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날숨

글 고르기, 숨 고르기 - 글쓰기

by 허수민

1.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저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하며, 글을 쓰고 싶다.

글을 쓰다가 길거리에 나앉게 된다 하더라도, 그럼에도 담대하게 글을 쓰며 살아가고 싶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글을 추구하면서도, 아주 자그마한 크기일지언정, 나뿐만 아니라 다른 타인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글을 추구하면서도, 내 글이 당연히 받아들여질 것이란 기대를 하지 않고서, 사람들의 수용을 그 어떤 순간에도 당연히 여기지 않고 매 순간 감사하면서, 마주친 모든 상황에 깃들어 있는 빛을 바라보며 그럼에도 감사하기를 그치지 않고 싶다.

내가 먼저 마음에 들어 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세상의 반응이 두려워 내 마음을 숨기기보다, 기꺼이 드러내어 하염없이 훤히 잘 보이는 사람으로, 내 마음속을 누비는 사람들이 길을 잃지 않을 언제든 들어와 쉬었다 갈 수 있는 그런 용감한 마음이 되어 글을 쓰고 싶다.



2.

장편의 광활함이 좋고, 단편의 세밀함이 좋다.

얼마든지 정교하고 섬세해도 지나칠 우려가 적은 글쓰기 속 세계가 점점 더 낯익어 간다. 반갑다.



3.

인물들의 감정들을 쓸 땐 대개 경험이 아니라, 직접 인물들의 상황과 마음에 감정이입을 해보는 편이다. 상상하고 그려보고 이입하고 공감하고 다시 거리 두고 바라보고 등.



4.

주제넘고 섣부른 생각일지 모르겠으나, 여러 분야의 예술 대부분이 하나의 뿌리에서 비롯된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직, 간접적으로 경험해 본 예술이 그렇게 많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어디까지나 나의 소견에 불과한 생각을 함부로 일반화 해선 안 되겠지만, 예술이란 한 뿌리에서 나온 것을 저마다 택한 방식으로 표현해내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글 쓰는 일 속에서도 스케치 작업이 있고 디테일을 더해가거나 빼는 작업이 있는 등. 그런 면에서 많은 예술이 저마다의 분야를 지니고 있지만, 가꾸어 나가는 방식에 있어서 많이 닮아 있지 않을까 이따금 생각한다.

저마다의 개성 같은 건 없다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각자 택한 예술의 분야가 다를 뿐, 우열 없이 저마다의 빛나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5.

글, 단어, 퍼즐 조각



6.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 잘하고 싶은 건 어떻게 해야 찾을 수 있을까요.


혼자 글을 쓰다가, 문득 내 글의 가치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글 쓰는 사람들은 참 많은데 그 속에서 나의 글은 어떤 가치를 지닐 수 있을까. 어떤 필요가 될 수 있을까. 내 글은 무엇을 가지고 있을까. 글로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내가 가진 건 무엇일까.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을까. 와 같은 이런저런 생각이었습니다.


친구 d에게 물어보았더니, 직접 경험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더군요. 맞는 말이었습니다.



7.

글을 쓴다는 건, 때로 희뿌연 연기를 헤치고 들어가 그 속의 윤곽을 움켜쥐려고 드는 일과 같기도 하다.



8.

새로운 소설을 쓰는 일이, 소설 속 새로운 인물들을 만나게 되는 시간들이 꼭,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순간들과 닮은 것 같다.



9.

설령, 무수한 말들에 짓밟힌다고 하더라도 써야 하는, 쓰고 싶은 이야기들을 쓸 수 있길.



10.

이따금 계절의 젊음 앞에 고개 숙여야 하는 날이 있다. 잎새의 푸르름을 경계로 두고 내리는 땀방울을 연신 손으로 훔쳐 내다가 땅에 하나둘씩 뚝뚝 떨어져 새겨지는 자국들을 그저 바라보는 일. 그러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흩노니는 머리칼을 맡기며 가만히 두 눈을 감고 감사하는 일. 이마에 흐른 땀이 마르고 흐르길 반복하듯 우리네 인생도 이내 지고 피기를 반복한다는 것을. 한철 피우는 꽃은 있어도, 그 꽃들조차도 매해 다시 피어오른다는 것을 기억하는 일.

그렇게 봄으로 태어나 겨울로 지고 다시 봄으로 생동하는 계절의 끝없는 젊음처럼, 우리의 생애도 나이와 젊음은 상관이 없음을 온몸과 마음으로 끌어안는 일.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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