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한테도 분명 컨텐츠는 있습니다
벌써 3년이란 시간이 지나갔다. 내 이름으로 책을 낸 이후로 말이다. 비록 잘 팔린 책은 아니었지만, 내겐 큰 의미를 준 책이다. 책을 썼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 많은 글을 어떻게 다 쓰셨어요?" , "정말 부지런하시네요"라는 말들을 먼저 한다. 물론, 책을 다 쓰기까지의 과정 역시 성취감을 느끼게 한 큰 부분이다. 하지만, 내가 더 큰 의미를 찾은 것은 그와는 다른 포인트다. 직장인으로서 내 삶을 좀 더 특별하게 바라보게 되었다고 할까? 아무튼 의미를 논하기 전에 별다른 성공 사례 없는, 평범한 직딩인 내가 어떻게 책을 내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먼저 들려드리고자 한다.
처음 책을 쓰고자 마음을 먹게 된 계기는 사실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직장인으로서 1년에 한 줄씩은 이력서에 쓸 것 한 가지씩은 추가해야 한다는 나 스스로 정한 원칙 때문에 책을 쓰기로 했다. 자격증이든, 교육 이수이든 꼭 그해에 한 가지씩은 이루려고 하는 원칙 말이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이젠 책 쓰기다'란 책을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책의 저자인 조영석 라온 아시아 대표님께 일단 전화를 걸었다. 이것저것 물어볼 것도 있었지만, 가장 걱정이었던 '평범한 직장인인 저도 도전해 봐도 될까요?' 란 것이었다. 주저함 없는"그럼요, 한 번 도전해 보세요" 란 대답이 돌아왔다. 사실, 이미 마음을 정하고 있었던 터라 어떻게든 도전은 했겠지만 내심 '안되면 할 수 없지 뭐' 란 생각으로 시작을 하게 되었다.
나를 포함해 책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가 생겼다. 6명이었던 걸로 기억이 난다. 무난했던 첫 모임을 마치고, 두 번째 시간부터 문제가 생겼다. 어차피 '시작하고 나서 고민하자'라는 맘에 참가한 것이긴 했지만 도무지 어떤 주제로 책을 쓸지 확신이 서질 않았기 때문이다. 나를 제외한 다른 분들은 그들만의 성공담이 있는 분들이었다. 유명 호텔의 임원, 컨설턴트, 육아 전문가 등 그들 영역에서 성공한 분들이었다. 그 분들에 비해보니 10년 넘게 회사만 다녔던 내 커리어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애당초 무리였던 목표였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꽉 찼다.
그러던 어느 날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조영석 대표님을 찾아가 정중히 말씀드렸다. "대표님, 아무래도 전 아직 책을 낼 때가 아닌가 봐요. 회사 생활하면서 뭐 하나 특별한 컨텐츠가 될만한 이야깃거리가 없네요."라고 말이다. 사실 관두려는 마음은 굳혔고 참가비용 일부만이라도 환불을 해주십사 하는 마음에 던진 말이었다. 대표님은 잠시 말을 멈추시더니 "15분만 내주세요. 전철역까지 태워다 줄 테니 내 차를 타고 가면서 얘기하시죠"라고 말하셨다.
전철역으로 가는 동안 내 생각, 내가 지금까지 관심 있어했던 것 등에 관한 질문과 대답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뾰족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다음의 한 마디로 일단 더 고민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책은 성공한 사람이 내는 것이 아니라 절박한 사람이 쓰는 겁니다. 지금 부족한 것은 컨텐츠가 아니라 절박함이에요. 지금처럼 회사 생활 그냥 계속해나가도 아무 일 없을 거기 때문이죠. 이럴 때일수록 꼭 책을 쓰셔야 해요
그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사실이 그랬다. 책을 내지 않아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고, 먹고사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포기하려 했었을 것이다. 그리고 책을 쓸 컨텐츠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평범한 직장인인 내가 무슨' 이란 생각이 컸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렇게 나 스스로의 가능성을 틀에 가둬놓았었기 때문에 컨텐츠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 더 부딪혀보자고 심기일전했지만 좀처럼 책의 주제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관둬야 할지 모르겠다던 차에 평소 만남을 갖지 않던 직장 동료들과 모임이 있었다. 각자 새해 목표를 수립해 보자는 취지에서 사내 인트라넷에 내가 올린 글 때문에 만들어진 자리였다. 나를 포함 딱 네 명이 모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예전 직장을 관두고 지금 회사에 오기까지의 이야기까지 나오게 되었다. 많이 방황했었고, 지금의 아내를 전 직장에서 만났던 이야기, 이직하게 되기까지의 과정 등 이야기를 죽 이어가다 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렇게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고, '아~ 책 생각은 내일 새벽에 일어나서 하고 일단 자자' 라며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
다음날 새벽, 여지없이 새벽 4시에 눈이 떠졌다. 고민거리가 있으니 잠이 올리가 없었다. 멍하니 책상 앞에 앉아 이런 생각 저런 생각하다 보니 점점 출근시간이 다가왔다. 그러다가 전날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를 떠올리다가 결국 '손맛'을 보게 되었다.
맞다. 이직에 대한 책을 써보자. 이직에 대한 이야기라면 2시간이 아니라 하루 종일도 떠들 수 있다. 이직에 대한 고민이라면 그 누구 못지않게 많이 했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 고민의 시간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써보자
그렇게 확신에 찬 채로 출근길에 나섰다. 그 전날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 채로 말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이직의 패러독스'란 책을 쓰게 된 이야기의 8할이다. 물론, 책을 내기까지의 대부분의 시간은 그 뒤의 시간들이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글을 써야 했던 이야기, 출판사와 계약을 맺기까지의 이야기, 계약을 맺고 나서 책이 나오기까지 다시 인내해야 했던 1년의 시간들. 하지만, 책을 내면서 얻게 된 가장 소중한 것은 위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나에 대한 믿음이다. '평범해 보이기만 했던 나에게도 분명 컨텐츠가 있구나', '나의 가능성을 한정 지워버린 것은 다름 아닌 나였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던 소중한 경험이다.
아무튼 그 뒤로 나는 회사 안이든, 밖이든 만나는 직장인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 특히, 방황하는 분들에게 책을 한 번 써보시라고 말이다. 분명 지금까지와는 다른 직장 생활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절대 아무 의미 없는 그런 직장생활이 아니었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 p.s : 조영석 대표님, 그 날 차 안에서의 15분이 저를 바꿨습니다. 고작 15분인데 말이죠^^. 이래서 인생이 재밌는 건가 봐요. 작은 인연, 작은 사건 하나하나가 어떤 큰 사건으로 이어질지 모르니까요. 건강하시고, 승승장구하시길 빕니다~^^
by 젊은꼰대 흡수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