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의 의미와 방어기제에 관하여
언젠가 전업 주부인 아내와 회사 생활이 힘든 이유에 대해서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 집에서 하루 종일 가사노동에 시달리는건 주부인 자신도 마찬가지인데 뭐가 그리 다를까 하는 질문이었다. 그래서 곰곰이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일이 많아서? 인정받지 못해서? 뭐, 이유야 사람마다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나의 대답은 이것이었다.
나란 사람에 대해 평가를 내리고, 잘못을 저지르면 가차없이 비난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서가 아닐까? 조금만 실수를 해도, 조금만 빈틈을 보여도 사람들은 나에 대해 평가를 하고 비난을 하지. "사람이 좋긴 한데(순전히 내 생각이다) ~~면이 부족해", "왜 이렇게 무책임한지 모르겠어", "왜 이렇게 이해력이 부족하세요?" 라고 말이야. 언제든지 이런 비난을 받을 수 있을 수 있다는 긴장감 때문에 회사 생활이 힘든게 아닐까 싶네.
사람이란 존재가 다들 제각각의 부족함은 있기 마련인데 왜들 그리 비난을 하는건지...잘못을 저지른 것도 서글픈데, 주변 사람들로부터 공공연한 비난을 들을때면 그렇게 괴로울 수가 없다. 특히, 그것이 상사로부터의 비난이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다보니 '비난'을 극복하는 것이야 말로 직장 생활을 잘 견뎌내느냐, 마느냐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비난하고 상처주는 말만 하지 않게 되어도 회사 생활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말이다. 그래서 네이버에 한 번 물어봤다. 비난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하고 말이다. 찾아본 결과 비난의 의미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요약하자면 비난은 아래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비난의 의미]
① 사람들이 잘못을 깨닫도록 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도록 하는 것
② 어떤 사람의 잘못에 대해 화나 분개와 같은 감정을 표출하는 것
③ 비난받는 사람과의 관계가 부정적으로 변화되기를 바라고 하는 것
회사에서 제일 듣기 싫은 말 중 하나가 바로 '관심이 있으니까 혼내는 것이다. 관심 없으면 아예 혼내지도 않는다' 라는 말이다. 물론, ①의 설명에서 보듯이 나의 잘못을 바로 잡아주려고 하려는 의도인 것은 알겠다. 하지만, 굳이 그래야 하는지 묻고 싶다. 정말 나를 위한 비난인건지 되묻고 싶다. 만약 정말 내게 관심이 있다면, 내가 더 잘 되길 바란다면 지금보다 더 자세하게, 더 구체적으로, 더 이성적으로 얘길 하시지, 꼭 고딴 식으로 얘길해야 하시려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비난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②의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지, 비난을 해야 자신의 속이 풀리기 때문에 비난을 하는 경우 말이다. 화를 내고, 자존심을 긁는 말을 그렇게 해대는데, 과연 그 사람이 나 잘되라고 그러는 것인지 심히 의심이 갈 수 밖에 없다. 물론, ③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나를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나쁜 의도를 가지고 남을 비난하는 사람이라면 단언컨대 그 사람은 무시하고 가는게 상책이다. 다른 사람이라고 그를 좋게 볼 리 없을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비난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다. 심리학 용어 중에 '방어기제' 란 것이 있다. 방어기제란 '스트레스와 불안의 위협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하는 자연스러운 행동' 을 말한다. 타인의 비난에 직면할 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방어기제를 가동하게 된다.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말이다. 물론, 비난의 문화가 회사에서 사라져 방어기제를 작동시킬 필요가 없어지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러기는 불가능하다.
[방어기제의 종류]
① 억제 : 불쾌한 경험을 무의식 속으로 몰아넣거나 생각나지 않도록 억누르는 것
② 부정 : 외적인 상황이 감당하기 어려울 때 일단 그 상황을 거부하여 심리적인 상처를 줄이고 보다 효율적으로 대처하도록 돕는 방법
③ 합리화 : 상황을 그럴듯하게 꾸미고 사실과 다르게 인식하여 자아가 상처받지 않도록 하는 것
④ 유머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고 낙천적, 유머스런 감각과 언행으로 갈등에 대처하는 것
⑤ 승화 : 욕구를 변형시켜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형태의 건설적인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 (ex. 운동,예술)
⑥ 투사 : 자신의 욕구나 문제를 옳게 깨닫는 대신 다른 사람이나 주변에 탓을 돌리고 진실을 감추어 현실을 왜곡시킴. 가장 미숙하고 병적인 방어기제라고 일컬어짐
⑤ 퇴행 :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거 발달 단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 과거 특정 시점으로 퇴행해 관심을 받고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
문제는 내가 자주 사용하는 방어기제는 타인으로 하여금 나의 인격을 평가하는 척도가 된다는 점이다. 물론, 비난하는 사람이 원인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비난 받을 때 대처하는 방식도 신경쓸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 모두에겐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한 선택권이 있다. 하지만, 비난에 대한 대응 방식이 또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스스로에 대한 인상을 안 좋게 만든다면 그것이야말로 비난받는다는 그 자체보다 더 안 좋은 일일 것이다.
나는 과연 어땠을까 생각해 봤다. 사실, 비난의 강도가 심해져서 감당하기 힘들땐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거나(투사), 어려운 상황임을 일부러 노출시켜 도움을 받으려고도 했던 기억이 난다(퇴행). 김주환 교수가 쓴 회복탄력성을 보면 부정적인 사람은 "왜 난 매번 이럴까?", "왜 나는 이렇게 힘들까?" 라고 생각하고 긍정적인 사람음 "이번엔 실수했지만 다음엔 잘 할 수 있을거야" , "나만 힘든게 아냐, 다른 사람도 다 힘들어" 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방어기제가 무의식의 영역이긴 하지만, 의식적인 노력을 반복적으로 꾸준히 하다보면 무의식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말을 '기획의 정석'의 저자 박신영님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앞으론 비난을 대할 때면 김주환 교수님 말처럼 '부정' 이나 '유머' 로 대응해 보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가끔, 운동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승화' 시켜 보기도 하고 말이다. 운동을 안 좋아한다는게 함정이긴 하지만...
by. 젊은꼰대 흡수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