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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릭스 leex Mar 02. 2023

유튜버 신사임당은 왜 궁지에 몰렸을까?

카피캣, 인공지능의 역습

유튜브 판이 시끌했다. 140만 과학 유튜버 리뷰엉이와 재테크 신화적 인물로 알려진 신사임당, 두 대형 유튜버끼리 싸움 아닌 싸움이 붙었다. 발단은 신사임당이 자신이 운영하는 노아라는 AI를 이용해 유튜브를 키운 우주고양이 김춘삼이라는 사람을 자기 채널에 불러 진행한 인터뷰로부터 시작됐다.


평소 우주에 관심이 있어 리뷰엉이의 채널을 즐겨봐 오던 차 비슷한 썸네일, 내용의 영상들이 갑자기 우후죽순 등장하며 요즘 들어 우주, 과학 유튜버들이 많아졌네?라고 느끼던 참이었다. 그러더니 우주 고양이 김춘삼이라는 신생 유튜버가 별안간 신사임당 채널에 등장했다. 둘은 노아 AI의 사업자(강의자)와 수강생 사이로, 그 가르침을 따라 성공했다며 사업 홍보 겸 수익 자랑 인터뷰를 찍었던 것


내용은 가관이었다. 김춘삼은 노아AI를 이용해 리뷰엉이 채널을 포함한 타 과학유튜버들의 영상을 카피하는 방식으로 채널을 키웠고 월 수백을 벌고 있다 자랑했다. 신사임당은 박수를 치며 완벽한 방법이라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영상이 풀린 후 피해당사자인 리뷰엉이가 즉각 '고발' 영상을 올렸다. 썸네일은 물론 내용 대본까지 카피한 도둑질을 스스로 자백한 증거라며 해당 인터뷰를 저격했다. 김춘삼은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법적 처벌까지도 감수하겠다며 영상을 모두 내리며 사과했다. 


문제는 신사임당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자기는 카피를 하라고 교육한 적도 없고 이번 일도 김춘삼이 한 짓이지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사과를 빙자한 해명 영상을 올렸다. 그러면서 피해자인 리뷰엉이를 교묘히 공격하기 시작했다. 


인터뷰 영상을 의도적으로 짜깁기해 자신에게 비난이 쏠리도록 의도했고 리뷰엉이 채널의 섬네일 역시 해외 영상과 비교하며 너는 표절 논란에서 자유롭냐? 칼을 팔았는데 그걸 산 사람이 사람을 찔렀으면 칼 판 사람이 책임져야 하느냐?라는 논지로 오히려 리뷰엉이를 공격했다. 심지어 자신에게 교육받은 사람들에게 악당이 돼버린 자신을 위해 해명 영상을 올려달라며 피해자 공격을 부추기까지 했다.


이후 신사임당을 두둔하는 영상들이 우후죽순 나오기 시작하고 오히려 피해자인 리뷰엉이가 공격받는 상황이 전개되자 호갱구조대, 사망여우 등 100만이 넘는 유튜버들이 카피가 만연한 현실에 분개하며 사실 관계를 따지는 반박 영상을 잇따라 올리면서 유튜브계가 더 뜨거워졌다. 


결국 신사임당과 그 동업자가 1000명 이하 구독자라면 섬네일, 카피, 대본까지 싹 베껴도 된다. 라고 강의하는 증거 영상이 나오면서 신사임당은 더 궁지에 몰렸다. 그는 재차 영상을 모두 내리고 피해자인 리뷰엉이에 2차 가해가 가해진 자신의 반박 영상에 대한 재사과문을 올리고 잠적한 상태다.


사건은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신사임당이 제기한 너는 깨끗하냐? 라는 말이 여전히 맴돈다. 이 사건의 본질은 결국 우리 사회가 카피, 표절이라는 지적 도둑질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 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과정이야 상관없고 그저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은 유튜브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얼마나 퍼져 있을까? 신사임당의 말처럼 일단 성공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저작물을 어느 정도 카피하고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게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이 논란이 있기 전 나는 Chat GPT의 등장에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쌍방향 대화가 가능함은 물론 글도 작성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처음에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나 실제 Chat GPT를 돌려보고는 이내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웬만큼 훈련된 인간보다 훨씬 논리적이고 정교한 글쓰기가 정말로 가능했다. 적어도 글의 구조나 형태를 잡는 일쯤은 이미 인간을 대체하고도 남는다는 확신이 들었다. 더 놀라운 것은 학습된 데이터 양이 지금 버젼의 최소 10배는 넘는 4.0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도 놀라운데 이 버젼의 수준은 대체 어느 정도 일까? 


당장 이어진 생각은 아! AI가 쓴 걸 자기 것인 양 그대로 활용하는 사람이 많아지겠구나! 라는 점이었다. 실제로 이미 수개월 전부터 대학가에는 학생들의 리포트가 AI로 쓰이고 있음을 시사하는 정황들이 여기저기 드러나고 있었다.


마치 마법의 연필이라도 된 듯, 숙제를 대신해 주고 보고서를 작성해 준다면 그 글을 그대로 쓰는 것은 표절일까 아닐까? 그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어떤 결과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 고민에 한동안 글쓰기를 놓아버렸다. 


Chap GPT를 포함한 AI의 영상을 반복해서 보고, 인간의 앞날에 대한 아니, 내 앞날의 대한 고민으로 잠을 설쳤다. 지난 3년간 글쓰기를 위해 회사도 그만두고 몰입했던 시간들이 다 부정당한 것 같은 생각에 분통이 터졌다. AI의 글을 마치 자기가 쓴 글인양 내세운 치팅이 만연해 그렇잖아도 좁은 이 바닥에 인간 그 자체가 배제될 것만 같았다.


문득 이미 수년 전의 일이 떠올랐다. 바둑의 알파고와 이세돌. 인공지능이 절대로 인간의 세심한 사고를 넘어설 수 없다는 확신을 보기 좋게 박살 내어버렸던 그 충격의 현장. 그런데, 바둑은 사라졌는가? 여전히 바둑은 건재하고 인간만의 리그로 아무 일 없다는 듯 운영되고 있지 않은가? AI 기사끼리 대결하는 AI리그가 별도로 생기기도 했고 인간 기사들의 기보가 얼마나 AI에 일치하느냐? 로 실력을 판가름하는 변화가 있기도 했지만 그래도 인간의 일은 인간의 일로 유지되고 있지 않은가?


깊은 어둠 속에서 한가닥 희망이 생겼다. 그리고 점차 확신으로 이어졌다. 오히려 글쓰기를 연습한 사람들의 시대가 되지 않을까? 스스로의 고민 속에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 묻고 답을 찾는 연습을 해온 사람이라면, 맥락 없이 깊은 고민 없이 표면적 질문만으로 만들어질 AI의 글에 떨 필요 없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어차피 정보량에서 인간은 AI에 상대가 되지 않음을 인정하고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불확실성과 불안함과 희노애락이 오히려 선명하고 날카로운 엣지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


아무리 매끄러운 글이어도 이거 AI가 쓴 거야 라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어떨까? 그 안에서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좌절도 시련도 고통도 슬픔도 기쁘면서 아픈 양가적 감정도 궁극적으로는 사랑이라는 극치를 느껴보지 못할 AI의 글에 우리는 얼마나 진정성을 느끼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도리질을 칠 수 있을까?


Authentic 인간 오리진을 무기로 더 정진하기로 했다. 인공지능의 빈틈없음을 배우고, 시대의 이기를 이용해 나의 부족함을 채워 넣고 고쳐내기 위한 도구로 삼기로 했다. 리퍼런스를 요청하되 그 안에서 배우고 내 것으로 체화하기로 했다. 역설적으로 표절과 카피에서 필사적으로 벗어나 내 내면의 고민과 6감으로 비롯된 감정으로 다져진 정체성을 갖기로 했다. 


놀랍게도 인공지능이 더 이상 두렵지 않고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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