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날숨

취미로서의 글쓰기와 생으로서의 글쓰기

by 허수민

[ 함께 들으면 좋을 곡 : Take Me On (솔튼페이퍼) ]



글을 쓰며 살겠다 결심을 하게 되자, 글을 쓰는 게 두려워졌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이 좋아서, 단순히 그 이유로 글을 쓸 때에는 그렇게 복잡할 필요가 없었다. 좋으면 그만이니까. 글쓰기가 취미에 속할 때에는,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재미있는가 였다. 생각이랄 것도 없이 그저 술술 써내려 갔던 것 같다.


하지만 삶이란 글자 옆에 글이 나란히 놓이게 되자, 글이란 건 더 이상 한 손으로 들 수 없는 존재 마냥 느껴지게 되었다. 글쓰기가 어렵다, 잘 안 써진다를 족히 약 3달가량은 하소연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만큼 적잖은 충격이었나 보다. 설마 글이 이럴 줄은 몰랐어서..


좋아하는 취미를 업으로 삼게 되면 그 이후로는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된다는 걸 듣긴 했어도, 이 정도 일 줄은 꿈에서도 알지 못하였다. 문장 하나에 이게 과연 존재할 가치가 있을까를 끊임없이 되묻다 보니, 급기야 내 존재의 의의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논의해보게 되는 게 아닌가.


그래도 오늘은 딱 한 걸음이라도 더 걸어 나아가 보고 싶었다. 글쓰기가 어렵게 되었다는 충격에 빠져서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다가는, 진짜 아무것도 못 하게 될 테니까. 그래서 이 충격으로부터 한 발자국 걸어보자 하며 발을 떼게 되었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단순히 투정에 불과한 어리광이 아니라 적어도 내게 있어서 만큼은 취미로서의 글쓰기에 대한 충분한 애도가 필요한 일이었다는 것을. 적어도 나는 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나는 나조차 보고 있지 못했다는 것을.


글 쓰는 게 어려워도 괜찮다, 그럴 수 있다는 말을 먼저 건네야 했는데 왜 어려워하느냐고 다그치기만 했다. 있는 그대로 나를 수용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나의 어려움들을 평가했고 부정했다. 나 스스로에게 손 내밀지 못하고 손가락질하기 바빴다.


이렇게 떨어져 바라보고 난 후에 문득 든 생각은, 나를 힘들게 한 건 글쓰기 자체나 글을 쓰는 게 어렵게 되었다는 점 때문이 아니었다. 되려 잘 써야 한다는 의무 아닌 의무를 지우며 글쓰기에 막중한 무게를 두어 나 스스로에게 부담 지우고 있는 나로 인함이었으며, 글쓰기는 무조건 쉬워야 하는 게 보통이고 정상이며 보편적이라는 나의 생각들로 인함이었다. 또한 살아가다 보면 마음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는 건데, 그건 무조건 위험한 상태이며 빨리 해소해야 하는 것이라는 나의 판단들로 인함이었다.


글의 가치에 따른 고민에 관련한 것들도 이와 유사했다.

나는 내 글을 쓰면서도 나 스스로에게는 내 글의 좋음에 대해 전혀 묻고 있지 않았다. 단순히 필요와 불필요에 관한 사안들만 점검하며 내 글을, 어쩌면 나 스스로를 상품 대하듯 했던 것 같다. 이제는 글을 쓰는 것이 마냥 쉽지만은 않게 되었다 하더라도, 글을 읽고 쓰고 나누는 게 좋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길을 택한 것인데 불평할 한 가지에 대해 생각하느라 감사할 수만 가지에 관해 생각하려 들지 않고 있었다.


여전히 이 글을 쓰면서도 너무 진부한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은 빠짐이 없다. 하지만 현재로서의 나는 그걸 정확히 알 수 있는 역량을 지니고 있지 못하고, 어쩌면 삶의 끝자락에 이르러서도 이러한 역량을 충분히 길러내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이 이야기들이 내게 의의가 있고 현재의 내 상태가 이러하다는 것만은,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들에 대해 글로 표현해보고 싶다는 나의 바람만큼은 선명하다.


나만 좋자고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진 않다. 하지만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쓰기에는 한참(엄청) 멀은 것 같다. 그런 글을 쓸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보자 했는데, 쓰지 않으면 나아지는 것도 없었다. 오히려 머무르면 다행이게, 더 퇴보하기만 했던 것 같다. 한 발자국도 못 내딛는 글을 쓰게 되는 날이라 할 지라도, 일어섰다 다시 주저앉게 되는 글이라 하더라도, 글 쓰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는 것부터 시작해보고 싶다. 그러다 보면 분명 아주 조금씩일 지라도 나 이외의 다른 누군가가 쉬었다 갈 수 있는 글이 되어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감사히 잘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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