가 혼자 보고 혼자 찾아보고 사거나 말거나 하고 나오는 걸 좋아하고 더 익숙하다 보니, 조언은 조언으로 두고 나는 보다 내 마음을 믿어주는 일에 있어서 서툴렀던 것 같다. 향이란 건 순간 불어왔다가 금방 흩어지고 말기도 하니까, 내 코가 잠깐 오류를 부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에 조금 더 고민하다가 추천받은 걸 사서 나왔다.


아주 조금만 걸어 나갔을 뿐인데 바로 알겠더라. 역시나 내 취향은 오른쪽 손에 뿌린 향이라는 걸. 엄청 비싼 가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용돈을 받는 입장에 있어서 마냥 가벼운 가격도 아니었다. 그 돈이면 일주일 라떼 값이니까.


상품에는 이미 각인을 한 상태라, 교환이나 환불을 따로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안타까워하며 거리를 내려오다가,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내가 바닐라 향을 좋아한다는 사실 하나는 찾을 수 있었으니까. 일주일 라떼 값과 맞바꾼 가격이긴 했지만, 취향 찾아가는 건 때때로 그보다 더 큰 비용이 요해질 정도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그리고 또 하나 배웠다. 내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다 거침없이 믿어 주어도 된다고. ‘다른 사람들도’가 꼭 나에게도 맞는 것으로 적용되리란 법은 없으니. 저런 향을 좋아하면, 이런 향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거라고.


내가 무얼 원하고 좋아하는지는 내 마음에 이미 모든 정답이 있는 법이라고. 단번에 답을 알기는 조금 어려울 지라도 찬찬히, 차근차근 물어가다 보면 때에 맞추어 마음도 답을 나누어 줄 거라고.


내겐 잠이 오지 않는 밤도 그런 것 같다. 내가 다 알지 못하는 여러 사유들이 있겠지만,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이게 맞는 걸까 고민이 될 때에도 좀처럼 잠에 들지 못할 때가 있다.

고민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이미 머리가 고민으로 꽉 찰대로 차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내가 즐겨 사용하는 방법은 차라리 잠을 좀 부족하게 자거나 최대한 온몸의 에너지를 소진해버리는 방법인데, 그럼에도 정신만은 지친 듯하면서도 깨어 있어서 잠을 자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런 밤에 있는 날은 영영 이렇게 새카만 밤에 갇혀 있을 것만 갇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다른 이들에게 묻자니 어떻게 물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 질문들을 붙잡고 하염없이 천장을 바라보고 있기도 하며 꺼진 등불 아래 감기지 않는 두 눈을 깜박일 때가 더러 있었다.


근데 이번에, 좀 배워 온 것 같다. 그럴 땐 자신의 마음에게 물어보는 법을. 이 또한 어떻게 물음의 물꼬를 틔어야 할지, 한참 구면일 내 마음 앞에서 난 생판 초면인 행색이지만, 일단은 내 마음 주위를 기웃거리는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해보면 되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배움에 감사하며,


(Cf / 그래도 사 온 향도 괜찮았다..! 가장 원하는 향을 사 오지 못했음에, 향에 관한 내 코와 마음을 좀 더 믿어주지 못했음에 나 자신에게 미안하고 후회가 되었던 것일 뿐, 차선의 향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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