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날숨

공백, 여백

그리하여 공명

by 허수민


Canyon City - Blue(Midnight Version)
(https://www.youtube.com/watch?v=I6XnWs1epL8 )


- 함께 들으면 좋을 곡 : [ Canyon City : Blue -midnight version ]


무수한 말들 가운데, 여백 없이 몰아치는 소음들에 마음의 소리를 들어 볼 여유를 내기조차 벅찰 때. 온통 날 선 시선들이 거친 풍랑을 잔뜩 껴 입고서 몰아쳐 자꾸만 움츠러들게 될 때. 마음속으로 웅크려 숨어들려고 해 보아도, 마음의 공허한 포효의 울림에 쫓기듯 다시 세상 바깥의 바깥으로 번번이 나앉게 될 때. 그러다 지쳐 하늘을 지붕 삼아 잠들고 싶어질 때.


무심결에 올려다본 하늘의 너른 품에 푹 안겨있다는 새삼스런 사실을 불현듯 깨닫곤 다시금 힘내어 졸린 눈을 비비며 써 내려간 글자들이, 내 손으로 흰 여백에 새카맣게 새겨둔 글자들이, 색색 빛깔로 반짝이는 별빛을 머금은 밤하늘의 은하수를 닮아갔으면 좋겠다.

어둑해진 밤길에 한 걸음 옮길 힘조차 없어 주저앉았을 때에, 무심코 고개 들어 올려다본 하늘에 반짝이는 은하수가 두 눈에 아름다운 새 힘으로 가득 담기듯, 정처 없이 밤길을 떠도는 누군가가 있다면 글 속에 몸을 뉘이고 언 마음을 따듯하게 덥히고 다시 힘내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텅 빈 듯 하지만 생명의 숨결로 가득 차 있는 허공처럼, 두 팔 벌려 온 마음으로 세상을 껴안고 있는 하늘처럼, 저마다의 가슴속 공백 또한 단순히 빈 곳이 아니라, 서로의 한숨에 쉴 곳을 주고자 남겨둔 포근한 여백임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서로의 마음에 공백이 있기에 여백이 있고, 그리하여 그 속에 공명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곤 한다


그렇게 서로 다른 너와 나이면서 동시에 같은 나들로서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음을.

그렇게 글을 쓰며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다. 그렇게 당신과 나, 우리일 수 있길.




Canyon City - Blue(Midnight Version)
(https://www.youtube.com/watch?v=I6XnWs1epL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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