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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흡수인간 Jun 02. 2018

너도 언젠가 과장되고 차장 된다

그러니 이젠 적당히 좀 하자. 혹시 창업 준비 중인 거라면 인정.

요즘은 리더십의 홍수인 시대인 것 같다. 리더가 넘쳐나는 게 아니라 '리더란 ~~ 해야 한다'라는 이야기가 넘쳐난다는 뜻이다. 포용하고, 배려하다 못해 발까지 씻어주는 리더가 좋은 리더인 것처럼 비치는 시대다. 동의하는 바다. 언제까지 옛날 방식으로 할 순 없다. SSKK.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고, 까라며 까라'는 시대는 지났다. 그런데, 포용과 배려도 정도껏 얘기했으면 좋겠다. 요즘은 되려 이런 리더십 이야기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시대인 거 같다.


인터넷에서 한 칼럼을 읽었는데 위에서 지적한 대로 스트레스를 주는 칼럼이었다. 내용은 생략하고 글 중간에 나오는 글귀를 인용하자면 아래와 같다.


한마디로, 지시와 복종에 의한 결과물의 생성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프레임이 리더들 사이에 만연돼 있다. 그러나 이런 사고방식은 리더들의 착각일 수 있다. 직원들이 없으면 성과는 누가 만들어낼까? 직원들 없이 리더라는 자리가 존재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직원들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고마운 일이 아닐까? 그들이 있음을 당연하게 여기기보다는 감사하게 여겨야 마땅하다.


글의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짜증이 밀려왔다. '또 채찍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리더들은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성, 디지털 리터러시,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팀 통솔능력에다가 배려심까지 갖춰야 하며 위 칼럼에 의하면 직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까지 뼛 속 깊이 새겨둬야 한다. 솔직히 난 팀장은 아니지만, 팀장들이 이 글을 읽으면 어떤 기분일까? 나보다 더하면 더했지 서운한 마음이 덜하진 않을 것이다.

    

unsplash.com


얼마 전, 후배 직원과 업무 관련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여럿이 모여 회의를 하는 자리였고 내가 기획한 업무를 설명하는 자리였다. 그 후배가 일 한 가지를 맡아 줬으면 한다는 요청의 말을 했다. 그런데 대뜸 화를 내는 것이 아닌가? (지금 물어보면 본인은 화를 안 냈다고 할 거 같다) 자기한테만 일이 몰리는 것이 아니냐는 항변이었다. 그런데 사실 내 이야기는 그 사람 혼자에게만 일을 맡기자는 게 아니었다. 다 같이 나눠서 할 일이고, 그중 메인 담당이 되어 달라는 말을 할 참이었다. 사실 메인으로서의 업무 부담도 큰 건 아니었다. 그런데 이야기가 다 끝나기도 전에 흰자위를 보여가며 짜증부터내는 것을 보니 엄청 짜증이 났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했을까?? 그냥...꾹 참았다. =_=;;;;;;


회의를 마치고 나서 내가 그때 왜 참았을까에 대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 사람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싶어서? 아니었다. 차근차근 설명해 주고 싶어서?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좋은 선배, 좋은 상사로 보이고 싶어서였다. 괜히 토 달았다가 모양새 안 좋아질까봐 그런거였다. 참 내...그렇게 좋게 보여서 뭐하려고 그랬는지...나도 참..-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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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사를 보니 요즘 상사들이 거절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리더가 제안한 아이디어에 대한 부하 직원들의 거절에 대한 공포증 말이다. 물론 조직 내에 건전한 반대는 있어야 하겠지만, 간혹 대안 없는 비판을 하는 게 문제다. 그럴 땐 단호하게 까야하는데도 불구하고 요즘 리더들은 그러지 못한다고 한다. 소위 말하는 '경청'의 리더십 때문이다. 괜히 부하직원의 의견에 No라고 했다가는 꼰대 소리를 듣기 때문에 참는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탓에 리더들은 영양가 없는 비판을 듣다가 시간만 허비하고, 조직 운영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아야 할까? 인내심을 발휘해서, 부하직원들이 내 맘을 알아주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는 게 내 주장이다. 물론, 욕을 하거나 흥분해서는 안 되겠지만, 필요할 땐 직설적으로 쏘아붙여야 할 때도 있어야 한다. 참는 것보다 그게 더 어려울 수 있겠지만 말이다. 포브스 지에 실린 연구결과에 보면 솔직한 피드백을 하는 리더 아래서 일한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이 그렇지 않은 직원들보다 두배나 더 높다고 한다. 좋게 좋게 넘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것이다. 부족한 것이 있으면 솔직하게 말해 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그 사람도 발전이 있을 것이다. 단언컨대 그렇게 꼬집어 말해주지 않으면 그 사람은 절대 모른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말이다. 그래서 나 역시 앞으론 그 후배의 무례한 행동에 참지 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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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렇게 참기만 하다간 리더들이 화병이 나서 쓰러지고 말 거란 점이다. 안 그래도 참을게 많은 곳이 한국 사회인데 이런 것 하나쯤은 버려도 좋지 않을까 싶다. 이젠 리더들도, 리더가 아니지만 누군가 후배 직원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들에게 솔직하게 '아니다. 넌 틀렸다'라고 이야기해야만 한다. 그리고, 대안 없는 비판을 하고, 험담을 즐기는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너도 언젠가 과장되고 차장 될 거라고 말이다. 똑같은 직딩인 우리들은 결국 같은 편이다. 적당히 좀 하자.


by 젊은 꼰대 흡수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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