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걱정을 하지 말고 시험공부를 하세요 (하상욱 시 中)
생각해보면 직장 생활을 14년간 해오면서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해온 것 같다. 원래 걱정이 많은 성격 탓도 있지만 시기마다 걱정거리가 나타나는 게 직장 생활인 듯하다. 취업 전에는 취업이 안되어 걱정, 초년생 때는 과연 이 길이 맞는가에 대한 걱정, 이직을 해서는 과연 이 곳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 등.
그렇다면 과연 지금은? 본사 인사부서의 차장, 직장 생활을 하면서 책 한 권을 출간했고, 라이프 코칭 자격증이 있으며 나름 회사에서도 좋은 평판을 이루었다. 그리 각박하지 않은 회사생활 덕분에 이렇게 글을 쓸 여유도 있으며, 남는 시간에 운동과 독서를 균형 있게 즐기고 있다. 나름 안정적인 직장 생활이지만, 그렇다고 걱정이 없을까? 물론, 아니다.
요즘은 '14년 직장 생활을 해오면서 이것 만큼은 전문가다'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있을까 하는 고민에 빠져있다. '만약 회사라는 타이틀을 빼고 나면 나에겐 무엇이 남을까?'라는 걱정과 같은 맥락이다. 게다가 더 우스운 것은 바로 이런 걱정을 하면서도 동시에 '걱정은 정말 나에겐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인 것일까? 도대체 언제쯤이면 나는 걱정을 덜 하고 살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만들어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쯤 되면 걱정도 팔자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 이런 나의 걱정을 해소할 수 있는 중요한 힌트를 하나 얻게 되었다.
질 헤이너스는 여성 잠수부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된 사람으로서 동기부여 강연가로도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이다. 얼마 전 책을 통해서 접한 그녀의 말이 내 마음에 와 닿았다.
"자신에게 늘 이런 질문을 해보세요. '내가 과연 최선을 다했을까?' 만약 '그렇다'는 대답이 나오면 행동과 선택에 후회할 이유가 없지요. 내가 하는 모든 일에 개인적으로 성실하다면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자신감이라는 문이 열립니다. 이 문이 열리면 훨씬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죠."
스스로 정한 기준을 놓고 볼 때 최선을 다했다면, 그에 대한 부산물이 자신감이라는 말이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기준이란 것이 각자 다르긴 하겠지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다면 그 사람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면서 나를 돌아다보게 되었고, 걱정을 달고 사는 나 자신에 대한 새로운 인싸이트를 얻게 되었다.
여태껏 나는 걱정이 많은 것에 대한 원인을 '타고난 성격'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하지만, 질 헤이너스의 말을 곱씹다 보니 그게 성격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원인이 다름 아닌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이 몸에 배어버린 탓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대학교에 진학할 때, 전공을 선택할 때, 직장을 선택할 때, 직장에서 수많은 과제를 수행할 때... '매 순간 나는 스스로에게 떳떳할 만큼 최선을 다했을까?' 그렇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이룬 것도 많지만 머뭇거리고, 망설이다가 흥미를 잃어버리게 되고 '이 정도쯤 해두자' 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내가 한 일에 자신감이 강했을 리 없다. 그간 회사 생활을 통해 쌓아 온 경력에 관해서도 똑같은 경우이다.
이렇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 습관' (혹은 적당히 해두는 습관)은 어려운 과제 앞에서 특히 더 심했던 것 같다. '내가 진짜로 열심히 하면 더 잘할 수 있는데 이 일을 흥미가 없어서 이쯤 해둬야겠다'라면서 접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돌이켜 보게 된다. 실제로는 자신이 없어서, 두려워서 접었으면서 말이다. 그런 식으로 변명을 하면서, 스트레스받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라는 식으로 넘겨왔던 것이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놓쳐버리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누적되면서 '그 어떤 분야에도 뾰족하지 않은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은 아닌가 반성을 하게 된다.
노화질환 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이자 성공한 사업가인 마이클 포셀이 이런 말을 했다.
"힘든 일을 피하는 것이 힘든 일 자체보다 훨씬 나쁘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예를 들어 언어처럼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매일 조금씩 배우세요. 절대 겁먹지 말고 조급해하지도 말고요.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각자 나름 잘해 보고 싶은 분야가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그것이 정답인지 오답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현시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그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자신감을 점점 더 높여가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자신감을 얻게 되었던 순간들이 그렇게 몰두하면서 하나씩 이뤄냈을 때였던 것 같다. 직장을 얻고, 이직에 성공하고, 책을 내고, 라이프 코칭 타이틀을 획득했던 순간들을 통해서 말이다. 그렇게 이뤄낸 것들은 그다음으로 이어졌고, 점점 더 새로운 분야로 나를 이끌어 주었다. 이런 과정의 연속들이 나를 어디론가 이끌어 줄 것이라 믿고 그냥 가보려고 한다. 걱정은 이제 그만 접어두고서 말이다.
by 젊은꼰대 흡수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