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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릭스 leex Jan 13. 2023

책 리뷰, 별점 테러를 당했다

두 번째 책을 출간한 지 4개월 째다. 16년 동안 기업에서 경험하고 고민했던, 말하자면 내 주력분야인 조직문화 인사이트를 정리해 컨셉(밑MEET 빠진 독)도 만들고 마침내 책으로 출간하게 되어 개인적으로는 의미가 컸다. 출판사에서도 서평단을 모집해 리뷰 이벤트를 진행해 주었고 여러모로 첫 책보다는 나은 반응에 살짝 고무되기도 했다(그래봤자 판매량에 큰 차이는 없지만). 


그래서였을까? 아침에 눈을 뜨면 예스24, 알라딘, 교보문고 사이트를 순서대로 돌면서 얼마나 팔렸나를 체크해 보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했다. 사실, 출간 후 한 달이 지나면서 판매량도 크게 늘지 않아 매일 체크하는 것이 의미가 없었지만 마치 아침을 여는 루틴처럼 되어버렸다. 판매지수가 조금이라도 늘면 기쁘고, 줄면 다운되는 하루의 연속.


오늘 아침 역시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열고 판매사이트들을 주욱 둘러봤다. 

'음 별다른 것은 없군'

마지막으로 e북 전용 판매채널을 여는 순간, 별점 리뷰가 뜬 것을 확인하고 눈이 번쩍 띄었다. 침대 속에 묻혀 있던 몸을 스프링처럼 벌떡 일으켰다. 그런데 이게 웬걸 별점을 확인하고 얼굴이 달아올랐다.


5점 만점 중 1점


유독 아무런 반응도 없던 이 채널에서 4개월만에 처음 달린 구매자의 첫리뷰가 하필이면 최저점이라니...리뷰 내용도 없었다. 혹시나 싶어 여기저기 둘러봐도 마치 칠흑같이 깜깜한 밤에 선명히 빛나는 단 하나의 북극성처럼 밑도 끝도 없는 1점 리뷰만 덩그러니 떠있다. 여타저타 악평이라도 남겼으면, 왜 최악인지 그 이유라도 알고 스스로 변명이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침을 시작하는 기분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당황에서 분노로 그리고 허탈로


사실 내 책에 대한 악성 리뷰는 처음은 아니다. 첫 책에 달렸던 '엉망진창'이라는 노골적인 비판도 있었고, 두 번째 책의 또 다른 e북 채널에서는 '저자의 회사에 대한 불만만 가득하고 배울 것은 하나도 없다' 라는 원색적 비판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으니까.


악플일지언정, 그래도 내 책에 관심을 가지고 심지어 구매해서 읽고 '뭐 이런 거지 같은 게 다 있어?' 라고 의견을 정리하고 일부러 채널에까지 찾아와 로그인을 하고 글을 쓰기까지... 그 시간과 노력이 얼마나 귀하고 고마운가?


이왕 달릴 거 선플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나 역시 내 책이 완벽한 상태가 아님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공들여 읽지도 않고 "괜찮았어" 라는 성의 없는 반응보다야 백배 천배 값지다는 생각은 일말의 가식도 없는 진심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내용도 없는 1점 별점 테러로 시작한 아침나절의 봉변은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었고 뜻밖에 수확을 하나 더 얻었다.


매일 판매량을 확인하는 무의미한 루틴이 무슨 소용인지 깨닫게 된 것. 무엇보다 4개월이나 지난 결과물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는 내 모습이 비로소 보였다. 세 번째, 네 번째 지금보다 한발 씩 더 나은 내일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지나간 것을 붙들고 있는 어리석음 말이다.


솔직히 속은 쓰리지만 그렇게 마음먹지 않으면 또 어쩔텐가. 현실은 받아들이고(이왕이면 내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또 내일을 위해 한걸음 걸으면 그만.


니체가 말하지 않았던가?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라고


잠시 중단되었던 세 번째 책의 동력이 엉뚱한 곳에서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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