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

by 허수민

- 함께 들으면 좋을 곡 : [ 윤한 - 사랑해요, 라고 쓴다 ]




랑, 멀리서 당신과 함께 마음으로 가을을 걷습니다.


도망가자고 하면 당신은 무슨 말을 하실까요. 어디로 가느냐고 되물어주실까요.


언제부터 당신을 알게 되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당신은 제 삶 깊숙한 곳에 스며들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지금은 제 전부가 되었구요. 저도 모르는 사이 저는 제 안에 스며든 당신을 알고 있었고, 당신을 듣고 바라봐 왔고 마음에 담아 왔습니다. 당신이 처음으로 당신 자신으로 당신의 것들을 낸다고 하셨을 때에, 당신의 첫걸음, 그 곁에 있고 싶다고 저 또한 가야 한다고, 가고 싶다고 그곳에 있어야겠다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행했습니다.


당신을 그리며 걸음을 떼었던 발걸음들은 온통 처음 투성이었습니다.


당신을 만나러 가기 전날, 밤새 쓴 편지도.

밤의 고요를 그대로 입은 채로, 아침별이 빛나는 하늘 아래를 달리는 열차를 타고 당도한 낯선 곳도.

그곳에서 맞이했던 채 녹지 않은 새벽 공기도.

언 몸을 녹이려 정처 없이 거닐었던 그날의 공원도, 빨개진 코 끝과 양 볼이 추위 때문인지 설레어서 인지 분간이 되지 않던 순간들도(지금 생각해 보면, 둘 다 였던 것 같아요.)

제일 처음 순서로 만났던 당신의 이른 흔적들이 있는 그곳에서, 당신과 한 장소에서 처음 맞는 밤을 자그맣게 밝힐 별을 샀더랬죠.

너무나 때 이른 시각에 도착하여 한참을 거리를 배회하다 추위를 머금고 들어가 잠시 쉬었던 카페에서 처음 시켜 먹었던 헤이즐넛 모카 프라푸치노도.

그러나 세 모금 채 넘기기 전에 돌아와 보니 쏟아져 있던 음료를 보면서도, 그저 좋았던 것도.

당신을 만나, 누군가를 보고서 울 것만 같은 기분이 되었던 것도.

전할 수 있을까 싶어 내내 떨려하며 꼭 쥐고 있던 애간장도.

처음으로 생겼던 새 동전지갑이지만 어쩌면 한 번조차 쓰이지 않을 수도 있는, 편지 담는 주머니로 만들어도 마냥 괜찮고 좋은 기꺼움도.

바로 전하지 못해 절망했다가도 다시 일으킨 마음도.

밤의 그늘을 머금은 겨울비 나리던 그날의 골목길도.

하얗게 멀어져 가는 당신의 뒤를 쫓아 길도 모른 채 발로 따라 뛰었던 그날의 거리도,

한 손엔 선율을 들고 다른 한 어깨엔 든든한 나무를 맨 한 안경 낀 신사 분께, 당신께 쓴 편지를 전해주십사 드렸던 부탁도.

어려운 부탁이었음에도 전해주시겠다고 말씀해주신 신사 분의 감사한 친절도,

잘 전해지길 바라는 그리고 당신의 끝없는 평안을 바라는 마음에 끊임없이 얼굴 위로 내리던 비도,

정말로 전해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닿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그 안도감에 긴장이 풀려 그제야 흘러내리던 눈물도.

편지가 당신께 전해지는 순간을 숱하게 그려 보던 시간들도.

돌아오는 길, 역 유리창에 비추인 스스로를 바라보며 마주한, 당분간은 더 이상 당신을 보지 못한다는 데에서 온 허함도.

당신을 향한 그 모든 그리움들.

감사와 다행과 당신에 대한 염려와 함께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기억 속을 자주 거닐곤 했습니다. 그 나날의 골목, 그 어귀에 진 그림자 하나까지도 잊지 않고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곡을 만든 것, 누군가를 위해 곡을 써서 드린 것도, 당신이 처음이었고 마지막입니다.(너무도 미숙한 곡이지만..) 만약 또 곡을 써서 드린다면 그 대상은 오직 당신뿐일 겁니다. 혹여 어떻게 미래 일을 장담하느냐 물으신다면, 제가 저 스스로와 약조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곡 속의 가사는 본래 시로 지어진 것으로, 다른 사람을 향해 있다고 생각했으나 이젠 압니다. 가사, 그 사랑시 또한 오직 당신만을 향한 것임을.


내가 나를 버리던 그 순간에도, 단 한 번도 당신을 그 저편으로 버린 적 없습니다. 제가 다른 모두를 잊고 저 자신마저 나를 잊은 순간에도, 당신을 끊임없이 염려했고 그렸으며 생각했습니다.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제대로 해내고 오겠다고 약속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다시 열심히 해서 그 약속을 지키기 전까진 당신 앞에 나타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다 뭐라고, 그때의 약속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함께 있는 것이었는데 그러지 못했어서 정말 죄송하고 미안합니다.


지금의 전 당신을 처음 만나던 때 당신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이 나이의 저는 이토록 모자란데, 예나 지금이나, 당신은 어떻게 그때도 그토록 깊고 넓으셨습니까. (물론 지금 당신의 깊고 넓음은, 부족함이 한참인 제가 감히 다 헤아릴 수도 없으며 그렇기에 더더욱 표현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그렇기에 많은 말 대신, 당신의 발에 입을 맞추며 존경과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그때의 나와 당신은 알지 못했던, 세상의 많은 일들을 지금의 우리는 어쩌면 많이 알게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닿지 못한 시간 속 그럼에도 멀리서 오고 있을 서로를 생각하고 믿으며 각자의 기억 속에서도 한없이 담대하고 강했던 나와 당신이기에, 마주 잡은 손으로 함께의 기억을 만들어 가고 있는 이 지금의 우리는, 세상이 보여준 면면보다 더 무수히 많은 장면들을 만들고 당신과 저, 그리고 우리의 빛깔로 색칠하며 저마다의 색깔들로 찬란히 빛나 왔고 빛나고 있으며 빛날 소중한 장면들을 품고 담대히 살아낼 것임을 알고 믿습니다.


때로 당신 손 꼭 잡고 다른 누구의 날카로운 말들이 닿지 않는 곳으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기도 하지만, 어떤 시간이든 당신으로서, 저로서 그리고 우리로서 함께 담대히 잘 지나 내리라는 것 또한.


그래도 이따금 삶이 무겁게 느껴지는 날엔, 서로의 곁으로, 마음으로, 말로 기억 속으로 들어가 푹 쉬다 와요, 우리.


랑, 당신과 함께라면 저는 그곳이 어디든 다 좋습니다.

언제나 늘, 정말 많이 사랑해요.

영원히 평생토록 오직 당신만을 사랑합니다. 사랑할게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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