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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흡수인간 Sep 01. 2018

대학원이 일에 대한 깊이를 보장하진 않는다

눈앞에 벌어지는 일에 맞서야 깊이가 생긴다. 인생이 그러하듯이.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쉼없이 반복했거나, 그것을 수치화해서 보여주거나, 남들이 시도한 것 이상으로 실행하면 대단한 일이 된다고 한다. 언젠가 파워 블로거인 회사 후배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파워블로거라고 해서 뭔가 특별한 이야기를 올리는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자면, 신상으로 나온 청바지를 직접 입어보고 착용감은 어땠는지, 단추나 지퍼는 어떤 점이 불편했는지, 수선할 때 아쉬웠던 점 등을 올리는 식이었다. 참 평범한 이야기지만 그것을 남들보다 더 세세하게 설명해 준 것이다. 그것도 매일매일 꾸준히 말이다. 결국, 사소한 일이라도 남들과 다른 태도로 임했던 것이 그녀를 파워블로거로 만든 비결이었다. 


회사 일을 잘해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아무리 회사가 밉고, 일이 지겨워도 직장인이라면 이런 고민을 할 것이다.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 사람의 자연스런 욕구니까 말이다. 과연,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그 일을 돋보이게 만드는 사람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단순하게 본다면 결국 회사에서 하는 일이란 일 그자체와 사람, 이 두가지가 전부이다. 여기서 둘 중 어느 것이 더 우선인지를 따지자면 나는 일이라고 본다. 지위가 올라갈수록 결국 사람을 다루는 기술이 그 사람들 더 빛나게 하긴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 상 일을 잘 모르는 사람은 그 능력을 발휘할 만큼 높은 지위에 오르긴 힘듬을 알게 되었다. 우선은 회사 일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결국 일에 대한 지식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가 문제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학원을 간다고 해서 일에 대한 지식이 높아지는 건 아닌듯 하다. 앞에서 말한 파워블로거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관점의 차이가 중요하다. 일 잘하는 사람들은 가까운 곳에서 지식을 쌓는다. 당장 하고 있는 일, 남들이 하고 있는 일,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일 등등에서 말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현장의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현장의 일을 깊게 파고드는 사람이다. 조목조목 분석하고, A to Z에 대해 '빠삭'하게 아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가방끈을 늘려봐도 현장 일에 대해 잘 모르면 '현학적' 또는 '교과서적' 이란 말을 듣기 십상이다. 


직장생활 15년차 들어오면서 과연 나는 어떤 내공을 쌓았을까 생각을 하게된다. 스스로 평가를 하자면 나 또한 뭔가 착각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책을 보고(책을 내기도 해봤고),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따보기도 했었다. 아마도 오랜 시절 간직해 오던 나의 컴플렉스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를 테면 '아, 그때 공부 좀 더 해볼걸' 하는 후회라고나 할까? 아무튼, 나는 현장의 일을 파고들기 보단 다른 곳에서 일에 대한 지식을 구했던 것 같다. 물론, 그것들도 가치있는 배움이긴 했지만 '학이시습(學而時習)' 이라고 하지 않는가? 현장에서 써먹을 수 없는 지식은 반쪽짜리 지식에 지나지 않는다.  


일에 관한 지식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중요한 것이 또 한가지 있다. 바로 '쪽팔림'을 무릅쓰고 모르는 것을 타인에게 물어볼 줄 아는 태도이다.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지만, 요즘들어 내가 절실히 반성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중에 물어보지, 뭐' 혹은 '나중에 자료를 통해서 확인해 보지, 뭐' 했던 순간들은 결국 모이고 모여 '얄팍함' 을 더해주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모르는 것이 생기면 그때그때 꼭 확인해 보고, 가급적이면 해당 담당자에게 직접 질문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보고있다. 


이렇게 일에 대한 그간의 태도에 대해서 반성하다 보니 문득 그냥 나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일을 대했던 나의 태도 (주어진 일을 깊이 파고 들기보단 한 발짝 떨어져서 지켜봤던)가 내 삶에서도 적용되었던 것이 아닌가하고 말이다. 그런 나의 태도가 만들어갈 훗날의 내 모습이 불안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우울한 생각은 딱 10초만 하고 끝내버려야 하겠다. 야구선수 박찬호가 말했다. 성공이란 남들보다 잘되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나보다 더 나아지는 것이라고 말이다. 부족함을 알았으니, 이젠 더 나아지도록 노력하면 나는 결국 성공하는 셈이다. 그러다보면 '깊이' 란 것도 쌓이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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