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r. for who

#PrayForUkraine

by 허수민


- 함께 듣길 권장하는 곡 : [ Troye Sivan - SUBURBIA ]


( 맨 아래에는 다소 잔인한 사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읽으시기에 앞서 유의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어머니, 어제는 친구가 죽었어요. 지금쯤이면 당신도 뉴스로 소식을 들으셨을까요. 우리는 야밤중에 강제 기상 호각과 함께 끌려가다시피 하며 트럭에 탔어요. 어디로 가는 트럭인지 알지 못하고, 그저 일단 타라는 말만을 듣고 장비를 갖추어 차에 올랐어요. 같이 트럭을 탄 사람들 누구에게 물어도 어디에 가는지, 무엇을 하러 가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어요. 분대장님은 저희와 계시지 않았어요. 막연히 훈련을 가는 건가 보다, 하고 생각하곤 저마다 잠에 빠져들 뿐이었습니다. 밖을 내다볼 수 있는 방법 같은 건 없었어요. 화장실은 전부 트럭 안에서 처리해야 했고, 그저 우리는 덜컹거리며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는 것만을 느낄 수 있었을 뿐이었어요.


트럭이 멈추고 문이 열리며, 빛이 새어 들어와 눈이 부실 것을 우려하여 눈살을 찌푸렸는데, 밖은 캄캄했습니다. 적어도 하루, 길게는 이틀이 지난 것 같았어요. 주위를 둘러보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듯했어요. 주위에 나무들이 우거져 있고, 깊은 산골인 듯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워낙 넓잖아요. 아직 저조차 발을 다 디뎌보지 않은 곳이 많기에, 이번에도 훈련을 하러 왔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불 하나 켜지지 않은 깊은 산골에 와 있는 듯했어요.



운전 조수석에 앉아서 오신 것으로 추정되는 중위님께선 폐건물로 보이는 곳을 가리키며 그곳에서 자라고 하셨어요. 들어가 보니 건물은 20평 정도 되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누울 순 없었어요, 그 건물에 모두가 들어가 누워 있기 위해서는요. 한 트럭에 같이 타고 있던 사람들은 15명 정도 되었거든요. 틈 없이 붙어 앉으며 각자 자리를 잡으니, 한편에 선 먹을 걸 나눠주시는 듯하더군요.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어요. 불빛은 발아래가 겨우 보일 정도로 작았거든요. 제게로 오는 걸 받아보니 빵과 우유더군요. 갈증이 나고 배가 고팠던 나머지, 받은 우유를 한 번에 다 마시고는 허겁지겁 빵을 먹었어요.


그런데 빵 맛이 익숙했어요. 피터의 집에서 먹어봤던 빵인 것 같단 생각이 하던 찰나 사레에 들렸고 순간적으로 숨이 막혀 컥컥거리는데, 다행히 옆에 있던 사람이 나눠준 우유 덕택에 무사할 수 있었어요. 그의 이름은 게빈이었어요. 20살, 저보다 한 살 아래 동생이더군요. 게빈은 제게 남은 빵 한쪽도 마저 내밀었어요. 자신은 별로 안 먹는 편이라면서 말이죠. 수차례 거절했는데, 어둠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눈 덕에 게빈을 볼 수 있었는데, 윤곽이 뚜렷하지 않고 흐릿했지만 게빈은 많이 말라 있었어요. 집에 있는 아이작이 생각나더군요. 식사 시간이면 매번 제게 형, 대신 먹어줘라며 곧잘 음식을 남기곤 했잖아요.


그렇게 우린 친구가 되었어요. 밖은 어둡고, 주위에 무엇이 있는지 정확히 알진 못했지만, 우린 목소리를 죽이고 속삭이며 서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었어요. 밖에서는 풀벌레 소리가 잔잔하게 울려 퍼졌고, 군데군데 다른 사람들의 숨소리와 잠꼬대를 비롯해 코 고는 소리까지, 정겨운 밤이었어요. 이야기하다가 저희도 모르게 잠이 들었었나 봐요.



또다시 울려 퍼지는 호각 소리와 함께 호령 같은 전원 집합 명령이 귀청을 때렸어요. 훈련받은 대로 습관처럼 장비를 갖추고 밖에 나가 열에 맞추어 섰어요. 게빈은 제 앞에 서 있었어요. 이제 막 동이 트고 있는지 아직 정수리 위쪽 하늘 끄트머리엔 검푸른 빛이 감돌았고, 땅과 가까이에 이르러 있는 부분은 대부분 밝아져 있었어요.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이었어요. 훈련이 일찍 끝나면, 풀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뭔가 이상했어요. 숲이 꼭 닮아 있었거든요. 종종 피터네 집에 놀러 오면 가던 산의 모습과. 우리나라의 동부 쪽 지역에는 많이 나 있지 않을 나무들이 숲에 자라 있었어요. 분명 처음 와봐야 하는 곳인데, 익숙하다는 기시감을 지우지 못한 채, 행렬을 따라 걸어가다가 작은 오두막을 봤어요. 제가 아는 곳이었어요. 피터네 동네였어요. 뭔가가 잘못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면서 걸음을 주춤하자, 뒤에서 철컥 소리와 함께 등허리에 무언가가 찌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언제 나타나셨는지, 중무장한 분대장님이 제 허리에 총구를 겨누고 계셨어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죠. 총구를 있는 힘껏 밀어 제 몸을 앞으로 떠미셨어요. 계속해서 걸어가라는 뜻이었죠.



어머니, 저는 제가 쓴 군모를 깊게 내려썼어요. 앞을 보기가 두려웠어요. 그저 앞사람 발만 보며 따라 걸었어요. 계속해서 되뇌었어요, 아닐 거라고. 제가 걷고 있는 곳이, 제가 아는 동네일까 봐. 우리 가족이 여름마다 놀러 오는 피터네 집이 있는 동네일까 봐. 우린 무엇을 하려고 지금 이곳을 지나가고 있는지 수없이 되물었어요. 어머니, 저는 그때까지도 저희가 전쟁을 일으킬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어요. 저는 아직 총 쏘는 법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걸요. 제 주위에 있는 사람들 모두 저와 비슷한 또래들처럼 보였어요. 저희 같은 오합지졸을 데리고 무언가를 하려고 들지, 설마 그게 전쟁일지.


마을이 가까워지니 사방에선 비명소리와 울음소리가 들리고 있었어요. 주위 풍경이 낯설지가 않았어요. 네, 피터의 동네였어요. 곳곳에선 불길이 일고, 어머니께서 좋아하셨던 공원들이 불에 타고 있었어요. 매캐한 화약 냄새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어요. 주위에선 여전히 비명소리가 들리는데, 저희는 그저 계속 앞으로 걸었어요.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핏자국이 마르지 않은 땅 위를 계속해서 걸었어요. 질서 없이 난무하는 폭격 소리와 울음소리 가운데에 울려 퍼지던 정박자의 군화 소리는 제가 들었던 소리 중에 가장 잔인한 소리인 듯했어요. 빠르게 주위를 훑으며 피터네 집을 찾았어요. 피터네 집에 아무도 없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라면서요. 하지만 찾을 수 없었어요. 빼곡히 집들이 들어 차 있어서 참 답답한 동네라고 피터를 자주 놀리곤 했는데, 더 이상 어디가 어디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건물들이 다 무너져내려 있었어요.



저희는 각자 구역을 나누어 수색을 하기 시작했어요. 명령은 단 하나였어요. 남아 있는 우크라이나인이 있다면 잡아라. 저항하면, 죽여라. 저는 게빈과 한 팀이 되어 맡은 구역을 수색하기 시작했어요. 당장이라도 산을 넘어 도망치고 싶었어요. 21세기에 전쟁이라니요, 어머니. 아뇨, 이건 침공이에요. 제 가슴에 달린 국기가 수치스러웠어요. 제가 안일했던 걸까요. 군대에 들어가면서도, 제가 사람을 쏘게 될 일이 생길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어요. 수색을 하면서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길 빌었어요.


게빈도 저와 같은 마음이었나 봐요. 밤이 되며 주위가 어두워지자 저희는 들고 있던 랜턴을 끄고, 빈집으로 추정되는 곳에 들어가 몸을 숨겼어요. 할 수만 있다면, 전쟁이 끝날 때까지 계속 숨어있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럴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그 집에는 식량이 많았거든요. 두 명이서 일주일은 넉넉히 먹을 수 있을 만한 양이었어요. 배고픈 나머지 저희는 정신없이 먹었어요. 먹은 건, 전날 새벽에 도착해서 먹은 빵 한 조각과 우유가 전부였어요. 식량이 오려면 적어도 삼 일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했어요. 말도 안 되는 일이었죠. 하지만 아무도 말하지 못했어요. 한 명을 본보기 삼아 죽도록 팼거든요. 그리고 그 아이는 죽었어요.



저희는 한 명씩 돌아가며 보초를 서기로 하고, 게빈은 먼저 잠에 들었어요. 저는 문 앞에 기대어 총을 쥐고 앉아 있었어요. 잠깐 졸았는지, 위층에서 들려오는 둔탁한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깼어요. 뭔가 낌새가 좋지 않아서, 저는 조용히 게빈을 부르며 위층으로 올라갔어요. 위층에 거의 다 이르기 직전 랜턴 불빛이 제 눈을 빠르게 훑고 지나갔어요. 저는 게빈에게 어서 불을 끄라고 말하려 하는데, 제 눈앞에 게빈이 누군가와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어요. 계속해서 불빛이 번쩍거리는 터라, 군복 입고 있는 사람이 게빈이라는 걸 겨우 알 수 있을 정도였어요.


제가 게빈의 이름을 부르고 게빈이 저를 향해 몸을 돌리려는 순간 둔탁한 소리와 함께 게빈이 무너져 내렸어요. 게빈의 손에서 떨어져 내린 랜턴이 게빈의 발치를 비추고 있었고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어요. 저는 차마 게빈을 부르지 못하고, 손에 든 총으로 그 사람을 향해 난사했어요. 그 사람은 맥없이 쓰러졌고요. 저는 황급히 게빈에게 달려갔어요. 하지만 게빈의 숨은 이미 멈춰져 있었어요.


그 사람이 대체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보려고 땅에 떨어진 랜턴을 들어 그에게로 비추었어요. 어머니, 피터였어요. 믿어지시나요. 제 친구 피터였다고요. 참새도 무서워하던 그 피터였어요. 그들 사이에 앉아 망연자실할 틈도 없이, 제 총소리를 들은 저희 쪽 군인들이 건물 안으로 들이닥쳤어요. 그들이 상황을 파악하고 곳곳을 수색하는 동안 저는 계속 그 자리에 앉아 있었어요.



그 뒤로 어떻게 그곳에 나와 다시 본진에 합류했는지 기억나지 않아요. 분명 손을 씻었는데, 만졌던 피의 감촉이 사라지지 않는 것 같았어요. 닦아내려고 계속해서 씻고 또 씻는데 닦이지가 않았어요. 지칠 대로 지쳐서 멍하니 앉아 있는데, 제 앞으로 분대장이 걸어오더군요. 저를 지나쳐 가며 제 머리에 손을 얹곤 잘했다고, 그 한마디를 하고 갔어요.


어머니, 저는 어쩌면 그때 이미 죽었던 걸지도 몰라요. 후에 저희 부대는 전멸했고, 저도 이렇게 누워 하늘을 보고 있네요. 이곳의 하늘은 우리의 하늘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도 그럴 게 바로 옆동네이니까요. 이번 여름에 휴가를 나오면 피터네에 놀러 가, 같이 수영을 하고 하늘을 보기로 했었는데, 이젠 그 약속을 못 지킬 것 같아요. 모범 병사가 되어 빨리 휴가 나가서 뵈러 가겠다는 어머니와의 약속도 지키지 못할 것 같아요. 어머니, 이곳 사람들을 너무 미워하지 말아 주세요. 너무 많은 세상이 불에 타고 있어요, 어머니. 눈물로는 세상의 불길을 꺼트릴 수 없는 걸까요. 우린 무얼 위해 전쟁을 하는 걸까요. 어머니.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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