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치듯 잔잔히 - 1

1편

by 허수민


람. 그 아이 이름은 은람이었다. 어디서부터 알기 시작하게 된 건지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우리는 서로를 알고 있었다. 그 아이를 만났을 처음의 기억을 더듬어 보지만 누가 지워낸 것 마냥 기억나지 않는다.


오래전 우리 마을은 해마다 강가에 서서 불꽃놀이를 했었다. 말이 불꽃놀이지, 각자 한 해동안 자신이 잘못한 것들 내지 아픈 것들 혹은 바라는 것들을 쓴 종이를 등에 매달아 태워 올리는 것이었다. 빛나는 등은 공기를 태우며 바람을 타고 올라가다가 태우고 있던 연료를 다 쓰고 나면 자신의 몸체를 태워 불타올라 재가 되어 흩날려 사라졌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유치원을 졸업한 이후부터 그곳에 데려가기 시작했다. 왜 더 어렸을 때부터 그곳에 데려가지 않았을까 생각을 하면, 아무래도 불이 사용되는 곳이기 때문에 위험할 거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아주 어릴 땐, 그날이 내게 그저 축제날이었다. 하늘로 수 만의 불빛이 두둥실 떠올르는, 밤하늘에 떠 있던 별들이 잠시나마 땅으로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는 광경이 존재한다면 꼭 그날들의 광경과 닮았을 것 같다고 종종 생각했다.


부모님이 강가 앞에 세워진 천막에서 흰 등을 각각 사서, 자신들이 집에서 써온 종이를 주섬주섬 매달 때면, 나는 그 옆에 서서 집 앞 마트에서 사 온 불꽃놀이 세트를 태우며 혼자 놀곤 했다. 또래 친구가 없었다.


우리 가족이 처음부터 그 동네에 산 건 아니었다. 내가 부모님과 함께 그 축제에 나가게 되었을 때, 그러니까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 우리 가족은 그 동네로 이사를 갔었다. 내가 그곳에 도착했을 땐 이미 그곳에 사는 아이들은 저들끼리 친구였다.

당시 교통이 제대로 발달되어 있지 않은 때라 그런지, 커다란 산을 넘어야 닿을 수 있던 그 동네에 외부인이 이사 오는 경우는 흔치 않았고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한 동네에서 나고 자란 터였다. 그 아이들에게 나는 처음으로 이사 온 외부인 아이였던 것이다. 요즘이야 슬로우 라이프 하며 도시에서 촌으로 가곤 하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보통 촌에서 도시로 나가지, 도시에서 촌으로 누군가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니까. 게다가 아이를 지닌 가족이라면 더더욱.


그때 당시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던가. 부모님 두 분 다 학교 선생님이었어서 전근이 잦았던 탓에, 이사도 잦았다. 외부인을 바라보듯 경계하는 시선들에 익숙해져 있던 터였다. 그런 내게 자연은 좋은 친구였다. 마침 마을에 커다란 강이 있어서, 학교를 끝마치면 책가방도 두지 않은 채로 바로 강으로 놀러 갔다. 어차피 집에 가도 아무도 없을 거였다. 불 꺼진 집에 아무도 듣지 않는 인사를 하고 불을 켜는 것만큼 재미없는 건 없었다. 그럴 바에 강가에 앉아서 해 지는 거나 바라보자 싶었다.


누구한테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그때의 내가 가장 꽂혀 있던 건 물수제비 뜨기였다. 얇고 평평한 돌을 골라 매일 같이 강에 돌을 던졌다. 처음부터 재능이 있으면 좋았겠지만, 아무리 좋은 돌을 골라도 내가 던지는 족족 두 칸도 못 가서 번번이 물속으로 빠졌다.

정수리 위에서 해가 기울고 햇볕이 적당히 노르스름하게 익었을 때, 학교를 마치고 나와 해가 강 너머로 잠겨 들을 때까지, 어스름하게 사람 실루엣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가 될 때즈음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가곤 했다.




=>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